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마스크 첫 날의 울릉도 가는 길
거대한 크루즈여객선인데 가까이서 보니 중국산이다.
멀미걱정에 너무 예민했나.. 의외로 가벼운 진동을 오히려 즐기며 잠을 청했다.
울릉도 도착 전 창밖이 밝아오자 서둘러 선상의 일출구경
오늘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
승선인원이 1.200명이라는데 동틀녘의 통로는 한산했고 자동차 계류장은 텅 비어있다.
돌이켜 보면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선 이후의 모든 체험들 - 한마디로 북새통
코로나로 닫혔던 관광객의 폭증에 대한 여행사와 접객업소의 갖은 미비점에 대한 실망끝에
아예 기대를 접기로 했다.
이곳에는 우선 고정가이드를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가이드는 중매브로커 역할이므로
운전기사와 숙박업소에 관광객을 양도한 다음부터는 시시각각 폰문자로 원격조정할 뿐이다.
가이드는 그 시간에 다른 관광객을 받아야 하기에
식당의 음식.. 숙소의 불편등에 대해 가이드를 통한 소소한 개선은 불가능하다.
다음 일정에 대한 궁금증이나 질문에 대한 응답은 명쾌하지 않고
식당'사장님'과, 호텔이 아닌 모텔 '사장님'의 친절도 역시 그저 그런 수준..
자유시간에 맛집을 검색하여 들어간 곳은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바가지 요금이었다.
일일히 거론하여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울릉도는 여건과 시설, 접객업 '사장님'들의 수준에 비해 관광객의 수요는 그러함에도 폭발적이며
그렇기에 체계없는 여행사의 무감각과 접객업소의 배짱에도 별 탈이 없다.
모든 것 꾹 눌러 참고 이튿날 독도관광에 나섰다.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은 바위섬에 무슨 볼거리가 있어서가 아니고
걸핏하면 도발하는 일본과의 분쟁지역이기에 우리 국민이 관심갖고 찾는 것은 애국심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 시간전 "오늘 독도입도는 100%"라 호언장담하던 셔틀버스 기사에게 박수까지 쳤는데..
이 역시 코 앞에서 캔슬..
가장 먼저 내리고 가장 늦게 승선하여 1초라도 독도에 더 오래 머무려던 기대와
손에 손 마다 사서 들었던 태극기가 무색하다.
사흘째 되던 날, 선택옵션이 없는 오전은 무미건조..
아이러니하게도 이 골목 저 골목 홀로 배회했던 시간이 더 좋았다.
마냥 푸르른 산빛이 오월의 훈풍에 더욱 청명하고
좁은 골목길 식당앞에 놓인 소박한 화분들이 사람보다 더 정겹다.
욕심같아서는 산을 움푹 파내서 고향산천에 옮기고 싶었다.
해운대쪽 갈매기 보다 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울릉도 갈매기..
가까이 가도 좀처럼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밤에 왔던 바닷길을 오늘은 한 낮에 다시 돌아간다.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고
남쪽 다도해의 내해처럼 동해 역시 잔잔하여 마음도 다시 평온했다.
여행내내 담소를 나누던 또래의 부부에게
저무는 저 태양을 바라보며 건강과 행복을 함께 소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