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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뢰삼배통(正賴三杯通)
석 잔 술이면 대도에 통하는 것을
正 : 바를 정(止/1)
賴 : 의지할 뇌(貝/9)
三 : 석 삼(一/2)
杯 : 잔 배(木/4)
通 : 통할 통(辶/7)
북송(北宋)의 시인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글로, '소식문집(蘇軾文集)'에 나오는 '사당기(思堂記)'이다.
虛而明(허이명)
텅 비면서 맑아지고
一而通(일이통)
하나이면서도 통한다
安而不懈(안이불해)
편안하되 해이해지지 않고
不處而靜(불처이정)
은거하지 않아도 조용하며
不飮酒而醉(불음주이취)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하고
不閉目而睡(불폐목이수)
눈감지 않고도 잘 수 있다
소동파가 술을 통해 빈 마음을 얻고, 나아가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하는 선적(禪的)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였음을 보여준다.
술을 통한 소동파의 깨달음(?) 과정을 한번 보자. 소동파는 창작에서도 술이 영감의 흥취를 배가시킨다고 했다. 그리고 술이 창작의 계기를 만들고 증폭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고 했다.
吾酒後乘興作數十字
나는 술 마신 후에 흥이 나 수십 자를 쓰면
覺酒氣拂從十指出也
술기운이 일어서 열 손가락으로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大是妙語(대시묘어)
그게 묘어이다.
또한 화도음주이십수(和陶飮酒二十首) 기십칠(其十七)에서는 '술이 마음을 호탕하게 해 우주의 대도(大道)에 통하게 한다'고 했다.
(…)
無事時一中(무사시일중)
일 없을 때 술 마심을 낙으로 한다
誰言大道遠(수언대도원)
누가 대도를 멀다 하리오
正賴三杯通(정뢰삼배통)
석 잔 술이면 대도에 통하는 것을
58세 때 지은 '중산송료부(中山松醪賦)'에서 말하였다.
曾日飮之幾何(증일음지기하)
일찍이 날마다 술 마신 지 얼마인가
覺天刑之可逃(각천형지가도)
천형의 병이 달아남을 깨닫는다
소동파는 술이 창작의 촉매제가 됨은 물론 술을 마심으로써 마음이 호탕해져 우주의 대도와도 통하고, 천형의 병이 다 나아 마침내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술과 예술은 맥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어느 예술인은 "아, 안타깝게도 소동파가 나보다 한발 앞서 깨달았구나"라고 한탄할지 모르겠다.
[참고 1]
사당기(思堂記) / 소식(蘇軾)
아! 나는 천하에 생각이 없는 자다. 일을 당하면 곧 말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면 최선이 아니고, 이미 말하고 나서 생각하면 소용이 없다. 평생을 이렇게 사니 생각을 모르는 자로다.
말은 마음에서 나와 입에 부딪히는데, 토해내면 남을 거스르고 삼키면 나를 거스르니, 나는 차라리 남을 거스르는 쪽으로 한다. 그러므로 마침내 토해내는 것이다.
군자는 선(善)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듯이 하고 불선(不善)에 대해서는 나쁜 냄새를 싫어하듯이 한다. 어찌 일을 당한 뒤에 생각하여 미추를 따져보고 나서야 피하거나 취하겠는가.
의리에 임하여 이익을 생각하면 의로운 일을 결행하지 못할 것이고, 전쟁에 임하여 살 것을 생각하면 싸움에 전력하지 못하게 된다. 곤궁하거나 현달한 것, 얻는 것과 잃는 것, 죽는 것과 화복을 받는 것, 이런 것들은 나에게 명(命)이 있는 것이다.
젊었을 때 은자를 만났는데 그가 말하기를 "도에 가까워지려면 생각을 적게 하고 욕심을 적게 하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과 욕심이 이처럼 똑같은가요?"하고 물으니, 그는 "생각은 욕심보다 심한 것이 있다네" 하고는 뜨락에 물을 받아 놓은 두 개의 양동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 양동이는 개미구멍이 있어 새고 있고, 저쪽 양동이는 일부러 날마다 한 되씩 퍼다가 버린다면 어느 쪽이 먼저 마를까?" 나는 말했다. "개미구멍이 있는 쪽이 먼저 마를 것입니다."
생각은 이와 마찬가지다. 생각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 은미하여 드러나지 않으니, 은자의 말이 내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나는 생각을 적게 하리라. 생각하지 않는 즐거움을 무어라 이름할 수 없다. 비었지만 환하고, 한결같지만 통하고, 편안하지만 게으르지는 않고, 머물러 있지 않아도 고요하며, 술 마시지 않아도 취하며, 눈을 감지 않아도 잠들 수 있다.
이런 의미를 가지고 '(사당思堂)'에 대한 기문(記文)을 짓는다는 것이 혹 어긋난 일은 아닐까?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에는 각각 합당한 것이 있다.
만물에는 나란히 자라면서도 서로 해치지 않음이 있고, 도는 아울러 행해지면서도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주역'에 "생각함이 없다", "함이 없다"라 하였으니, 나는 그런 것을 배우기를 원한다.
[참고 2]
음주 20수(飮酒 二十首)
중국 진(晉)나라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시이다.
結盧在人境(결로재인경)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사람사는 곳에 오두막을 지었지만, 수레 끄는 소리 말 울음소리로 시끄럽지 않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어찌 그럴 수 있냐고?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도 절로 외딴 곳이 되는 법.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멀리 남산을 바라보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산 기운은 해 저물어 아름답고, 새들은 짝 지어 돌아오누나.
此中有眞意(차중유진의)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이 가운데 참뜻이 있어, 말로 드러내려다 할 말을 잊고 말았네.
도연명은 한때 관리 생활을 하기도 하였으나 오두미(五斗米), 곧 관리가 녹봉으로 받는 다섯 말의 쌀 때문에 향리의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며 사직하고는 전원에 은거하였다.
관직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시가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이며, 탈속한 전원의 삶을 노래한 작품으로 '귀전원거(歸田園居)'와 '음주(飮酒)' 등이 있다.
도연명은 술을 마시면서 느낀 감흥을 '음주(飮酒)'라는 제목에 담아 모두 20수의 시를 남겼는데, 위의 시는 제5수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몸은 비록 속세에 있지만 마음이 속세의 명리(名利)를 떠나 있으므로 찾아오는 사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문앞이 항상 조용하다.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은자(隱者)의 탈속한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음주 20수(飮酒二十首)는 도연명은 깊은 산속에 있어서 세상일의 간섭을 받지 않았다. 깊은 가을밤 마침 좋은 술이 생겨서 그것을 마신다. 혼자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다. 취한 후에는 시의 흥취가 생겨서 시를 지었다.
그 다음 날 술이 깬 후 이를 다시 수정하였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정리를 부탁하였다. 관리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과 전원생활의 감상을 담담하게 표현하였다.
도연명(陶渊明)의 자는 원량(元亮)이고 이름은 잠(潛)이다. 호는 집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다고 하여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하였다.
