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필리핀 관광부입니다.
코로나19로 필리핀 여행이 어려워진 요즘, 필리핀에서 먹던 달달이 스파게티가 그립다는 분이 많으신데요, 저희 필리핀의 스파게티가 처음 맛보면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일단 그 맛을 알게 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지요. 그런데 필리핀의 스파게티는 왜 달콤해졌을까요?
출구 없는 매력, 필리핀 스파게티
김치가 한국의 음식이듯이 스파게티는 이탈리아의 음식입니다. 필리핀의 스파게티 역시 이탈리아의 파스타에서 영향을 받은 음식이지요. 하지만 이탈리아 파스타와는 그 색이나 맛이 사뭇 달라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보면 '헉' 소리를 낼 수도 있는데요, 조리법이나 재료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의 스파게티는 일단 면을 좀 오래 익힙니다. 그리고 소스가 완전히 다르죠. 코난의 마음으로 찬찬히 소스 재료를 보면 다진 고기에 양파, 마늘, 그리고 바나나 케첩과 토마토 페이스트(달콤한 필리핀식 스파게티 소스)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붉은 핫도그를 잘라두면 재료 준비는 끝! 준비된 재료를 10분 정도 끓여서 소스 특유의 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걸쭉하게 만든 뒤 연유를 조금 넣어 단맛을 강조하면 스파게티 소스 만들기가 끝나는데요, 스파게티면 위에 소스를 뿌려서 내기도 하지만, 소스와 면을 함께 미리 비벼놓고 조리하여 내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서빙하든 필리핀 스파게티의 화룡점정은 체더 치즈인데요, 스파게티 위에 노오란 체더 치즈를 뿌려야만 그 특유의 맛이 완성됩니다.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절묘한 조화가 있는 스파게티와 밥, 치킨, 룸피아.
범인은 바로 너야! 필리핀인의 창의성
그런데 달콤한 마성의 소스는 어떻게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일까요?
필리핀 스파게티는 필리핀의 역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도 훨씬 전에 이야기입니다만, 19세기 후반 마닐라의 거리에 미국인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스파게티라는 음식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하죠. 필리핀 스타일의 달콤한 스파게티를 최초로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확증은 없지만, 그 시작에 대한 전설은 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스파게티 이야기를 하면서 마리아 오로사와 맥아더 장군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쟁 중에는 뭐든 물자가 부족한 법이지만,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필리핀은 토마토 공급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싱싱한 붉은 토마토가 있어야지 스파게티를 만들 터인데, 그 토마토가 부족했으니 미국에서부터 가지고 왔어야만 했는데요. 전쟁 중에 토마토를 가지고 오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으니, 아무래도 토마토가 부족하여 미국인들이 슬픈 마음으로 밥상을 받아야 했다고 하지요.
마리아 오로사(Maria Ylagan Orosa) - PHOTO BY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여기서 마리아 오로사(Maria Ylagan Orosa)라는 멋진 분이 등장합니다. 바탕가스 따알(Taal)에서 태어난 마리아 오로사는 필리핀 최고의 화학자이자 식품가공기술자로 전쟁 영웅이기도 합니다. 이분이 총을 들고 전쟁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재능을 살려 여러 가지 발명품을 남겼는데요, 건축 자재 속에 쌀겨(darak)로 만든 영양만점 쿠키를 숨겨 수용소로 몰래 반입함으로써 전쟁포로로 잡힌 군인의 식사를 도왔다고 하니 영웅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습니다. 나중에 필리핀 정부에서 그 공로를 인정하여 말라테의 거리에 마리아 오로사 거리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는데요, 말라떼 퓨어골드 옆으로 신선설농탕 가게를 지나 로빈슨까지 쭉 뻗어 있는 거리가 바로 마리아 오로사 거리(Maria Orosa St)입니다.
그런데 마리아 오로사가 1945년 마닐라 전투에서 폭격 중에 파편에 맞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필리핀에 큰 선물을 주고 간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바나나케첩이었습니다. 토마토가 부족하던 그 시절, 창의력 대장인 마리아 오로사가 떠올린 것은 바로 필리핀에 널리고 널린 바나나였습니다. 바나나를 으깨 설탕과 식초 등을 넣고 만든 바나나 케첩은 토마토 케첩보다 생산 비용이 훨씬 저렴한 데다가 매력적인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어 이내 필리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나나 케첩의 탄생을 가장 기쁘고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망갈로 프란시스코(Magdalo V. Francisco)라는 분이었습니다. 1942년, 망갈로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마프란(Mafran)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만들고, 공장을 세운 뒤 바나나 케첩의 상업적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슈퍼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UFC 브랜드가 이때 시작된 것이었지요.
맥아더 장군과 달콤한 스파게티의 탄생
이제 여기서 스파게티의 전설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식사로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마침 주방에 스파게티용 토마토소스가 다 떨어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맥아더 장군의 식사를 담당하던 필리핀인 요리사는 재료의 부족에 절망하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토마토소스 대신 바나나 케첩을, 미트볼 대신 핫도그를 이용하여 달콤한 스파게티를 만들어 냈고 맥아더 장군의 폭풍 칭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색다른 요리는 곧 필리핀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스파게티 이야기를 하면서 졸리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필리핀식의 스파게티는 맛있는 점심 메뉴이자 생일 파티의 단골 메뉴로 늘 사랑받는 메뉴랍니다.
당신이 몰랐던 재미와 만나다, 필리핀
[출처] 필리핀인의 밥상 - 필리핀의 스파게티는 왜 달콤해졌을까?|작성자 필리핀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