예측하지 못한 길
위기 상황에도 여전히
하나님의 도우심을 신뢰함으로
평안 속에 거할 수 있다면,
하나님과 관계가 친밀한 것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않는 것들의 증거”(히 11:1)이다.
피할 곳,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 같은
상황 가운데로 떠밀려갔을 때 우리가 얼마만큼
하나님을 신뢰하는지 깨닫는다.
그것을 확인시키려고
하나님은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기도 하신다.
그곳이 바로 광야이고 거기서 우리는
하나님을 새롭게 만난다.
하나님은 우리의 실수까지도
그분의 계획 가운데서 완벽하게 이용하신다.
또한 우리의 무지도 그분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하신다.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계획이 있으시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먼저 일하신다는 사실이
위태롭게 보이는 인생길에 크나큰 위안이 된다.
유학 초기에 나와 신앙을 나누던 한 절친한 형제가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해양학 분야의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는 늘 하나님에 대한 신실함과
전도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그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사논문 자격시험을 보아야 했다.
이전에 떨어진 적이 있어
마지막 기회였기에 합격을 바라며
열심히 준비하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가 다니던 교회 교우들도
열심히 기도해주었다.
그런데 결과는 실패였다.
그들 부부는 큰 충격을 받았고,
함께 기도하던 이들도 크게 실망했다.
나도 내가 당한 일처럼
속이 상해서 하나님께 따졌다.
‘하나님, 실망입니다.’
당시 내게 대학원 과정의 실패는
곧 인생의 실패를 의미했기에,
그 과정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부부에게 더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수년이 지나 알았다.
그 형제는 학교를 옮기면서
의학 부문과 연관 분야로 방향을 바꾸어
더 재미있고 보람 있게 논문 작업을 했고,
졸업 후 진로도 순조롭게 인도되었다
(현재 한국에서 해양 연구소가 있는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 부부가 MIT와 보스턴에서의 생활을
빨리 내려놓을수록 하나님에 대한 신뢰 가운데
더 빨리 평안함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실패와 좌절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목표만 붙잡고 잃어버린 것에 연연하면
두려움과 절망에 구속되고 만다.
반면에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그것을 사용하실 하나님을 신뢰하면
평안함과 자유함 가운데 거할 수 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라는
말씀이 그것을 잘 설명해준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은
실패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큰 계획을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갖게 된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
하나님의 큰 계획을 보았던
또 다른 예가 있다.
보스턴에서 힘겹게 살면서
학업을 준비하던 한 부부가 있었다.
둘 다 직장에 다니다가
1년간 어학 연수차 휴직하고 보스턴에 왔다가
회사가 IMF 위기 상황을 맞으면서
갑작스레 퇴직 처리가 되었다.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매일 1불만 쓰기를 결단하고
경영대학원에 입학할 준비를 했다.
하루는 내가 차로 교회에서 집까지
그들을 데려다줬다.
그때 그 부부가 고백했다.
“우리 같은 사람이 보스턴에 있으니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비교도 되고,
많은 사람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아요.
도대체 우리는 무엇 때문에
보스턴에 와 있는 건지….”
나는 그저 위로의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두 분을 위한 계획을 갖고 계세요.
보스턴으로 부르신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요.”
나중에 고백하기를, 그 말을 듣고 그들은
밤새 집에서 목 놓아 울었다고 했다.
이 부부는 보스턴에서 하나님을 깊이 만났다.
1년이 채 안 되어 남편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국 서부에 위치한 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졸업 후에는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동부의 큰 제약회사를 거쳐 지금은
존슨앤존슨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가 모든 일 가운데
하나님의 선이 이루어질 것을 신뢰할 때,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이 진리에 대한 믿음이
우리 삶을 평강으로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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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내려놓음(리커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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