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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주님 공현 대축일 강론 “교회는 인간의 살과 피를 지니신 하느님을 찾고 사랑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6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6000명의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를 거행하며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걸어온 긴 여정을 떠올렸다. 교황은 우리가 고상한 교회적 이념에 갇혀 하느님을 찾는 게 아니라 일상의 현실,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만나면서 하느님 현존의 표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Francesca Sabatinelli
신앙인은 동방박사의 모범을 따라 “눈은 하늘을 향하고”, “발은 땅에 딛고”, “마음은 엎드려 경배하도록” 부름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아 6000명의 신자들이 운집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거행하며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 곧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기 위해 동방에서 베들레헴으로 찾아온 동방박사 세 사람의 여정을 떠올렸다.
“동방박사들은 하느님을 찾아 길을 떠나는 사람들, 지금 주님의 산으로 인도되는 이방인들(이사 56,6-7 참조), 구원의 소식을 듣지 못하는 멀리 있는 자들(이사 33,13 참조), 길을 잃었다가 이제 친근한 목소리의 부름을 듣는 모든 이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는 눈
동방박사들의 여정은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나아가는 인류의 순례”다. 교황은 동방에서 온 세 사람이 “눈은 하늘을 향하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여정을 시작했다며 “세속의 지평, 자기 생각에 갇혀 발 밑만 바라보고 체념이나 불평으로” 살아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고개를 높이 들어 삶의 의미를 밝혀줄 빛, 저 높은 곳에서 밝아오는 구원을 기다립니다. 그러다 다른 모든 별보다 더 밝은 별을 발견하고는 그에 이끌려 길을 떠납니다.” 교황은 “여기서 우리는 우리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열쇠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세속적인 것들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 산다면, 실패와 후회의 볼모로 잡혀 고개를 숙인 채 인생을 허비하며 살아간다면, 빛과 사랑을 구하는 대신 오늘 여기 있다가 내일 사라지는 부와 세속적인 안락에 목말라 한다면, 우리 삶은 서서히 빛을 잃게 될 것입니다.”
높은 곳에서 현실을 바라보기
동방박사들이 가르치는 것처럼 우리의 시선을 높은 곳에 두고, 하늘을 향해 눈을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주님의 도움이 오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높은 곳에서 현실을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이를 필요로 합니다. 주님과 우정을 나누며 걸어가야 하고, 우리를 붙들어줄 그분의 사랑이 필요하며, 밤의 별처럼 우리를 인도할 그분 말씀의 빛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곳에서 현실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 신앙이 일련의 종교적 관습이나 단순히 외형적 모습으로 전락하지 않고, 우리 안에서 타오르는 불이 되어 주님의 모습을 열정적으로 구하고 주님의 복음을 증거하는 사람이 되도록 우리는 이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의 생각에 따라 여러 단체로 갈라지는 대신 하느님을 다시 중심에 두도록 부름받은 교회에서는 이러한 열정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교회적 이념을 내려놓아야 거룩한 어머니 교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교회적 이념은 멀리 하고, 교회의 소명을 따라야 합니다.”
하느님은 어린아이를 통해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교황은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어려움 앞에서도 낙심하지 않는 용기, 온갖 장애물을 이겨내는 힘, 친교와 조화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쁨”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동방박사들이 위를 바라보며 “발을 땅에 딛고”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안에 계신” 하느님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무한히 크신 하느님께서 바로 이 한없이 작은 아기 안에서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어떻게 크고 어떻게 작게 드러내 보이시는지 알아들으려면 지혜와 성령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복음을 증거하는 여정
믿음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상황을 뒤덮은 어둠을 꿰뚫는 한줄기 빛”을 비추시는 예수님을 따라 “복음의 증인”이 되기 위해 세상의 길거리로 나가도록 우리를 이끄는 선물이다.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은 고상한 종교 이론에 빠져 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 일상의 현실 안에서 그분의 현존의 표징을 찾고,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형제자매들에게 다가가고 또 만날 때에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관상하는 것은 아름답지만, 다른 이들에게 하느님을 전하는 봉사에서 오는 위험을 감수할 때에만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는 하느님
하느님을 찾으러 여정에 나선 동방박사들은 “살과 뼈를 지닌 아기”를 발견했다.
“매일 우리 곁을 지나가는 이들,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의 얼굴에서 살과 뼈를 지니신 하느님을 발견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로 동방박사들은 하느님과의 만남이 언제나 우리에게 더 큰 희망을 열어준다는 것, 이를 통해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사랑을 위해 죽으신 하느님을 경배합시다
동방박사들은 눈은 하늘로 들되 발은 땅에 딛고, “엎드려 경배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 현실과 괴리된 신심으로 도피하지 않고 목적지 없는 관광객처럼 방황하지 않으며” 마침내 베들레헴에 이르러 인간을 섬기러 온 임금, 곧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신 아기 예수님께 엎드려 경배했다.
“이 신비 앞에서 우리는 마음을 굽히고 무릎을 꿇어 경배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작은 모습으로 오시는 하느님, 우리 가정의 평범함 속에 사시는 하느님, 사랑을 위해 죽으시는 하느님을 경배하라는 부름입니다.”
교황은 또 경배 기도에 대한 맛을 재발견하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경배하는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경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습니다. 경배 기도의 의미를 재발견합시다.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 인식하고 그분께 경배하도록 합시다. 경배의 기도가 부족한 우리에게 오늘 동방박사들은 경배하라고 초대합니다.”
끝으로 교황은 우리 자신을 예수님께 봉헌하며 “절대 용기를 잃지 않는 은총”을 청하자고 초대했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 희망의 사람들, 하늘을 바라보며 대담하게 꿈을 꾸는 사람들이 될 수 있는 용기, 실제 여정의 피로를 안고 이 세상에서 길을 걸어가는 끈질긴 용기, 경배하는 용기, 모든 이를 깨우쳐 주시는 주님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청합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 은총, 특히 경배하는 법을 아는 은총을 주시길 빕니다.”
아르헨티나 수녀들에게 인사
교황청 공보실은 교황이 이날 미사 거행에 앞서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 상주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베네딕토회 수녀들과 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
번역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