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에게 / 류시화
어디에서 피어 언제 지든지 너는 들꽃이다
내가 네게 보내는 그리움은 오히려 너를 시들게 할 뿐,
너는 그저 논두렁이나 길가에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인간이 살아 살면서 맺는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이제는 풀면서 살아야겠다.
들꽃처럼 소리소문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한 하늘 아래 너와 나는 살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아직은 살 수 있고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냥 피었다 지면 그만인 들꽃이지만
홑씨들 날릴 강한 바람을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
To the Wild Flowers
written by /Ryu Si-hwa
tranaslated into English by chodong
No matter where you bloom and when you fall,
you are a wild flower
The longing I send you only makes you wither,
All you have to do is bloom and wither on a rice field or roadside.
The numerous knots of relationships that humans form throughout their lives.
Now I have to live with it.
Like a wild flower, silently and unseen
It's over once it blooms and dies.
You and I are alive under one sky.
I can still live with that alone
I still have to live diligently in the time I am given.
It's a wild flower that just blooms and dies.
We still have to wait for strong winds to blow away the single seeds.
출처:초동문학카페 영시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