심양(潯陽)의 시상(柴桑) 출신으로, 현재는 장시[江西]성 지우장[九江]이다. 동진(東晋) 말에서 남송(南宋) 초기의 시인이자 문학가이며 산문가이다. 서진(西晉)의 유명한 장수 도간(陶侃)이 증조부였지만, 가정 형편이 부유하지는 않았다.
29세에 벼슬길에 올라 강주제주(江州祭酒)로 시작하여 건군참군(建威参軍)과 진군참군(鎭軍参軍) 등을 지냈다. 그러나 벼슬살이에는 큰 뜻이 없었기에 41세 때 누이의 죽음을 핑계로 팽택현령(彭澤縣令)을 사임한 후 전원으로 돌아간다.
이때 관리를 그만둔 이유를 '귀거래사혜(歸去來兮辭)'로 쓴다. 귀향하여 직접 농사를 지었고, 이를 계기로 전원생활에 대한 작품을 창작한다. 그후 62세에 생을 마친다.
그는 13년의 관리생활을 제외하고는 줄곧 시골 전원에서 생활하였다. 그래서 당시의 사치스런 귀족적 생활을 노래한 궁정시와는 달리 일반 백성들의 삶을 노래한 작품이 많다.
그의 작품에는 순수하고 진실된 표현이 많다. 그의 시풍은 훗날 전원시를 쓰는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시는 4언체 9수와 5언체 47편이 있다. 그 외에 산문 '도화원기(桃花源記)'와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이 있고, 지괴(志怪)소설 '수신후기(搜神後記)'가 있다.
도연명이 관리생활을 할 당시 동진(東晋)은 북으로부터 이민족의 침입이 있었고, 몇 차례의 북벌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동진 안에서도 지방의 군벌 세력들이 등장하면서 세력이 커지고 많은 전쟁 등으로 백성들의 생활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도연명은 벼슬살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전원에 돌아온다. 이 작품은 관리생활을 그만둔 후 전원에 돌아와서 생활하던 시기인 416년 가을에, 위와 같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썼다.
오언(五言)시로서, 서문이 있고 20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주제는 음주를 통하여 관직생활에 대한 감상과 전원생활의 즐거움이다. 이와 관련하여 도연명은 음주시의 창작 동기를 서문에서 보여준다.
余閑居寡歡, 兼秋夜已長.
나는 한가하게 사느라고 기쁜 일이 적고 거기다 가을밤이 이미 길어졌다.
偶有名酒, 無夕不飮.
우연히 좋은 술이 생겨 저녁이면 으레 그것을 마신다.
顧影獨盡, 忽焉復醉.
내 그림자를 돌아보며 혼자서 다 마셔버리면 어느 틈에 또 취한다.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취해버린 후에는 곧 몇 구절을 써서 혼자서 좋아하고는 했다.
紙墨遂多, 辭無詮次.
쓴 종이가 마침내 많아지고 글에 차례가 없어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잠시 친구에게 그것들을 청서시켜 즐겁게 웃어 볼거리로 삼는 것일 따름이다.
관리생활을 그만둔 후에 사는 데 즐거움이 적었는데 마침 술이 생겨서 그것을 마시게 되었다. 술에 취한 후에 시 몇 구절이 생각나서 적어두었고 다음 날 술이 깬 후에 보니 순서도 맞지 않고 엉망인 것을 다시 고쳐 썼다. 그런 후에 이를 친구에게 보여 다시 고쳐보고 읽어보려 했다는 것이다.
작품의 주제에서 언급했듯, 음주시는 관리생활의 감회와 음주에 관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먼저 관리생활의 감회를 살펴보면 도연명은 관리생활을 생활고 때문에 시작했었다고 한다.
원문 20편의 일부를 발췌하여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行行向不惑, 淹留遂無成.
어언간 불혹의 나이로 다가섰어도, 그대로 머물러 있고 전연 성취한 게 없다.
竟抱固窮節, 飢寒飽所更.
마침내 곤궁에 굳게 사는 절개 안고서 굶주림과 추위를 물리도록 겪었다. (제16수)
관리생활을 가난 때문에 해서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와 해결책으로 전원으로 돌아가야 함을 보여주었다.
제4수와 제12수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자신의 주관을 지켜야 하고, 제11수처럼 인생에서 물욕과 명예욕을 떨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연명은 제6수처럼 세속의 시비를 떠나 전원에서 살겠다고 다짐을 한다.
託身已得所, 千載不相違.
몸 의탁하는 데 이미 옳은 곳 얻었으니, 천년이라도 떠나가지 않을 것이다.. (제4수)
자기가 있을 곳은 전원이니 세상으로 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杜門不復出, 終身與世辭.
문을 닫고 다시는 나가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세상과 끊어버렸다
(중략)
去去當奚道, 世俗久相欺.
가버려라 가버려 또 무엇을 말하려는가, 세속에선 오래도록 속여왔는 걸
擺落悠悠談, 請從余所之.
쓸데 적은 말 집어치워 버리고, 나 가는 곳으로 따라오시라.
(제12수)
세속을 버리고 자기가 정한 데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였다.
雖留身後名, 一生亦枯槁.
죽은 후의 명성을 남기기는 하였으나, 살아생전엔 역시 비쩍 말라 지냈다.
死去何所知, 稱心固爲好.
죽어버리면 무엇을 알겠는가? 마음에 맞게 사는 게 본래 좋은 것이다. (제11수)
行止千萬端, 誰知非與是.
나서고 그치는 것이 여러 가지인데, 그 옳고 그름을 누가 알겠는가
是非苟相形, 雷同共譽毁.
옳고 그른 것이 나타나기만 하면, 뇌화 부동하여 칭찬과 헐뜯음같이 한다. (제6수)
그래서 관리를 그만두고 전원에 돌아오게 되고(제17수), 그래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살고(제5수), 전원에 돌아온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하고 있다(제10수).
行行失故路, 任道或能通.
이래저래 지내는 틈에 본래의 길 잃었지만, 정도에 따르면 혹 통할 수 있을 게라.
(제17수)
관리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주관을 잃었지만 전원에 돌아가서 다시 자신을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였다.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 따다가 멀리 남쪽의 산을 본다.
(중략)
此中有眞意, 欲辯已忘言.
이 가운데에 참뜻이 들어 있으나 따져서 말하려 해도 이미 말을 잊어버렸다. (제5수)
자연에 있는 것이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傾身營一飽, 少許便有餘.
힘을 다해서 한바탕의 배부름 얻으려 들면 약간만 하여도 남음이 있다.
恐此非名計, 息駕歸閑居.
아마도 그것이 좋은 계획 아닌 듯해서 가던 길 멈추고서 돌아와 한가히 산다. (제10수)
다음으로 도연명은 술을 마시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제1수의 표현처럼 술을 마시는 자는 아무나 마시는 것이 아니어서,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사는 사람만 마시는 것이라고 제9수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제14수처럼 술 속에는 참뜻이 있어 역사의 옳지 못함 속에서 자신은 자기의 길을 가겠다고 제20수에서 말하고 있다.
