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3일 화요일
[(백)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늘 전례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540년 무렵 로마의 부유하고 신심 깊은 가문에서 태어나셨다. 법학을 비롯한 고등 교육을 받으시고 로마의 고위 공직을 지내셨지만, 수도 생활을 시작하시어 부제로 서품되시고,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교황 사절의 임무를 수행하셨다. 590년 교황으로 뽑히신 성인께서는 교황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고 표현하신 최초의 교황이시다. 교황권을 지배하는 특권이 아니라 봉사하는 특전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도 그분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전례 음악뿐 아니라 신앙과 도덕에 관한 저서를 많이 남기시고, 604년에 세상을 떠나셨다.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시는 영을 받았다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에게 권위와 힘을 가지고 명령하시어 마귀를 몰아내신다(복음).
제1독서
<현세적 인간은 하느님의 영에게서 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사람은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 2,10ㄴ-16
형제 여러분,
10 성령께서는 모든 것을, 그리고 하느님의 깊은 비밀까지도 통찰하십니다.
11 그 사람 속에 있는 영이 아니고서야,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영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하느님의 생각을 깨닫지 못합니다.
12 우리는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13 우리는 이 선물에 관하여, 인간의 지혜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가르쳐 주신 말로 이야기합니다.
영적인 것을 영적인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14 그러나 현세적 인간은 하느님의 영에게서 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영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기에 그러한 사람은 그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15 영적인 사람은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지만,
그 자신은 아무에게도 판단받지 않습니다.
16 “누가 주님의 마음을 알아 그분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 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의 카파르나움 고을로 내려가시어,
안식일에 사람들을 가르치셨는데, 32 그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33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34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35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마귀는 그를 사람들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치기는 하였지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그에게서 나갔다.
36 그러자 모든 사람이 몹시 놀라, “이게 대체 어떤 말씀인가?
저이가 권위와 힘을 가지고 명령하니
더러운 영들도 나가지 않는가?” 하며 서로 말하였다.
37 그리하여 그분의 소문이 그 주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2코린 4,1-2.5-7)와 복음(루카 22,24-30)을 봉독할 수 있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됩니다. 마귀가 예수님께서 누구신지 알고,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루카 4,34)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주, 어떤 주장이 교리에 맞는지 그 여부를 따집니다. 물론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스도교를 믿는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그 교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들이 있고, 이를 식별하지 못한다면 이름뿐인 신자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교리를 정확히 안다고 모두 좋은 그리스도교 신자가 될까요?
오늘 복음에서 마귀는 예수님께서 누구신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요셉의 아들이라고만 여기며 벼랑에서 떨어뜨리려 하였던 나자렛 사람들보다 나아 보입니다. 나자렛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던 것을 마귀는 인정합니다.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4,34). 아직 제자들도 그렇게 말할 수 없던 때입니다. 마귀는 그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선포합니다. 적절한 말은 아니지만, 그는 자신이 예수님보다 힘이 약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예수님께 순종해서 떠나가기까지 합니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예수님을 자신의 구원자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길, 진리, 생명이시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자신을 멸망시키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방해하시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신 예수님과 나의 관계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그 사실은 여러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예수님께서 누구신지를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안소근 실비아 수녀)
가난하고 고통 받는 백성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사하던 사랑스러운 교황님!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그레고리오 교황님은 얼마나 탁월하고 출중한 인물이었던지 이름 앞에 대(大)자를 붙입니다. 성인 중의 대 성인, 교황님 중에 대 교황님으로 불릴 만큼 교회사 안에 그분이 남긴 족적이 정말 탁월합니다. 그는 얼마나 명석했던지 서방교회 4대 교부 가운데 한분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레고리오는 540년경 로마에서 출생합니다. 그의 가문은 정말 대단한 귀족가문인 동시에 부유한 가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혈통만 훌륭한 귀족가문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 측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훌륭한 가문이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가문이었던지 교황님을 두 명(펠리체 3세 교황, 아가피토 교황)이나 배출할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일찌감치 법학공부를 시작한 그레고리오는 572년 공부를 끝내고 서른 살도 되기 전에 로마 총독으로 부임합니다. 당시 시국은 어수선하기가 극에 달했고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습니다.
