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 활갯짓
저는 가끔씩 “오늘의 양식”(Our Daily Bread)이라는 작은 책자를 읽곤 합니다. 미국에서 발행하는 Our Daily Bread 원문을 번역을 해서 절반은 영어 원문으로, 그리고 절반은 한국어로 되어 있는, 수첩만한 크기의 일종의 작은 Q.T집입니다. 4월호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운전석에서:In the driver's seat>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인데, 직역을 하기 보다는 제가 나름대로 읽고 소화한 이야기입니다.
한 여성이 급한 약속이 있어서 운전을 하고 가는데, 그 날 따라 교통 체증이 심하였습니다. 게다가 자기 앞에 가고 있는 차는 영 꾸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차를 바짝 뒤따라가던 이 여성은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짜증이 나는 중에 앞 차가 노란 신호등을 보고 속도를 줄이며 서자, 이 여성은 마침내 화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경적을 울리고, 욕하고 소리 지르며 화난 몸짓을 해댔습니다.
그 여인이 계속해서 고함치고 있을 때 차창의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보니, 한 경찰관이 그 여인더러 손들고 차 밖으로 나오라고 명령했습니다. 경찰차는 바로 뒤따라오던 차였습니다. (미국에서의 경찰관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총기 소지가 허용된 나라이기 때문에 경찰관은 항상 긴장하고 있고, 경찰관에게 반항을 하거나 어떤 제스처를 잘 못 했다가는 경찰에게 총 맞아 죽을 수 도 있습니다.)
짜증이 나서 앞차를 향해 욕 좀 했기로서니 차창이 닫혀 있으므로 소리가 들렸을리 없고, 그렇다고 남에게 무슨 피해를 준 것도 아닌 터였습니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이 여성은 꼼짝 없이 경찰관에게 끌려갔고, 경찰관은 그녀를 유치장에 감금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시간 후 그 경찰관이 돌아와서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네요...”
“뭐예요! 사람 똑바로 보란 말이에요!” 여인이 그렇게 말하자 경찰관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 제가 당신이 탄 차를 뒤따라가고 있을 때, 당신이 앞 차 운전사를 향해 경적을 울리고, 욕하며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차 뒤에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고 쓰인 번호판 틀과 '나와 함께 주일학교에 가자.'라는 범퍼 스티커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도난당한 차라고 생각했었던 것입니다!"
흔히 “이불 속에서만 활갯짓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리고 그동안 적지 않은 세월을 통해 여기저기에서 듣고 읽은 신학이나 교리적 지식들도 제법 자랑할 만 하다면서도, 실제 생활 속에서는 전혀 예수님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고, 예수님의 마음이나 뜻, 예수님의 비전과는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 결국 이런 모습들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게 만들고, 나아가 주님까지 모욕 받게 하고, 조롱거리가 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속에도 그리스도의 인격과 삶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황대연, 목사 / 출처- 해와달 2008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