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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시아-아프리카 포럼 도중 발생한 쿠데타
7월 26일~29일(현지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제2차 러시아-아프리카 경제 및 인도주의 포럼이 열렸다. 아프리카연합 회원국 54개국 가운데 49개국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는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와 식민주의 잔재에서 벗어나 협력하자’는 내용이 중요하게 논의됐다.
그런데 행사 시기인 7월 26일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친서방을 표방해온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이 축출됐다. 니제르 군부를 이끈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은 니제르의 부정부패와 치안 악화 때문에 쿠데타를 일으켰다면서 자신을 국가원수로 지칭했다.
쿠데타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던 가운데, 7월 31일 아마두 아드라안 니제르군 대변인이 “프랑스는 특정 니제르인들과 공모해서 니제르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방법을 모색하고 정치적 승인을 얻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라고 발표했다.
프랑스가 바줌 대통령을 석방시키기 위해 ‘일부 니제르인들’과 니제르군을 공격하는 군사 개입을 공모했다는 것이 니제르 군부의 주장이다. 이는 쿠데타 정부가 그동안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 진영과 긴밀히 협력해온 이전 정권과 다른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티아니는 니제르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8월 2일 TV 연설에서 “니제르 국토 수호를 위한 국가위원회는 니제르 내정에 간섭하는 모든 행위를 거부할 것”이라면서 “군사 개입을 포함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권고하는 모든 제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라며 “어느 쪽의 위협에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프랑스, 미국 등과 가까운 친서방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입한 경제협력기구다.
니제르 군부가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쿠데타는 러시아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7월 27일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음성 성명에서 니제르의 군사 쿠데타를 ‘서방으로부터의 독립 선언’이라고 환영하면서 아프리카에서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프리고진은 니제르에서 벌어진 쿠데타에 관해 “바그너 그룹의 효율성이 입증된 사건”이라면서 “바그너 전투원 1,000여 명이 질서를 회복하고 테러리스트를 파멸시켜 그들이 민간인에 해악을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은 이번 쿠데타를 “니제르 국민의 식민 지배자들에 대한 투쟁”으로 규정하며 “나머지는 니제르 국민에 달려있고 (쿠데타 세력의) 통치가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달렸으나 중요한 것은 식민 지배자들을 제거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7월 27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매체 ‘폰타카’ 등에서는 프리고진이 니제르의 사절단과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정황은 쿠데타와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러시아는 군사 협력을 요청하는 아프리카 각국에 바그너 그룹을 파견하는 등 아프리카 각국과의 정치·군사적 협력을 모색해왔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번 쿠데타에 관해 니제르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와 손을 잡은 니제르 군부가 니제르 내부의 친서방 세력 축출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통 군부 쿠데타라고 하면 ‘독재’, ‘민주주의 파괴’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데 정작 니제르에서는 쿠데타를 환영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쿠데타 이후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는 시민 수천여 명이 프랑스 대사관에 몰려가 “프랑스 타도”를 외치며 프랑스 국기를 불태웠다. 이는 니제르를 식민 통치하고, 독립 뒤에도 니제르에 깊숙이 개입해온 프랑스를 향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쿠데타 이후 외신을 인용한 YTN 보도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오마르 바오모우사 씨는 “유럽연합과 아프리카연합,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에 제발 우리 일에서 손을 떼라”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주민도 영국 BBC에 “프랑스는 우라늄, 석유, 금 등 우리나라의 모든 부를 착취했다”라면서 “니제르 국민들이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없는 것은 프랑스 때문”이라고 규탄했다.
시위에서는 외세의 내정간섭을 반대하는 주민들 상당수가 “니제르 만세”, “푸틴 만세”, “러시아 만세”를 외치면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었다. 주민들이 프랑스에 강한 분노를 드러낸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관해 김동석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아프리카는 러시아와 역사적 경험에 바탕을 둔 연대 의식을 지닌다. 러시아는 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하여 착취한 적이 없다”라면서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민 지배의 트라우마로 인해 탈식민 이후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게 됐다. 러시아는 아프리카의 내정 불간섭 원칙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라고 짚은 바 있다. (김동석, 「최근 러시아의 대(對)아프리카 진출 고찰」, 『주요국제문제분석』 2022-26, 외교안보연구소, 2022.10.7.)