결국 전원에 돌아와서 하는 음주가 자신에게 세상의 근심을 잊게 해주는 물건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7수의 표현처럼 행복하게 생활한다는 것이다.
達人解其會, 逝將不復疑.
통달한 사람은 그 이치를 터득하여 다시는 의심하지 않는다.
忽與一觴酒, 日夕歡相持.
홀연히 한 잔 술과 저녁이면 기꺼이 상대를 한다.
(제1수)
紆轡誠可學, 違己詎非迷.
적당히 벼슬 사는 일은 비록 배울 만하지마는 자기를 어기는 것이 어찌 미혹됨이 아니겠나요.
且共歡此飮, 吾駕不可回.
잠시 함께 이 술이나 즐기십시다, 내 가는 길은 돌릴 수가 없어요.
(제9수)
不覺知有我, 安知物爲貴.
나 있음 깨닫지 못하는 터에 물건 귀한 것 어찌 알겠나
悠悠迷所留, 酒中有深味.
그칠 줄 모르면서 머물 곳 못들 찾지만 술 속에는 깊은 맛 들어 있다.
(제14수)
若復不快飮, 空負頭上巾.
만약에 통쾌하게 마시지 않는다면 부질없이 머리 위의 건을 저버리는 것이라
但恨多謬誤, 君當恕醉人.
다만 잘못됨 많을 것이 한스럽지만 그대는 취한 사람을 용서할 테지. (제20수)
汎此忘憂物, 遠我遺世情.
이 근심 잊게 하는 물건에 띄워 내가 세상 버린 심정을 멀리 밀어낸다
(중략)
聊復得此生.
잠시나마 또 이 삶에 신명이 난다.
이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와 서술기법을 살펴볼 때, 도연명이 서문에서 밝혔듯 음주시는 술 취한 후 쓴 것이고, 한 번에 전부를 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서로 관련성이 적은 각 편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주제재인 술은 예나 지금이나 문학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시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시인들에 의해 작품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도연명만큼 음주라는 제목으로 20수나 남긴 시인은 없다. 음주시가 그의 작품에서 오언시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도연명은 작품 속에서 자신의 고결한 도덕심과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 정취를 표현하였다.
조선시대 성리학자 이황(李滉)도 이 작품에 화답하여 20수에 같은 운을 사용하여 시를 지었는데, 이것이 바로 '화도집음주이십수(和陶飮酒詩二十首)'이다.
작품 속의 명문장으로 두문불출(杜門不出)이 있다. 제12수의 "문을 닫고 다시는 나가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세상과 끊어버렸다(杜門不復出, 終身與世辭)"라는 구문에서 '두문불출(杜門不出)'이 나오는데, 이는 아무 곳도 나가지 않고 틀어박혀 있는 상태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다음은 도연명의 '음주20수'에 화답하여 지은 20수 가운데 네 번째 시입니다.
我本山野質, 愛靜不愛暄.
내 본래 산과 들 좋아하는 체질이라, 조용함은 좋아해도 시끄러움은 사랑하지 않네
愛暄固不可, 愛靜亦一偏.
시끄러움을 좋아하는 것 실로 옳은 일은 아니지만, 조용함만 좋아하는 것 또한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라네.
君看大道人, 朝市等雲山.
그대 큰 도를 지닌 사람들 보게나, 조정과 저자를 구름 낀 산과 같이 여긴다네
義安卽蹈之, 可往亦可還.
의리에 맞으면 곧 나갈 것인데, 갈 수도 있고 돌아올 수도 있다네.
但恐易磷緇, 寧敦靜修言.
다만 걱정되는 것은 쉽게 갈리고 물들여지는 것이니, 어찌 조용히 몸 닦으라는 말을 돈독히 하지 않으리오.
[참고 3]
陶淵明 飮酒詩 1~20首
飮酒詩 序文(음주시 서문)
余閑居寡歡, 兼比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나는 조용히 살다 보니 달리 즐거운 일도 없고, 게다가 요즘 밤도 길어졌는데 우연히 귀한 술이 생겨, 저녁마다 빼놓지 않고 마시게 되었다.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등불에 비췬 내 그림자를 벗 삼아 마시다 보니, 혼자서 다 비우고 금방 취해 버렸다. 취하고 나면 자주 시 몇 구를 지어 보고 혼자서 흐뭇해하곤 했다.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시를 적은 종이가 제법 되지만 글의 앞뒤 순서가 맞지 않아, 그냥 친구더러 다시 정서해 달라고 했다. 그것은 다만 같이 기쁘게 웃을 거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飮酒-1
衰榮無定在(쇠영무정재)
쇠락과 영달은 정해진 게 아니며
彼此更共之(피차갱공지)
바뀌고 서로 돌게 마련이거늘
邵生瓜田中(소생과전중)
오이 밭을 가는 소평(邵平)이
寧似東陵時(녕사동릉시)
동릉후였다고 누가 알겠는가?
寒署有代射(한서유대사)
춥고 더운 세월 바뀌는 계절같이
人道每如玆(인도매여자)
인간의 삶도 그와 같으리라
達人解其會(달인해기회)
통달한 사람은 그런 이치를 터득하고
逝將不復疑(서장불부의)
그것을 다시는 의심치 않는다네
忽與一樽酒(홀여일준주)
홀연히 한 동이 술이 생기었으니
日夕歡相持(일석환상지)
밤낮으로 기꺼이 술 마시며 즐기리라
飮酒-2
積善云有報(적선운유보)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 했는데
夷叔在西山(이숙재서산)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었다
善惡苟不應(선악구불응)
선과 악이 닦은 대로 되지 않으니
何事立空言(하사입공언)
어찌 빈 말만을 앞 세웠는가
九十行帶索(구십행대삭)
구십 노인 허리띠 줄이며 가난하게 살았거늘
飢寒況當年(기한황당연)
젊은 내가 이것을 못 참겠는가?
不賴固窮節(불뢰고궁절)
곤궁해도 꿋꿋한 절개에 힘입지 않는다면
百世當誰傳(백세당수전)
먼 후세에 어찌 이름 남기겠는가?
飮酒-3
道喪向千載(도상향천재)
대도(大道)가 사라진지 어느덧 천 년이구나
人人惜其情(인인석기정)
사람들은 서로가 정(情)주기를 꺼린다
有酒不肯飮(유주불긍음)
술이 있어도 함께 마시려 하지 않고
但顧世間名(단고세간명)
오직 세속의 명리만 즐겨 찾네
所以貴我身(소이귀아신)
출세해서 화려하게 살더라도
豈不在一生(기부재일생)
짧은 한 평생에 지나지 않거늘
一生不能幾(일생부능기)
그 한평생인들 얼마나 되겠는가
倏如流電驚(숙여유전경)
한 순간의 번갯불 같은 것
鼎鼎百年內(정정백년내)
길어봐야 백년도 못 사는 인생
持此欲何成(지차욕하성)
부귀와 명리를 애써 얻어 무얼 하리오
飮酒-4
栖栖失群鳥(서서실군조)
무리를 이탈한 새 한마리가 불안하게
日暮猶獨飛(일모유독비)
해가 저물어도 여전히 혼자 날고 있구나
徘徊無定止(배회무정지)
둥지를 틀지 못하고 매양 배회하며
夜夜聲轉悲(야야성전비)
밤마다 더욱 서글피 운다
厲響思淸晨(여향사청신)
갑자기 날카롭게 우짖는 소리로 맑은 새벽을 맞이하며
遠去何依依(원거하의의)
멀리 날아갔으니 무엇을 바라고 의지하려 했을까?
