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성 대 그레그리오 교황 학자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토마스의 불신은
오히려 우리의 신앙을 굳건히 하는 데 유익하다고 말했습니다,
토마스의 모습을 잘 성찰하면서 신앙의 확신과 성숙의 계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오늘날 더욱 절실합니다, 계시 진리에 대한 믿음 앞에서 주저하고 입증된 것과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과학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오늘의 신앙인들은 토마스가 그들 자신의 숨은 생각을 대신 말해 준 것처럼 느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학자이자 철학자로서 체코의 종교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유명한 토마스 할리크 신부는 토마스 사도의 불신을 과학주의와 신앙의 대립으로 해석하는 것과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고 초대합니다,
평생을 무신론자들과 대화에 노력하고 있는 그는, 예수님께서 토마스 사도에게 이미 죽은 라자로의 집으로 가자고 하셨을 때 토마스는 주님을 위해 죽을 각오를 했던 사람임을 기억합니다,(요한 11.16)
그러한 그에게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이후에 들려온 부활 소식은 '너무 행복한 결말'처럼 느꼈을 것이라고 할리크 신부는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토마스의 불신은 세상의 고통과 불의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신앙의 문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진하게 고뇌하며 질문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상처에 손을 대는 것'만이 토마스가 사로잡혀 있는 고통의 기억에서
부활의 확신으로, 의심의 태도에서 확신 어린 투신으로 변모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아십니다,
'상처는 상처로 남아 있되' 그 안에서 죽음마저도 넘어서는 사랑의 힘을 발견한 토마스는 부활하신 예수님께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주님의 상처를, 나의 상처를, 형제의 상처를, 그리고 세상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똑바로 바라볼 때 우리는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됩니다, 상처를 만지며 더듬거리는 손길 속에서, 보지 않고도 주님을 믿는 우리 신앙의 확신은 조금씩 자라날 것입니다.
'주님이신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불타는 가시덤불 안에서 당신을 드러내셨다,
하느님의 외 아드님, 우리의 주님이시며 하느님이신 그분께서는 십자가의 불타는 고통 안에서 당신을 드러내셨다,
오직 우리가 지신의 십자가를 지고 다른 이의 십자가를 질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바로 그분의 상처인 세상의 상처를 우리에게 분명하게 던져진 요구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분의 음성을 알아듣게 될 것이다.(토마스 할리크,[상처를 만져라]에서.'
토마스의 불신앙은 우리의 모습이니, 우리도 그분의 신앙을 본받아야 합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2021년 7/3 성 토마스 사도 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