프랑스를 향한 니제르 국민의 반프랑스 정서가 이전부터 높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는 2021년 12월 6일 자 보도에서 “프랑스를 향한 아프리카인들의 불만과 비판은 이제 전례가 없을 정도로 들끓고 있다”라면서 “현지 이슬람 무장 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를 지나던 프랑스군을 시위하는 주민들이 여러 차례 막아냈다”라고 니제르의 상황을 전했다.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 각국은 2021년부터 집권하다가 최근 축출된 바줌 대통령을 니제르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치켜세워왔다.
하지만 바줌 정권에서는 국민을 위하지 않는 맹목적인 친서방 정책과 부정부패가 잇따랐다. 2023년 5월 니제르의 한 비정부기구는 2022년부터 1년 동안 약 1억 달러가 니제르 재무부에서 불법 유출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바줌 정권 차원에서 니제르 국민의 혈세를 빼돌렸음을 암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바줌 전 대통령이 기댈 곳은 서방 각국뿐이다. 바줌 전 대통령은 8월 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서방 각국에 자신을 복권시켜 “우리(니제르)의 헌법 질서를 회복”하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바줌 전 대통령이 니제르 국민의 재신임을 받아 복귀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2. 니제르의 역사: 프랑스 제국주의가 장악했던 곳
현재 사하라 사막 이남 서아프리카에는 광활한 사헬 지대(건조한 사막 기후와 비교적 습한 사바나 기후의 경계에 있는 지역)가 펼쳐져 있다.
사하라 사막과 사헬 지대를 잇는 길목에 니제르가 있다. 서방의 침탈이 없던 15~16세기 지금의 니제르가 있는 지역은 아프리카 북부와 중·남부를 잇는 중계 무역으로 번성했다.
그러다 19세기 들어 서아프리카 일대는 프랑스를 위시한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을 받게 된다. 현 니제르를 비롯해 말리, 부르키나파소, 모리타니 등 10여 개국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프랑스는 1892년부터 니제르 지역을 식민 지배했고 주민들에게 프랑스어 사용을 강요했다. 또한 니제르 지역에서 황금 등 천연자원이 발견되자 주민들을 노예처럼 부려 자원을 프랑스로 빼돌렸다.
이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주민들을 갈라치기하는 악랄한 분열 통치로 니제르를 지배했다. 본래 니제르는 국경선 없이 다양한 부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프랑스가 편의에 따라 구역을 나누면서 부족 간 대립이 심각해졌다.
일부 니제르의 친프랑스 인사들에게는 프랑스를 도운 대가로 떡고물이 떨어졌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자신들을 수탈하는 식민 통치 아래에서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러던 중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니제르를 표면상 독립시키되 사실상 독립시키지 않고 수탈하는 ‘신식민주의 정책’을 획책했다. 서아프리카 일대를 장악할 힘이 빠진 상황에서 친프랑스 세력을 활용해 식민수탈을 이어가려 한 것이다.
이는 니제르 등 서아프리카 국가 위에서 군림하는 왕초 노릇을 하며 자원을 수탈하고, 이권을 유지하려 한 프랑스의 속셈이었다. 프랑스는 니제르 등 서아프리카 9개국을 독립시키기 이전에 친프랑스 인사들을 정치·경제·군사의 핵심 요직으로 심어뒀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1945년에 서아프리카 식민지의 화폐를 프랑스의 화폐 가치와 연동시키는 이른바 ‘세파(CFA)프랑’이라는 통화를 도입했다. 이는 프랑스가 서아프리카 각국의 통화 주권을 강탈한 것이다. 니제르는 1960년 독립한 뒤에도 아직까지 세파프랑을 쓰고 있다.
친프랑스 세력이 프랑스에 정치·경제·군사 주권을 바친 상황에서 니제르 전역이 프랑스의 손아귀에 있었던 것이다.
최근 쿠데타 이전까지 니제르에서는 친프랑스 군부 세력이 60여 년 동안 니제르의 권력을 잡아왔고, 프랑스를 향한 니제르 국민의 분노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쿠데타 발발 뒤 니제르의 대규모 시위대가 프랑스 대사관을 습격한 건 이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계속)
[니제르 쿠데타 연재] ② 흔들리는 서방 제국주의, 전망은?