因値孤生松(인치고생송)
그러다 홀로 외롭게 자란 소나무를 찾아
斂翮遙來歸(염핵요래귀)
먼 길 되돌아 날아와 날개 접고 쉬노라
勁風無榮木(경풍무영목)
세찬 비바람에 나무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此蔭獨不衰(차음독불쇠)
우거진 덤불 속에 홀로선 소나무
託身旣得所(탁신기득소)
이제 나의 몸 의지 할 곳 찾았으니
千載不相違(천재불상위)
천년토록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라
飮酒-5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초가삼간 집을 짓고 멀찌감치 살다보니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마차 시끄럽게 찾아오는 사람 없어서 좋구나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서글픈 마음에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생각하니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니 땅은 더욱 멀구나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꺽어들고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편하게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해질녘 산 기운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떠돌던 새들도 무리 지어 집으로 돌아오네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
여기에 자연의 참다운 뜻이 있으니
欲辯已忘言(욕변이망언)
말로서 표현하려 하나 이미 할 말을 잊었노라
飮酒-6
行止千萬端(행지천만단)
사람의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誰止非與是(수지비여시)
누가 잘 잘못 가리겠는가?
是非苟相形(시비구상형)
저마다 멋대로 옳고 그름 정해 놓고
雷同共譽毁(뇌동공예훼)
잘했다 못했다 부축이고 또는 헐뜯는다
三季多此事(삼계다차사)
은,하,주 삼대 이후 막 세상에는 더욱 더 하니
達士似不爾(달사사불이)
도통한 선비만이 사람 두고 편 가르지 않는다오
咄咄俗中愚(돌돌속중우)
참으로 가련한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且當從黃綺(차당종황기)
이런 일에는 마땅히 (진시황을 피해 산중으로 피신한) 황공(黃公)이나 기리계(綺里季)를 따라야 하느니
飮酒-7
秋菊有佳色(추국유가색)
아름다운 가을 국화 꽃
裛露掇其英(읍노철기영)
이슬이 내려앉은 꽃잎 따서
汎此忘憂物(범차망우물)
이 근심 잊으려 술에 띄워서 마시니
遠我遺世情(원아유세정)
속세와 멀어진 심정 더욱 간절하다
一觴雖獨進(일상수독진)
잔 하나로 혼자 마시다 취하니
杯盡壺自傾(배진호자경)
빈 술병과 더불어 쓸어지노라
日入群動息(일입군동식)
날 저물어 만물이 쉬는 때
歸鳥趨林鳴(귀조추림명)
날던 새도 둥치 찾아 돌아온다
嘯傲東軒下(소오동헌하)
동쪽 창 아래서 휘파람 부니
聊復得此生(요부득차생)
애오라지 이러한 삶을 다시 어디서 얻을까?
飮酒-8
靑松在東園(청송재동원)
동원에 서 있는 푸른 소나무
衆草沒其姿(중초몰기자)
풀에 묻혀 안 보이더니
凝霜殄異類(응상진이류)
서리에 다른 초목들이 시들자
卓然見高枝(탁연견고지)
높은 키 우둑 솟아 보이는구나
連林人不覺(연림인불각)
잡초에 가려 사람들이 몰라보았으나
獨樹衆乃奇(독수중내기)
홀로 남으니 더욱 당당 하구나
提壺掛寒柯(제호괘한가)
술병을 차디찬 솔가지에 걸고
遠望時復爲(원망시부위)
몇 차례 멀리서 바라보니
吾生夢幻間(오생몽환간)
이 내 삶은 한바탕 꿈과 허상이거늘
何事紲塵羈(하사설진귀)
무엇 때문에 속새의 굴레에 매여 지내는고?
飮酒-9
淸晨聞叩門(청신문고문)
아침 일찍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倒裳往自開(도상왕자개)
서둘러 옷 집어 입고 대문을 여니
問子爲誰歟(문자위수여)
누구냐 하고 묻는 내 앞에
田父有好懷(전부유호회)
착하게 생긴 농부가 서 있다
壺漿遠見侯(호장원견후)
멀리서 술 들고 인사 왔다며
疑我與時乖(의아여시괴)
세상과 떨어져 산다고 나를 이상히 여긴다
襤縷茅詹下(남루모첨하)
누차하게 띠 집에 산다하여
未足爲高栖(미족위고서)
고상하고 맑게 사는 삶이라 할 수 없다 하네요
一世皆相同(일세개상동)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듯이
願君汨其泥(원군골기니)
그대 또한 흙탕물 튀기며 함께 더불어 살라 하네요
深感父老言(심감부로언)
농부의 말에 마음 깊이 느끼는 바 있지만
稟氣寡所諧(품기과소해)
본시 타고난 성품이 남들과 어울리길 싫어하니
紆轡誠可學(우비성가학)
사는 태도 바꾸어 어울리는 것을 배울 수는 있으나
違己詎非迷(위기거비미)
자신을 어기는 것이 헷갈리는 것 같이 생각 되네요
且共歡此飮(차공환차음)
속뜻을 알았으니 가져온 술이나 마십시다그려
吾駕不可回(오가불가회)
본래 타고난 나의 본성은 돌릴 수가 없네요
飮酒-10
在昔曾遠游(재석증원유)
오래 전에 군대를 따라 멀리 갔는데
直至東海隅(직지동해우)
바로 동해 변방까지 갔다오
道路逈且長(도로형차장)
종군의 길은 낯선 길에 위험했지요
風波阻中塗(풍파조중도)
중도에 비바람이 심해 고생도 했다오
此行誰使然(차행수사연)
누구를 위해 그 고생을 했겠는가?
