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위한 꽃
꽃은 죽은 이의 넋이거나 혼이 분명한데 조금 더 먼 바깥을 내다보려고 가시울타리 담장을 기어오르거나
썩은 나무를 밟고 오르거나 다가오는는 기척 소리 듣겠다고 귀 기울이거나 꿈속에서라도 창문 열어두거나
높은 곳에 올라앉은 능소화 활짝 몸 열어둔 능소화 한 사람을 위하여 피었으니 그 사람 아니면 누구든 그 꽃 따가지고 놀면 꽃잎 속의 벌레로 눈 잃는다
함부로 피고 싶지 않아서 당신 있는 곳까지 한 일 년 걸어와서 앞마당 가슴을 타고 오르는 능소화 뒷뜰 목을 감고 오르는 능소화
당신을 뱀처럼 칭칭 감고 있다가 한 세상이나마 어루만지면서 비 많이 오는 날이거나 바람 세찬 날이거나 같이 죽겠다고 뚝 떨어지는 것이다
능소화 올라앉은 담벼락도 허물어지고 나무도 뿌리 뽑혀지고 폐허에 달빛 새로 비칠 때 한 사람만 사랑했다고, 능소화처럼
-김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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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작품 감상 잘 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한 사람을 위한 꽃
애절함이 묻어 나는 글 머무르며 쉬어갑니다.. 감사합니다 ~ 석양노울님!
여유로운 오후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