1. 흔들리는 서방 제국주의
7월 26일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프랑스를 시작으로 서방 각국은 자국민 탈출 작전에 나섰다.
이에 관해 프랑스 등 서방에서는 니제르의 이번 쿠데타를 자신들의 힘으로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고 자국민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니제르 국민이 쿠데타 지지하고 “푸틴 만세” 외친 이유」, 디지털타임스, 2023.8.3.)
쿠데타 이후 친서방 세력의 대응은 다음과 같다.
서방을 편드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7월 30일 긴급정상회의에서 니제르 군부에 1주일(8월 6일) 안으로 바줌 대통령을 복권시키지 않으면 니제르에 군사력을 투입하겠다고 압박했다.
8월 4일, 압델 파타우 무사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정치·평화·보안 집행위원은 “필요한 자원을 비롯해 우리가 언제 군대를 배치할 것인지 등 군사 개입에 투입될 모든 요소가 논의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미국은, 8월 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주재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우리(미국)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요구한 바줌 대통령 석방과 니제르 헌법 질서 회복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라며 “우리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의 노력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다음날인 8월 4일에는 성명을 통해 니제르 군부를 제재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제재하겠다는 것인지조차 설명하지 않으면서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서방 세력의 별 효과 없는 ‘말잔치’가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니제르 군부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무력으로 위협하면 자신들 역시 무력으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인접국인 말리, 부르키나파소도 니제르를 겨눈 제재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외세가 니제르에 들어오면 자신들도 니제르 군부를 도와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와 경제·정치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해온 중국 역시 니제르와 인근 국가들이 정치적 해결책을 찾을 지혜와 능력을 갖췄다고 믿는다며 사실상 니제르 군부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니제르 군부를 향해 바줌 전 대통령을 복권시키지 않으면 군사 개입을 하겠다고 통보한 8월 6일이 지났지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프랑스는 니제르를 ‘우라늄 공급국’이자 서아프리카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발휘할 군사요충지로 활용해왔다. 여기에 미국 등 서방 각국은 프랑스에 숟가락을 얹어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했다.
2000년대 들어 서방 각국은 프랑스와 함께 니제르에 개입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각국은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니제르에 군대를 파병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특히 프랑스에 기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 미국의 야욕이 두드러졌다.
미국은 2011년 10월 자신과 엇서는 북아프리카 리비아를 침공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뒤 프랑스의 묵인 아래 니제르 등 서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
2013년 1월, 당시 니제르 정부는 미국과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문화일보는 “니제르에 주둔 중인 미군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양국 정부가 이 같은 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은 향후 이곳에 미군기지가 건설된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美, 對이슬람 무장조직 군사력 강화」, 문화일보, 2013.1.29.)
미 국영 방송인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아프리카 사령부는 2019년 11월 니제르 중부 아가데즈에 새로운 공군기지를 건설했다. 미국은 공사비용으로 1억 1,000만 달러가 들어간 기지에 무인 정찰기 등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타운센드 당시 미 아프리카 사령부 사령관은 미국의소리에 “우리(미국)는 서아프리카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협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미 국방 당국자는 미군이 니제르 등 불안정한 서아프리카 각국의 치안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아프리카 문제를 전공한 조에바 로크 아메리칸대 국제정치학 박사는 2014년 5월 14일 「외교정책포커스」에 실은 글에서 아프리카에 군대를 주둔하려는 미국의 속내를 고발했다.
로크 박사는 “미 아프리카 사령부의 활동을 인도주의로 포장하는 건 기만적이다. ...중략... 아프리카 대륙 어느 곳에서건 진입을 위한 발판을 구축하는 것이 (미국의) 진짜 속셈”이라면서 “인도주의를 표방한 미 아프리카 사령부의 임무를 미국의 선의나 (아프리카의) 갈등 방지를 위한 활동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국의 외교정책이 아프리카에서 군사화한 형태로 추진되는 징후로 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미 군부의 인도주의적 활동, 진짜 속셈은?」, 프레시안, 2014.5.19.)