以爲飢所驅(이위기소구)
생각하니 가난에 몰려 간듯하오
傾身營一飽(경신영일포)
하지만 노력하면 주린 배는 채울 수 있고
少許便有餘(소허변유여)
젊은 나이면 먹고도 남을 것이지만
恐此非名計(공차비명계)
그 길이 명예로운 계책이 아니었으니
息駕歸閒居(식가귀한거)
가는 길 멈춰 전원으로 돌아와 한가히 산다오
飮酒-11
顔生稱爲仁(안생칭위인)
안연은 인(仁)을 행하여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았고
榮公言有道(영공언유도)
영공(榮公) 영계기(榮啓期)는 도통(道通)했다고 이름이 높았으나
屢空不獲年(누공불획년)
늘 삶에 허덕이다 일찍 죽었고
長肌至於老(장기지어노)
늙어서도 굶주림에 시달리며 살았다
雖留身後名(수류신후명)
비록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기기는 하였으나
一生亦枯槁(일생역고고)
평생 굶주리며 누차하게 살았으니
死去何所知(사거하소지)
죽은 후엔들 어찌 알겠는가
稱心固爲好(칭심고위호)
살면서 마음 편하면 되는 일
客養千金軀(객양천금구)
천금이나 보배로 육신을 꾸며도
臨化消其寶(임화소기보)
죽으면 모두 사라져 없어지리라
裸葬何必惡(나장하필악)
맨 몸으로 흙 속에 묻히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人當解意表(인당해의표)
사람들아 마땅히 깊은 참 뜻을 알아라
飮酒-12
長公曾一仕(장공증일사)
후한後漢의 장공長公은 한번 세상에 나갔으나
壯節忽失時(장절홀실시)
젊은 나이에 바로 세상을 버리고
杜門不復出(두문불부출)
두문불출하면서
終身與世辭(종신여세사)
평생토록 속세와 멀어졌네
仲理歸大澤(중리귀대택)
중리(仲理) 양륜(楊倫)도 물러나 큰 집에 돌아오자
高風始在玆(고풍시재자)
고고한 인품을 비로소 깨달았네
一往便當已(일왕변당이)
한번 결심하면 당연히 끝을 봐야지
何爲復狐疑(하위부호의)
하는 듯 마는 듯하지 않으리라
去去當奚道(거거당해도)
지금 당장 물러나 어디로든 가야 하지만
世俗久相欺(세속구상기)
세상은 언제나 속이기만 하니
擺落悠悠談(파락유유담)
허튼 소리는 귀에 새기지 말고
請從余所之(청종여소지)
오직 내 뜻 따라 살려고 하네
飮酒-13
有客常同止(유객상동지)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지만
取舍邈異境(취사막이경)
생각은 서로 다르다
一士長獨醉(일사장독취)
한 사람은 늘 취해 있고
一夫終年醒(일부종년성)
다른 사람은 맨 정신이니
醒醉還相笑(성취환상소)
두 사람이 취하고 멀쩡함을 서로 비웃으며
發言各不領(발언각불령)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規規一何愚(규규일하우)
얼빠진 것처럼 고지식해 하나같이 어리석으니
兀傲差若穎(올오차약영)
취해 거만한 자가 조금 나은 것 같다오
寄言酣中客(기언감중객)
술 취한 사람에게 한 마디 하겠노라
日沒燭當秉(일몰촉당병)
날 저물면 촛불이나 켜고 밤새 마시구려
飮酒-14
故人賞我趣(고인상아취)
옛 친구들 나를 반기며
挈壺相與至(설호상여지)
술병 들고 몰려 와서
班荊坐松下(반형좌송하)
소나무 아래에 자리 펴고
數斟已復醉(수짐이부취)
연거푸 마신 술이 이내 취하네
父老雜亂言(부노잡난언)
취기가 오르자 친구들 소란스럽고
觴酌失行次(상작실행차)
술 따르는 순서도 뒤죽박죽이라
不覺知有我(불각지유아)
취하여 내가 누군지조차 잊었는데
安知物爲貴(안지물위귀)
명리名利 귀한 줄을 어찌 알겠는가?
悠悠迷所留(유유미소유)
한가로이 마시고 어울리니
酒中有深味(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생각 있음을 그대는 아는가?
飮酒-15
貧居乏人工(빈거핍인공 )
가난한 생활이라 사람 손이 모자라서
灌木荒余宅(관목황여택)
뜨락의 나무들이 거칠게 자랐네
班班有翔鳥(반반유상조)
오직 새들만이 날아올 뿐
寂寂無行跡(적적무행적)
사람 발자국 없이 적적하여라
宇宙一何悠(우주일하유)
우주는 참으로 크고 영원하거늘
人生少至百(인생소지백)
사람 사는 건 백 년도 못 가며
歲月相催逼(세월상최핍)
세월이 서로 독촉하고 밀어대듯
빈邊早已白(빈변조이백)
어느덧 귀밑머리가 희어졌거늘
若不委窮達(약불위궁달)
만약 운명대로 청빈(淸貧)을 지키지 않는다면
素抱深可惜(소포심가석)
평생 지닌 정절(貞節) 앞에 깊이 뉘우치리라
飮酒-16
少年罕人事(소년한인사)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遊好在六經(유호재육경)
육경을 읽으며 친구를 삼았더니
行行向不惑(행행향불혹)
세월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니
淹留遂無成(엄류수무성)
내가 이룬 일이 없구나
竟抱固窮節(경포고궁절)
오직 비굴하지 않은 굳은 절개만을 품은 채
飢寒飽所更(기한포소경)
추위와 굶주림만 지겹도록 겪었구나
弊廬交悲風(폐려교비풍)
초라한 오두막엔 차가운 바람만 드나들고
荒草沒前庭(황초몰전정)
잡초는 집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었구나
披褐守長夜(피갈수장야)
낡은 옷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 밤
晨鷄不肯鳴(신계불긍명)
닭마저 새벽을 알리지 않는다
孟公不在玆(맹공부재자)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예吾情(종이예오정)
끝내 내 가슴이 답답하구나
飮酒-17
幽蘭生前庭(유란생전정)
그윽한 난 꽂이 뜰 앞에 피었다
含薰待淸風(함훈대청풍)
향기 품고 맑은 바람 기다리는 난
淸風脫然至(청풍탈연지)
마침 맑은 바람 확 불어오니
見別簫艾中(견별소애중)
비로소 쑥 풀과 다른 줄 알겠구나
行行失故路(행행실고로)
길 가다 내가 거닐던 옛 길을 잃었으니
任道或能通(임도혹능통)
자연의 섭리 따라야 마음도 통달하리라
覺悟當念還(각오당염환)
깨달으면 당연히 돌아가야지
鳥盡廢良弓(조진폐양궁)
새를 잡으면 활은 버리나니
飮酒-18
子雲性嗜酒(자운성기주)
양자운은 날 때부터 술을 좋아 했으나
家貧無由得(가빈무유득)
집이 가난하여 마실 수가 없었다
時賴好事人(시뢰호사인)
가끔 글 좋아 하는 사람이 막걸리 들고 와서
載료거所惑(재료거소혹)
모르는 글 물으니
觴來爲之盡(상래위지진)
잔 들어 홀짝 마시고
是諮無不塞(시자무불색)
모르는 글을 쉽게 풀더라
有時不肯言(유시불긍언)
(그러나) 때때로 기꺼이 말하고자 하지 않는 것은
豈不在伐國(기불재벌국)
이 어찌 다른 나라를 치는 질문에 있지 않겠는가?
仁者用其心(인자용기심)
인자(仁者)는 마음을 바로 씀에 있으니
何賞失顯默(하상실현묵)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모른다면 어찌 우러러 존경할 수 있겠는가?
