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시장의 장점이자 단점이 있습니다.
신선한 상태인 도축된지 5시간 이내의 고기를 살 수 있다는 점.
그게 동시에 단점이 되는 까닭은 도축전 건강상의 문제로 이미 죽은 것인지
비정상적인 상태로 유지되다 죽은 것인지 알 수 있는 등급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재미있는건 한국도 이런 상황은 매한가지인데..
보통 그런 생각을 하지 않다가 타국의 생경한 동네에 오니 오만가지 민감해진
신경탓에 갑자기 엉망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에도 일정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적정수준의 폐모돈고기들을 정상적인 고기와 섞어서 팝니다.
뭐 기술적으로 허접했던 1980년대엔 비계와 등신을 붙여 얼리는 수법으로
일면 구우면 이별하는 유사 삼겹살이 대세였고..
보통 거기에 사용되는 고기는 매우 저렴한 등급 외의 폐모돈 고기였죠.
필리핀이 등급제가 없긴한데...
실질적으로 딜러들까진 등급제가 있는 것과 별 차이 없이 같아요.
1등급 - 80~120kg수준의 거세돈이나 암퇘지.
2등급 - 120kg을 넘거나 70kg에 미달하는 거세돈or암퇘지.
3등급 - 한번정도의 출산을 거친 길트라 불리는 등급의 고기...어떤 이유로 모돈에서 탈락한 경우죠.
등급 외 - 폐웅돈(씨돼지로 사용하려고 거세를 하지 않은 수퇘지), 폐모돈.
제품 외 - 법적으로 금지한 더블데드 (급사나 질병으로 이미 죽은 돼지의 피를 급하게 빼내고 도축상태로 꾸밈)
가격이 다 차등이 있습니다.
근데 재미있는건..1990년대까지의 한국 동네 정육점에서 늘 그렇듯...
등급은 있는데 가격은 같죠.
단골에겐 덜섞고..초짜에겐 많이 섞은 칵테일 고기를 팝니다.
한국에선 잘게 썰어파는 일이 더 자연스러우니깐요.
필리핀에서도 갈아서 파는 고기에..이런 칵테일기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니 고기를 잘 살피는 완전 전문가도 어쩌면 100%거를 수 없는 문제고기들이
섞여서 유통이 되곤 합니다.
뼈의 크기, 껍질 피하지방쪽 상태를 보고 판단하면 99%까진 근접하게
문제있는 고기들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문제있는 고기는 껍데기를 홀랑 벗겨서 없지요.
한국사람들은 게다가 껍질제거까지 해달라고하니깐..더더욱 쉽습니다.
뼈와 껍질까지 포함해서 어차피 계량을 하고 판매를 하는게 필리핀의 시스템이라..
그냥 그런거 다 가져다 집에 키우는 개를 주세요.
굳이 제거하고 받는것은..그다지 현명한 방법은 아닙니다.
도축장 마다의 스킬에 따라 피를 덜뺀채 나오는 상품의 부패속도 촉진되는 문제도 있으니..
동네 특성에 따라 고기를 잘 구매해야하겠죠.
그리고 정작 큰 문제는 이겁니다.
-냉동육.
필리핀에서 소비되는 고기의 60~70%정도만 국내 생산됩니다.
나머진 수입이죠.
그것도 단가가 상당히 바닥인..저질육.
혹은 재고처리된지 오래인 한국산 고기들인데..
뭐가 문제인가 하면..
'시간'입니다.
고기류의 냉동에 따란 권장 소비 유효기간은 다음과 같아요.
<고기.가금류>
쇠고기와 양고기 4∼6달
돼지고기.송아지고기 4∼6달
햄과 베이컨 3∼4달
닭고기와 칠면조고기 10∼12달
오리고기와 거위고기 4∼6달
사슴고기 10∼12달
토끼고기 4∼6달
소시지 2∼3달
다진 쇠고기 3∼4달
<생선>
흰생선 6∼8달
기름기 많은 생선 3∼4달
생선 조각 3∼4달
조개 2∼3달
과연 수입되는 고기들이 이런 기간 내에 있는 상품일 것이냐?
기대하긴 어렵겠죠.
보통 1년~2년사이이고..심하게는 2-3년이 넘는것도 있습니다.
사료에나 쓰일 수준의 품질상태가 되죠.
그러니 필리핀에선 냉동육을 현지사람들이 피하는 것이..
일정부분 이해가 갑니다.
필리핀 시골지역에서 살아가신다면..
이런 고기쪽 문제를 잘 파악하고 피해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야 좋겠지요.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