가난한 백성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로 극심했습니다. 로마 총독 시절 그레고리오가 직면했던 수많은 현실적 문제들, 그 문제들을 해결하고 극복해나가기 위해 흘렸던 땀은 그가 나중에 교황직을 수행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로마 총독이라는 직책은 그레고리오를 결코 만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첼리오의 성 안드레아 수도원에 입회하게 됩니다. 그레고리오가 체험했던 짧은 수도생활은 그의 인생 여정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깊은 묵상 중에 선물로 받았던 소중한 하느님 체험, 성경을 열심히 읽고 공부하던 가운데 얻었던 충만한 기쁨과 희열, 열정적인 기도 분위기는 그가 나중에 수많은 사목적 걱정거리들을 껴안고 살아야 했던 교황 시절 영원한 향수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꿈결같이 행복했던 순간은 잠시였습니다. 펠라지오 교황님은 그를 부제로 서품하면서 콘스탄티노플 교황대사로 파견합니다. 그곳에서 로마와는 사뭇 다른 비잔틴 문화를 이해해가면서 열정적 사목체험을 해나가던 그레고리오였는데, 그를 끔찍이도 아꼈던 교황님은 그를 그냥 두지 않습니다. 다시 로마로 불러들여 당신의 비서로 임명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그가 모셨던 펠라지오 교황님이 당시 창궐했던 페스트에 걸려 돌아가시고 맙니다. 그러자 즉시 그레고리오를 후임 교황으로 임명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깜짝 놀란 그레고리오는 이리저리 도망까지 다니며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백성들의 요구를 마냥 물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교황직을 수락하고 590년 교황좌에 오릅니다.
착좌하자마자 그레고리오 교황님은 즉시 사목에 뛰어듭니다. 사회 일이건 교회 일이건 상관하지 않고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며 수많은 일들을 척척 해나가셨습니다. 교회의 성장과 쇄신을 위해 800여 통이나 되는 사목서한을 썼습니다.
각 교구 주교들이나 사제들, 아빠스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수시로 전문가적 자문을 구하기 위해 그레고리오 교황님께 편지를 썼고 교황님은 매일 수많은 질문들과 산적한 고민거리들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맸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레고리오 교황님은 지혜로운 평화의 전도사였습니다. 당시 비잔틴 제국과 롬바르디아, 이탈리아 사이 미묘한 신경전, 실제적 국지전이 벌어지곤 했는데, 그레고리오 교황님은 그들을 착한 목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들 사이에 형제적 친교, 평온한 동거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셨습니다.
젊은이들의 회개, 여러 유럽 국가들, 하느님을 믿지 않은 수많은 이교도 백성들은 교황님에게 있어 끊임없는 기도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렇게 그레고리오 교황님은 사목적, 신앙적, 영적 측면에서의 아버지이기도 하셨지만 동시에 사회 변화, 사회 개혁의 주인공이셨습니다. 그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까 하는 걱정들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지나친 일과 일상적 과로로 인해 교황님의 건강은 점차 악화되어 갔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가난한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정말이지 하느님 안에 푹 잠긴 인간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언제나 그의 영혼과 내면 안에 굳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힘으로 가난한 백성들을 정성껏 섬겼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던 절망의 시대 그는 평화를 건설하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백성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사하던 사랑스러운 교황님이셨습니다.
누가 가장 마귀 같은 사람인가?
전삼용 요셉 신부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예수님을 보자 마귀가 이렇게 소리 지릅니다.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오늘은 마귀의 정체를 알아보려 합니다. 마귀는 일단 예수님이 누구인지 압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이 하느님의 능력에 휘둘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 그들이 느끼는 기쁨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을 이기는 쾌감’입니다. 이는 모든 죄에 다 들어있고 모든 죄의 밑바탕입니다.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은 자연을 보고 일어나는 사건을 보고 양심을 보고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핑계로 믿지 않습니다. 벌써 여기에는 하느님을 이기는 즐거움이 스며있습니다.
그런데 더 마귀와 같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을 믿으면서도 이기려는 존재들입니다. 그 대표적인 존재가 가리옷 유다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수많은 기적과 가르침을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을 팔아넘겨 죽게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얻어지는 쾌감은 얼마나 클까요? 물론 그 쾌감이 자기를 마귀로 만든다는 것을 모릅니다.
예수님은 교회를 당신 자신과 동일시하셨습니다. 진짜 마귀는 교회 안에 있습니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믿으면서 교회를 이기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교회의 정통 가르침인 지옥과 연옥 등을 부정합니다. 하느님이 자녀를 만들고 불지옥에 보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교회가 2,000년 동안 믿어오던 것보다 자기 혼자의 생각이 더 옳다고 여깁니다. 여기서 느끼는 승리의 쾌감은 매우 클 것입니다. 그러나 마르틴 루터처럼 결국엔 교회 전체를 분열시키는 악마와 같은 사람입니다.