飮酒-19
疇昔苦長飢(주석고장기)
예전에는 늘 배고픔에 시달려서
投耒去學仕(투뢰거학사)
쟁기 버리고 벼슬살이에 나섰다
將養不得節(장양부득절)
그러나 가족들 부양하기가 어려웠고
凍餒固纏己(동뇌고전기)
늘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다오
是時向立年(시시향입년)
그때가 내 나이 삼십이였으니
志意多所恥(지의다소치)
내 의지와 마음이 부끄러워라
遂盡介然分(수진개연분)
하지만 나의 성품을 지키려고
拂衣歸田里(불의귀전리)
벼슬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 왔다네
冉冉星氣流(염염성기류)
하늘의 별 위치 따라 세월도 흘러
亭亭復一記(정정부일기)
십 이년이 지나갔네
世路廓悠悠(세로곽유유)
세상살이는 길이 넓고도 멀어
楊朱所以止(양주소이지)
쾌락에 빠져 흥청대는 양주처럼 멈출 수는 없다네
雖無揮金事(수무휘금사)
흥청망청 쓸 돈은 없으나
濁酒聊可恃(탁주요가시)
막걸리라도 마시며 내 마음을 위로해야지
飮酒-20
羲農去我久(희농거아구)
복희 신농이 오래 전에 죽은 후로
擧世少復眞(거세소복진)
세상에 바르게 살려는 사람이 없다
汲汲魯中수(급급노중수)
열심히 노력한 노나라 공자는
彌縫使其淳(미봉사기순)
바른 나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鳳鳥雖不至(봉조수부지)
봉황이 되어 날지는 못했노라
禮樂暫得新(예낙잠득신)
잠시 나마 예악을 새로 만들다
洙泗輟微響(수사철미향)
유학자의 글 읽는 소리 사라지고
漂流逮狂秦(표류체광진)
파도치는 물살이 마치 미친 진나라 같다
詩書復何罪(시서복하죄)
시경과 서경이 무슨 죄가 있다고
一朝成灰塵(일조성회진)
불에 책을 태워 재를 만드나
區區諸老翁(구구제노옹)
나라의 학자들은
爲事誠殷勤(위사성은근)
정성드려 예의를 가르쳤으나
如何絶世下(여하절세하)
오늘날 세상은 거꾸로 가는지
六籍無一親(육적무일친)
아무도 육경을 공부하지 않는다
終日馳車走(종일치거주)
하루 종일 수레 몰고 다녀도
不見所問津(부견소문진)
학문의 길 묻는 이 보지 못했네
若復不快飮(야복불쾌음)
세상이 이르니 술 마시지 않는다면
空負頭上巾(공부두상건)
머리에 쓴 갓에게 미안하리
但恨多謬誤(단한다류오)
나의 이런 넑두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君當恕醉人(군당서취인)
취한 나를 너그럽게 용서하시게나
▶️ 正(바를 정/정월 정)은 ❶회의문자로 하나(一)밖에 없는 길에서 잠시 멈추어서(止) 살핀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正자는 '바르다'나 '정당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正자에서 말하는 '바르다'라는 것은 '옳을 일'이라는 뜻이다. 正자는 止(발 지)자에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正자를 보면 止자 앞에 네모난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성(城)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正자는 성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正자는 성을 정복하러 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데는 정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正자는 자신들이 적을 정벌하러 가는 것은 정당하다는 의미에서 '바르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正(정)은 (1)옳은 길 올바른 일 (2)부(副)에 대하여 그 주됨을 보이는 말 (3)종(從)에 대하여 한 자리 높은 품계를 나타내는 말 품수(品數) 위에 붙어 종과 구별됨. 정1품(正一品)으로 부터 정9품(正九品)까지 있었음 (4)조선시대 때 상서원(尙瑞院), 사역원(司譯阮), 봉상시(奉常寺), 내의원(內醫院), 내자시(內資寺) 등의 으뜸 벼슬 품계는 정3품(正三品) 당하(堂下) (5)조선시대 때 세자의 중증손(衆曾孫), 대군의 중손(衆孫), 왕자군(王子君)의 중자(衆子) 등에게 주던 작호(爵號) 품계(品階)는 정3품(正三品) 당하(堂下)임 (6)고려 때 전농시(典農寺), 서운관(書雲觀), 사의서(司醫署), 내알사(內謁司), 사복시(司僕寺)의 으뜸 벼슬 품계(品階)는 정3품(正三品)에서 정4품(正四品)까지 (7)신라 때 상사서(賞賜署), 대도서(大道署)의 으뜸 벼슬 35대 경덕왕(景德王) 때 대정(大正)을 고친 이름으로 뒤에 다시 대정으로 고침 (8)정립(定立) (9)정수(正數) 플러스(Plus) 등의 뜻으로 ①바르다 ②정당하다, 바람직하다 ③올바르다, 정직하다 ④바로잡다 ⑤서로 같다 ⑥다스리다 ⑦결정하다 ⑧순일하다, 순수하다 ⑨자리에 오르다 ⑩말리다, 제지하다 ⑪정벌하다 ⑫관장(官長: 시골 백성이 고을 원을 높여 이르던 말) ⑬정실(正室), 본처(本妻) ⑭맏아들, 적장자(嫡長子) ⑮본(本), 정(正), 주(主)가 되는 것 ⑯정사(政事), 정치(政治) ⑰증거(證據), 증빙(證憑) ⑱상례(常例), 준칙(準則), 표준(標準) ⑲처음 ⑳정월(正月) ㉑과녁, 정곡(正鵠: 과녁의 한가운데가 되는 점) ㉒세금(稅金) ㉓노역(勞役), 부역(負役) ㉔네모 ㉕군대 편제(編制) 단위 ㉖바로, 막, 때마침 ㉗가운데 ㉘가령, 설혹, ~하더라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바를 광(匡), 바로잡을 독(董), 곧을 직(直), 바탕 질(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거짓 위(僞), 버금 부(副), 돌이킬 반(反), 간사할 간(奸), 간사할 사(邪), 그르칠 오(誤)이다. 용례로는 어떤 기준이나 사실에 잘못됨이나 어긋남이 없이 바르게 맞는 상태에 있는 것을 정확(正確),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성품이 바르고 곧음을 정직(正直), 바르고 옳음을 정당(正當),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정의(正義), 특별한 변동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정상(正常), 올바른 길을 정도(正道), 꼭 마주 보이는 편을 정면(正面), 옳은 답이나 바른 답을 정답(正答), 일정한 격식이나 의식을 정식(正式), 본래의 형체를 정체(正體), 진짜이거나 온전한 물품을 정품(正品), 엄하고 바름을 엄정(嚴正), 옳지 않음이나 바르지 않음을 부정(不正), 공평하고 올바름을 공정(公正), 그릇된 것을 바로잡음을 시정(是正),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서 고침을 수정(修正), 알맞고 바름을 적정(適正), 거짓이 없이 참을 진정(眞正), 잘못을 고쳐서 바로 잡음을 정정(訂正),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침을 개정(改正), 태도나 처지가 바르고 떳떳함을 일컫는 말을 정정당당(正正堂堂), 정대하고도 높고 밝다는 뜻으로 대현의 학덕을 형용하는 말을 정대고명(正大高明), 소나무는 정월에 대나무는 오월에 옮겨 심어야 잘 산다는 말을 정송오죽(正松五竹), 의지나 언동이 바르고 당당하며 마음이 순수하고 깨끗함을 일컫는 말을 정정백백(正正白白),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단정하게 앉음을 일컫는 말을 정금단좌(正襟端坐), 마음을 가다듬어 배워 익히는 데 힘씀을 일컫는 말을 정심공부(正心工夫), 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정성스레 함 또는 허식이 없는 진심을 일컫는 말을 정심성의(正心誠意), 조리가 발라서 조금도 어지럽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정정방방(正正方方), 때마침 솟아오르는 태양이라는 뜻으로 기세가 더욱 강성해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정출지일(正出之日), 바른 길과 큰 원칙을 일컫는 말을 정경대원(正經大原), 마음씨가 올바르면 학식과 덕행이 높고 어진 사람을 일컫는 말을 정인군자(正人君子), 나의 뜻에 딱 들어맞음을 일컫는 말을 정합오의(正合吾意) 등에 쓰인다.
