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어느 날, 앞 집에 있는 망고 나무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마침 보거스 아저씨가 지나가다 나를 보고는 이렇게 물어본다. You want? 그래서 난 고개를 끄덕이며 예스라고 대답한다. 작년과 정확하게 같은 대화 내용이다. 망고 주인 아저씨는 보거스 캐릭터를 닮아 임의로 내가 지어서 부르는 별명이고, 작년 이맘 때 쯤에 똑같은 대화가 오고 갔다.
장대로 투닥투닥 하더니, 얼마 쯤 있다가 익스큐즈미~ 하며 집에 있는 나를 부른다. 손에는 망고가 한 포대자루가 담겨있다. 이렇게까지나 많이 주신다. 언제 다 먹지?
2020년 4월 17일, 옆집 보거스 아저씨가 건네준 망고
가만히 있을쏘냐, 받은게 있으면 주는게 있어야 하는 법. 난 한국라면과 김을 답례로 줬다. 작년엔 초코파이 1박스를 줬었는데 여전히 무지하게 좋아하신다.
망고의 종류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옐로우망고, 인디안 망고, 애플망고가 있는데, 내가 얻은 건 인디안 망고다. 식감은 한국의 단감과 비슷하며, 망고향이 곁들린 세콤하고 달콤한 맛이다.
색깔이 너무 이쁘다. 필리핀 망고는 보통 4월 중순부터 5월 말 우기시즌 전까지가 피크를 이룬다. 날씨가 3월말부터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여 4월 중순인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망고 수확시기가 온 것이다.
필리핀 인디안 망고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작년 이맘 때쯤 이상기후 현상으로 망고가 너무나 많이 열려 가격이 엄청 폭락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저렴하게 망고를 먹을 수 있었지만, 농가에서는 상심이 컸을거다.
마당에서 망고 먹어요
사실 지금부터 시장이나 상점에서 망고를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해야 할 시점인데, 코로나19로 인해 팔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작년엔 너무 많이 생산되어 제값을 못 받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팔 곳이 없게 된 상황. 어떻게 전개가 될지 모르겠다.
한국은 길거리 단감나무에서 홍시가 떨어지듯, 이곳 필리핀 골목에는 망고가 떨어진다. 꼬꼬도 이맘 때쯤이면 간식으로 망고를 먹게된다. 맛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