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이 계심을 알면서 하느님의 뜻에 자신이 변하기를 원하기보다는 자신이 하느님을 변화시키려 합니다. 마치 내 뜻이 하느님의 뜻보다 더 나를 위해 옳다고 믿는 것처럼.
춘천교구 겟세마니 피정의 집 원장이신 김학배 안젤로 신부가 PBC 강의에서 이런 일화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사제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 임신한 자매가 기도해 달라고 오셨다고 합니다. 무슨 기도를 해 드려야 하느냐고 묻자 자기가 딸이 여섯인데 꼭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청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시댁 식구들이 안 믿는 사람들인데 이번에도 딸이면 자신까지 아예 성당에 못 나오게 될 판이라는 것입니다. 생명과 성별을 결정하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어쨌건 신부님은 기도해 주었는데 다행히 아들을 출산해서, 온 시댁 식구들도 아기의 세례식 때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약 20년이 지나 신부님이 피정의 집에 있을 때, 그 자매님이 순례자들과 함께 오셔서 너무 반가웠는데, 그 자매님은 슬픈 표정으로 면담을 요청하였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부님이 기도해서 낳은 아들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큰 사고들을 많이 쳐서 이제는 그 아이가 온 집안의 걱정거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아무것도 청하지 말라는 말인가요? 청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녀의 특권입니다. 그러나 결정은 부모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까지 바꾸려 해서는 안 됩니다.
악마가 아니라 천사가 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 한 자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얼마 전부터 매일 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 좋은 일만 계속 일어났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이전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뚜껑이 열렸을텐데 참아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심하게 걱정해야 할 상황에서도 담담할 수 있었습니다. 기도는 내가 주님께서 뜻을 바꾸기를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주님의 힘에 내가 변화되기 위해 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악마의 성향에서 천사의 성향으로 변화되는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궁에서는 그분 뜻에 의해 내가 변화되고 성장하는 것이지 부모가 내 뜻대로 변하게 되는 것이 아님을 아는 일입니다.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제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로 간다. 내가 아버지께로 가면 너희에게 ‘협조자’이신 진리의 영이 함께 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로 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하다.” 말씀과 표징으로 복음을 전하시고,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신 예수님께는 새로운 계획이 있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틀’에서 ‘육체’의 옷을 입으셨던 예수님께서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영인 ‘협조자’이신 진리의 영이신 성령께서 함께 하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그것이 제자들에게 더욱 유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행전은 성령강림의 생생한 현장을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성령과 함께 하면서 제자들은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성령과 함께 하면서 제자들은 굳셈의 은사를 받았습니다. 성령과 함께 하면서 제자들은 지혜의 은사를 받았습니다. 성령과 함께 하면서 제자들은 말씀의 은사를 받았습니다.
저도 성령의 은사를 느낀 적이 있습니다. 1992년입니다. 새벽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교우분이 아프다는 전화였습니다. 저는 병자성사를 준비해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자매님은 하혈을 많이 하셨고, 의사 선생님은 힘들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병자성사를 드리면서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기를 청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뜨거운 기운을 느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셔서, 자매님은 사랑하는 딸의 첫 영성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32년이 지났지만, 저는 그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1994년입니다. 패혈증으로 입원한 형제님을 만났습니다. 병자성사를 드리기 전에 저는 형제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형제님의 가슴에는 패혈증 보다 더 심각한 원망과 분노가 있었습니다. 형제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원망과 분노도 사라졌습니다. 용서와 사랑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병자성사를 드리면서 뜨거운 기운을 느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셔서, 형제님은 사랑하는 딸들과 함께 주일 미사에 참례하였습니다. 부족한 제가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도, 허물 많은 제가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도 모두 성령께서 저를 이끌어 주시고, 보살펴 주셨기 때문임을 믿습니다.