2. 전망
이번 니제르 쿠데타는 국제 정세에 큰 파장을 미치는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서아프리카의 정세가 바뀌면서 서방 세력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8월 1일 한국 YTN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최악의 에너지난을 겪은 EU는 니제르의 쿠데타 사태가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 중 하나인 니제르의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경우 에너지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라면서 “EU는 원전 원료인 우라늄의 20%가량을 니제르에서 수입하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그동안 논의돼왔던 러시아산 우라늄 제재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EU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니제르에는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원유, 천연가스 등도 풍부한데 서방 각국은 여기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7월 28일 한국 매일경제는 이번 쿠데타로 “서아프리카에서 프랑스 세력의 몰락이 재확인됐다. 니제르에 드론기지를 둔 미국도 전전긍긍하고 있다”라면서 “서방의 서아프리카 정책이 큰 타격을 받았다”라고 진단했다.
매일경제는 니제르가 “사헬지역에서 서방의 보루 역할을 해온 전략적 요충지였다”라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지키려는 미국과 식민시대 때 서아프리카 위주로 식민지를 운영했고 이후에도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프랑스는 니제르 정변에 특히 더 민감하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니제르 쿠데타라는 “대형악재”를 맞닥뜨린 미국과 프랑스가 “상당한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서아프리카 거점 잃나…니제르 쿠데타에 미·프랑스 ‘타격’」, 매경LUXMEN, 2023.7.28.)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니제르에는 프랑스군 1,500명을 비롯해 미군 1,100여 명과 독일 등 유럽 각국의 외국군이 대략 2,000여 명 이상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니제르 군부는 8월 4일 “니제르가 처한 상황에 대한 프랑스의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고 군사 협력을 종료하기로 했다”라면서 “1997년부터 2020년까지 프랑스와 맺은 5개의 군사협정을 파기한다”라고 밝혔다.
니제르 군부가 프랑스와 맺은 군사협정을 모두 파기하면서 프랑스군의 철수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또한 니제르 군부는 별도의 성명에서 미국, 나이지리아, 토고 주재 대사를 해임하고 소환한다고 발표했다. 나이지리아와 토고는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서아프리카 국가다. 이번 주요국 대사 해임은 그동안 친서방 중심이었던 니제르의 대외 정책을 바꾸려는 니제르 군부의 기류를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에서 8월 7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부장관 직무대행이 비밀리에 니제르를 방문했다. 미국 AP통신 등은 눌런드 대행이 니제르 군부 지도자 3명을 만나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니제르 군부 수장, 모하메드 바줌 전 니제르 대통령을 만나게 달라고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또 눌런드 대행은 쿠데타를 철회하지 않으면 니제르에 하던 지원을 끊겠다고 경고했지만 니제르 군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니제르 군부의 ‘반서방’ 행보는 프랑스군을 따라 니제르에 들어온 미군, 독일군, 이탈리아군 등 서방 각국 군대의 연쇄 철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때 친프랑스 군부 세력이 득세했던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2022년 8월, 2023년 2월 프랑스와 맺은 방위협정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군 등 서방 각국은 도망치듯 인근 니제르로 군사 거점을 옮겼는데 이마저도 철수를 해야 하는 지경이다.
구도로 볼 때 러시아와 긴밀한 것으로 보이는 니제르 군부와 말리·부르키나파소 등 각국이, 미국 등 서방을 앞세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와의 신경전에서 일단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미국은 ‘이슬람 테러 세력 박멸’을 명분으로 니제르에 군사를 들였지만 본래 목표는 니제르의 광물자원 확보와 영향력 확대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 쿠데타를 기점으로 새로운 니제르 정부가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한다면 러시아의 바그너 그룹이 서아프리카에서 군사 활동을 할 발판을 마련하게 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타임스, 위의 기사.)
서방은 바줌 전 대통령이 복귀해야 니제르의 민주주의가 회복된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프랑스 등 서방 세력이 개입한 니제르는 세계 최빈국이었고 민주주의도 기능하지 않았다.
현재 서방 주요 언론에서는 니제르의 이번 쿠데타로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수단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서아프리카의 친러 벨트가 완성됐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겠지만, 프랑스 등 서방의 착취에서 벗어나려는 니제르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짚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평가는 아니다.
니제르 국민의 시선에서 보면 이번 쿠데타는 그동안 자신들을 수탈하고 고통에 빠트린 프랑스 등 ‘서방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자신들의 힘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높이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와도 긴밀하게 얽힌 니제르의 상황을 앞으로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