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파 기피 현상 확산
아파트 경매도 月 3000건 넘어
역전세난에 하반기 더 늘어날듯
지난달 아파트와 빌라의 경매 건수가 모두 3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최악의 역전세난과 전세사고로 경매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일 신한옥션SA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와 다세대주택(빌라)의 경매 진행 건수는 각각 3079건과 3011건으로 집계됐다.
아파트와 빌라 경매건수가 동시에 3000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작년 아파트 경매 건수는 2만3053건으로 월 평균 2000건을 넘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본격화되며 10월 처음 2000건을 넘어섰고, 올들어 증가폭이 더 커졌다.
올해 아파트 경매건수는 1월 2354건에서 2월 2282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3월 2876건으로 폭증했고, 지난달 결국 3000건을 넘어섰다.
빌라 경매 증가세는 아파트보다 더 두드러졌다. 1월 2018건이었던 빌라 경매건수는 이달 3011건으로 늘었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반환사고 증가로 불거진 전세 기피 현상과 급락한 공시지가 등이 더해지며 결국 빌라를 경매에 넘기는 집주인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매각률(전체 경매 건수 중 매각된 건수)과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매각가)은 지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아파트 매각률과 매각가율은 25.14%, 74.9%로 작년 평균(56.71%, 85.98%)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관망세로 매각률은 30%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아파트보다 전세사기와 사고의 위험이 더 크다는 인식이 강한 빌라의 경우 선호도는 더 떨어졌다.
지난달 빌라의 매각률은 16.41%에 그쳤다. 작년(53.05%)엔 경매에 나온 빌라 중 절반은 주인을 찾았지만, 올해는 10채 중 2채도 낙찰되지 않았다.
유찰이 거듭되면서 매각가율도 작년 75.39%에서 지난달 68.96%까지 떨어졌다.
작년 말부터 임의경매(주택담보 대출을 갚지 못해 진행되는 경매)와 강제경매(임차인·채무자 등과의 소송 결과로 진행되는 경매) 모두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 상환과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주인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이후 집주인의 부담이 현실로 다가오는 3~6개월부터 경매건수가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례 없던 부동산 시장 폭락까지 더해지며 향후 경매에 나오는 주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경매 전문가는 "2년 전 최고가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던 주택의 갱신시기가 다가오면서 역전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물건이 경매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물건이 일시에 늘어나면 매각가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가율이 떨어지면 낙찰자는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지만,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이나 세입자의 경우 대출금과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