주변을 보면 성령과 함께 지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깨끗하고, 생각이 바른 분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봉성체를 하려고 나서는데 자매님 두 분이 제게 부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신장 투석하는 어르신이 있는데 함께 가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분이 생일이라, 간단한 음식을 준비했다고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봉성체 가는 어르신과 같은 분이었습니다. 마음이 통하니, 뜻도 통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르신에게 같이 갔습니다. 저는 성체를 모셔 드렸고, 자매님들은 어르신의 생일잔치를 해 드렸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교우들이 따뜻한 마음을 모았습니다. 남편과 아들을 간병하는 자매님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해서 드리는 분이 있습니다. 병원비를 돕고 싶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작은 정성을 모아서 전달해 드렸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틀을 뛰어넘는 협조자이신 성령은 따듯한 사람들의 마음에 함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면, 내가 양심의 부끄러움을 알고 뉘우치고 있다면, 욕심을 버리고 겸손하게 살고 있다면, 사람의 일보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는다면 성령께서 함께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현세적 인간은 하느님의 영에게서 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주님의 마음을 알아 그분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의 성인
성 그레고리오 1세(대)(Gregory I the Great)
신분 : 교황, 교회학자
활동연도 : 540?-604년
같은이름 : 그레고리, 그레고리우스
부유한 귀족 고르디아누스(Gordianus)의 아들로 태어난 성 대 그레고리우스 1세(Gregorius I, 또는 그레고리오)는 로마(Roma)에서 교육을 받았고, 랑고바르드족(Langobard)의 이탈리아 침략이 로마를 위협하고 있을 당시에는
로마의 장관이었다.
수도생활을 오랫동안 꿈꾸어 왔기 때문에 그는 574년경에 로마와 시칠리아(Sicilia)에 수도원을 세우고 35세경에 수도자가 되었다. 579년부터 585년까지 그는 콘스탄티노플의 교황 대사로 활약하다가, 5년 후에 자기 수도원으로 돌아온 뒤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수도자가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교회법령을 정비하고 무능한 성직자들을 해임시켰으며, 막대한 경비를 들여 자선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는 지혜롭게 교황청 재산을 관리했고, 랑고바르드족(Langobard)으로부터 포로들을 석방시켰으며, 부당한 박해를 받던 유대인들을 보호하고, 기근의 희생자들을 구호하였다. 593년 그는 랑고바르드족 침략군을 설득하여 로마를 평정시켰으므로 랑고바르드족의 왕과 함께 평화의 수호자로 존경을 받았다. 그는 위대한 주교이자 정치인이었다.
또한 그의 학덕은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레굴라 파스토랄리스’(Regula Pastoralis, 주교의 직책과 의무), ‘모랄리아’(Moralia, 욥기 주해), ‘대화집’을 비롯하여 800여 통의 서한들 속에 담긴 그의 사상은 서방교회의 공식 예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유럽의 역사에도 큰 발자국을 남겼다.
그는 잉글랜드(England)의 개종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고, 교황권이 교회의 최고 권위임을 재확립하였으며, 교황을 일컫는 칭호인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란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위대한 설교가였고, 로마 전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결과, 그는 '그레고리안 성가'의 편집자로 추앙받는다.
또한 베네딕토 수도회를 면속시켜 교황의 권위 하에 두었다. 그는 라틴 교부의 일원으로 공경을 받으며 중세 교황직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그는 604년 3월 12일 로마에서 선종하여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장되었고, 사후 즉시 시성되었다. 축일은 그가 로마의 주교로 축성된 9월 3일에 기념한다.
성 시메온 (Simeon)
활동년도 : 517-592년
신분 : 은수자,주행자
지역 :
같은 이름 : 시므온
안티오키아(Antiochia) 출신의 주행자인 성 시메온은 다섯 살 때에 부친을 잃었고, 일곱 살 때부터 성 요한 주행자로 널리 알려진 분의 지도아래 주행자가 되어 68년 동안 기둥 위에서 살았다. 20세쯤 되었을 때부터 그의 성덕이 널리 알려졌고, 또 군중이 수없이 몰려들므로 안티오키아와 가까운 산위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점으로 숨어들었다. 30세 때에 그는 어떤 환시를 보고 이에 따라 수도원을 세웠으며, 33세 때에는 그의 기둥 위에서 사제로 서품을 받았다. 거대한 군중이 연일 몰려드는 이유는 그의 성덕과 영적 지혜 그리고 예언과 기적 때문이었다. 특히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전혀 먹지도 않고 잠자지도 않고 지낸 것으로 유명하였다.
성녀 페베 (Phoebe)
활동년도 : +1세기경
신분 : 사도들의 제자
지역 :
같은 이름 : 포이베
성녀 페베(또는 포이베)는 코린토스(Corinthos)의 켄크레아 교회에서 봉사하던 여교우로서 성 바오로(Paulus)에 의하여 로마(Roma)의 신자들에게 소개된 인물이다. 그녀는 사도들의 전교 사업을 적극 도와주었다. 성녀 페베는 사도 바오로의 편지를 들고 직접 로마 교회에 전달한 장본인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