▶️ 賴(의뢰할 뢰/뇌)는 ❶형성문자로 頼(뢰)는 통자(通字), 赖(뢰)는 간자(簡字), 顂(뢰)는 와자(訛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剌(랄, 뢰)로 이루어졌다. 벌다가 본뜻이다. 음(音)을 빌어 남을 말려들게 한다는 뜻에 쓰고, 전(轉)하여 의뢰한다는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賴자는 '의뢰하다'나 '의지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賴자는 剌(어그러질 랄)자와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剌자는 '위배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니 剌자에 貝자가 결합한 賴자는 '위배되는 돈'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賴자의 본래 의미는 "영리를 위해 위배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글자가 결합한 것과는 반대의 개념으로 쓰였다. 그래서 賴자는 본래 '영리'나 '수익'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뜻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의지하다'나 '의뢰하다'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賴(뢰/뇌)는 ①의뢰(依賴)하다 ②힘입다 ③의지(依支)하다 ④얻다 ⑤버티다 ⑥억지 부리다 ⑦책망(責望)하다 ⑧탓하다 ⑨생떼를 쓰다 ⑩전가시키다 ⑪덮어씌우다 ⑫발뺌하다 ⑬머물러 떠나려 하지 않다 ⑭눌러 앉다 ⑮회피(回避)하다 ⑯나쁘다 ⑰나무라다 ⑱좋지 않다 ⑲이득(利得) ⑳의뢰(依賴) ㉑마침, 다행히 ㉒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애오라지 료(聊)이다. 용례로는 남의 힘을 입음을 뇌력(賴力), 남을 믿고 의지함을 신뢰(信賴), 남에게 의지함이나 부탁함을 의뢰(依賴), 말썽이나 일을 저지르고 그 허물을 남에게 돌려 씌움을 도뢰(圖賴), 신문을 받을 적에 죄상을 숨겨 죄가 없는 것처럼 꾸며대기를 백뢰(白賴), 의뢰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의뢰함을 우뢰(又賴), 의뢰하고자 함을 모뢰(謀賴), 밑천을 삼음을 자뢰(資賴), 변명을 하며 신문에 복종하지 않음을 저뢰(抵賴), 남에게 의지하거나 의뢰하여 살아 감을 요뢰(聊賴), 믿고 의지함을 시뢰(恃賴), 안심하고 의뢰함을 안뢰(安賴), 무엇을 빙자하여 의거함을 자뢰(藉賴), 만방이 극히 넓으나 어진 덕이 고루 미치게 됨을 이르는 말을 뇌급만방(賴及萬方), 일정한 직업이 없이 방탕하고 불량한 짓을 하는 잡된 무리를 이르는 말을 무뢰잡류(無賴雜類),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면서 끝까지 버팀을 이르는 말을 장찬저뢰(粧撰抵賴), 세력 있는 사람에게 의탁하여 지냄을 이르는 말을 추부의뢰(趨附依賴), 술과 여자에 빠져 일은 하지 아니하고 불량한 짓만 함을 이르는 말을 방탕무뢰(放蕩無賴) 등에 쓰인다.
▶️ 三(석 삼)은 ❶지사문자로 弎(삼)은 고자(古字)이다. 세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 젓가락 셋을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셋을 뜻한다. 옛 모양은 같은 길이의 선을 셋 썼지만 나중에 모양을 갖추어서 각각의 길이나 뻗은 모양으로 바꾸었다. ❷상형문자로 三자는 '셋'이나 '세 번', '거듭'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三자는 나무막대기 3개를 늘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대나무나 나무막대기를 늘어놓은 방식으로 숫자를 표기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三자는 막대기 3개를 늘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숫자 3을 뜻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호의를 덥석 받는 것은 중국식 예법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최소한 3번은 거절한 후에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 三자가 '자주'나 '거듭'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三(삼)은 셋의 뜻으로 ①석, 셋 ②자주 ③거듭 ④세 번 ⑤재삼, 여러 번, 몇 번이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석 삼(叁)이다. 용례로는 세 해의 가을 즉 삼년의 세월을 일컫는 삼추(三秋), 세 개의 바퀴를 삼륜(三輪), 세 번 옮김을 삼천(三遷),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의 세 대를 삼대(三代), 한 해 가운데 셋째 되는 달을 삼월(三月), 스물한 살을 달리 일컫는 말을 삼칠(三七), 세 째 아들을 삼남(三男), 삼사인이나 오륙인이 떼를 지은 모양 또는 여기저기 몇몇씩 흩어져 있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삼삼오오(三三五五), 삼순 곧 한 달에 아홉 번 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집안이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다는 말을 삼순구식(三旬九食), 오직 한가지 일에만 마음을 집중시키는 경지를 일컫는 말을 삼매경(三昧境), 유교 도덕의 바탕이 되는 세 가지 강령과 다섯 가지의 인륜을 일컫는 말을 삼강오륜(三綱五倫), 날마다 세 번씩 내 몸을 살핀다는 뜻으로 하루에 세 번씩 자신의 행동을 반성함을 일컫는 말을 삼성오신(三省吾身), 서른 살이 되어 자립한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견식이 일가를 이루어 도덕 상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삼십이립(三十而立), 사흘 간의 천하라는 뜻으로 권세의 허무를 일컫는 말을 삼일천하(三日天下),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남이 참말로 믿기 쉽다는 말을 삼인성호(三人成虎), 형편이 불리할 때 달아나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삼십육계(三十六計), 하루가 삼 년 같은 생각이라는 뜻으로 몹시 사모하여 기다리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삼추지사(三秋之思), 이러하든 저러하든 모두 옳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삼가재상(三可宰相), 삼 년 간이나 한 번도 날지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웅비할 기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삼년불비(三年不蜚), 세 칸짜리 초가라는 뜻으로 아주 보잘것 없는 초가를 이르는 말을 삼간초가(三間草家), 봉건시대에 여자가 따라야 했던 세 가지 도리로 어려서는 어버이를 시집가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좇아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삼종의탁(三從依托), 키가 석 자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라는 뜻으로 철모르는 어린아이를 이르는 말을 삼척동자(三尺童子), 세 사람이 마치 솥의 발처럼 마주 늘어선 형상이나 상태를 이르는 말을 삼자정립(三者鼎立), 세 칸에 한 말들이 밖에 안 되는 집이라는 뜻으로 몇 칸 안 되는 오막살이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삼간두옥(三間斗屋), 가난한 사람은 농사 짓느라고 여가가 없어 다만 삼동에 학문을 닦는다는 뜻으로 자기를 겸손히 이르는 말을 삼동문사(三冬文史), 삼생을 두고 끊어지지 않을 아름다운 언약 곧 약혼을 이르는 말을 삼생가약(三生佳約), 세 마리의 말을 타고 오는 수령이라는 뜻으로 재물에 욕심이 없는 깨끗한 관리 즉 청백리를 이르는 말을 삼마태수(三馬太守), 세 치의 혀라는 뜻으로 뛰어난 말재주를 이르는 말을 삼촌지설(三寸之舌), 얼굴이 셋 팔이 여섯이라는 뜻으로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삼면육비(三面六臂), 사귀어 이로운 세 부류의 벗으로서 정직한 사람과 성실한 사람과 견문이 넓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삼익지우(三益之友), 세 가지 아래의 예라는 뜻으로 지극한 효성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삼지지례(三枝之禮), 머리가 셋이요 팔이 여섯이라 함이니 괴상할 정도로 힘이 엄청나게 센 사람을 이르는 말을 삼두육비(三頭六臂), 세 번 신중히 생각하고 한 번 조심히 말하는 것을 뜻하는 말을 삼사일언(三思一言) 등에 쓰인다.
▶️ 杯(잔 배)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不(불, 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 杯자는 '잔'이나 '술잔'을 뜻하는 글자이다. 杯자는 木(나무 목)자와 不(아닐 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고대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잔을 사용했으니 木자는 잔의 재질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전에서는 桮(술잔 배)자가 '술잔'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여기서 否(아닐 부)자는 뜻과는 관계없이 술잔의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해서에서는 不자가 들어간 杯자로 바뀌긴 했지만, 글자의 형태로만 보면 본래는 '잔'을 표현하려 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杯(배)는 술이나 음료(飮料)의 잔 수를 헤아리는 말로 ①잔(盞), 술잔 ②국을 담는 대접(위가 넓적하고 운두가 낮으며 뚜껑이 없는 그릇)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잔에 부은 술을 배주(杯酒), 술잔 모양을 배상(杯狀), 술상과 술잔과 쟁반으로 흥취 있게 노는 잔치를 배반(杯盤), 한 잔의 물이라는 뜻으로 아주 적은 양의 물을 이르는 말을 배수(杯水), 한 잔의 간장이라는 뜻으로 아주 적은 양의 간장을 이르는 말을 배장(杯漿), 쓴 즙을 담은 잔이나 쓰라린 경험을 고배(苦杯), 독주나 독약이 든 술잔을 독배(毒杯), 술잔을 돌리지 아니하고 한 사람에게만 거듭 따라 줌을 폭배(暴杯), 잔 비우기 또는 축배로 서로 잔을 높이 들어 행운을 빌고 마시는 일을 건배(乾杯), 축하하는 뜻으로 마시는 술 또는 그 술잔을 축배(祝杯), 짐승의 뿔로 만든 잔을 각배(角杯), 선행이나 공로를 표창하기 위하여 주는 술잔을 상배(賞杯), 옥으로 만든 잔을 경배(瓊杯), 큰 잔을 거배(巨杯), 술잔을 듦을 거배(擧杯), 술집에서 먹은 술값을 치르기 위하여 순배나 잔의 수효를 셈함을 계배(計杯), 마지막에 드는 술을 말배(末杯), 나무로 만든 잔을 목배(木杯), 헤어질 때 마시는 술잔을 별배(別杯), 신성한 술잔으로 기독교의 성찬식이나 카톨릭의 미사 성제 등에 쓰이는 잔을 성배(聖杯), 옥으로 만든 술잔으로 술잔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을 옥배(玉杯), 잔을 물위에 띄움을 유배(流杯),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배권지모(杯棬之慕), 술잔 속의 뱀 그림자라는 뜻으로 자기 스스로 의혹된 마음이 생겨 고민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배중사영(杯中蛇影), 한 잔의 물을 한 수레의 장작불에 끼얹는다는 뜻으로 아무 소용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배수거신(杯水車薪), 술잔과 접시가 마치 이리에게 깔렸던 풀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는 뜻으로 술을 마시고 한창 노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배반낭자(杯盤狼藉) 등에 쓰인다.
▶️ 通(통할 통)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甬(용, 통)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甬(용)은 管(관)과 같은 모양의 것, 桶(통) 등 甬(용)이 붙는 글씨는 속이 빈 것, 꿰뚫는 것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通자는 '통하다'나 '내왕하다', '알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通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甬(길 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甬자는 고리가 있는 종을 그린 것이다. 通자는 본래 '곧게 뻗은 길'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로 甬자는 속이 텅 빈 종처럼 길이 뻥 뚫려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길이 뚫려있으니 이동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그래서 通자에서 말하는 '통하다'나 '내왕하다'라는 것은 길을 가는 데 있어 거침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通(통)은 쉽게 빠져 나가는 것의 뜻으로 ①통하다 ②내왕하다 ③알리다 ④알다 ⑤정을 통하다 ⑥통(편지 따위를 세는 단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통할 철(徹), 통할 경(涇), 이룰 성(成)이다. 용례로는 통하여 지나가거나 옴을 통과(通過), 소식이나 의지나 지식 등을 남에게 전함을 통신(通信), 통지하여 보고함 또는 그 보고를 통보(通報), 외국과 교통하여 서로 상업을 영위함을 통상(通商), 말을 서로 주고 받음이나 전화 등으로 말을 서로 통함을 통화(通話), 특별하지 않고 예사임을 통상(通常), 서면이나 말로 통지하여 알림을 통고(通告), 통행하는 길을 통로(通路), 여러 곳에 두루 통용 되거나 관계가 같음을 공통(共通), 특별한 것이 없이 널리 통하여 예사로움을 보통(普通), 막힘이 없이 서로 오가는 일을 교통(交通), 거침없이 흘러 통함을 유통(流通), 막히지 아니하고 서로 통함이나 뜻이 서로 통함을 소통(疏通), 하늘에 통하는 운수라는 뜻에서 매우 좋은 운수를 이르는 말을 통천지수(通天之數), 절친한 친구 사이에 친척처럼 내외를 트고 지내는 정의를 일컫는 말을 통가지의(通家之誼), 무엇이든지 환히 통하여 모르는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불통지(無不通知), 길이 사방 팔방으로 통해 있음을 일컫는 말을 사통팔달(四通八達)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