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유령
사이토 린 지음 │ 니시무라 쓰지카 그림 │고향옥 옮김
출간 2023년 9월 12일│판형 128*188│제본 무선│328쪽│15,000원
분야 [청소년 > 청소년 문학]│ISBN 978-89-6372-421-8
“잊지 않을게.”
참 고마운 말이야. 기억해 주면 사라지지 않거든.
누군가의 기억 때문에 살아 있는 게 유령이거든.
어쩌면 슬픔, 원망, 견딜 수 없는 미안함 같은 감정의 타래들이 유령인 거지.
마음 깊은 그리움이나 행복한 기억이 유령일 수도 있지.
이 책은 유령, 그것도 마지막 유령에 관한 이야기야.
세상에 유령이 어디 있냐고? 만질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들이 많아.
공기도 그렇고 시대도 그렇고 슬픔이나 후회 같은 것도 그렇지.
하지메는 5학년, 아빠와 둘이 살고 있어.
엄마?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어. 슬픔도 없지.
엄마가 죽고 아빠는 망가져 버렸어. 먹지도 못하고 먹은 걸 토하고 잠도 못 자고.
슬픔은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하거든.
기억을 잃는 약, ‘트와일라잇’때문에 아빠는 슬픔을 잊을 수 있었어.
엄마에 대한 모든 기억은 사라졌어. 그렇게 세상의 모든 유령은 사라져 갔어.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유령 네무 이야기가 펼쳐져.
슬픔을 세상에 되돌려 놓을 것인지 말 것인지.
이제 결정할 순간이야. 누가 하냐고?
유령은 못 해. 바로 너야.
너무 많은 일이 있고, 너무 바쁜 세상이어서, 기억하려면 슬프고 괴로워서,
너무 많은 것들이 잊힌 채 살아가는 시대에,
우리 기억 속에 따뜻한 슬픔을 되돌려 놓을 이야기, 《마지막 유령》
▒저자 소개
사이토 린 斉藤倫
1969년에 태어나 시인으로 활동하며 여러 권의 시집과 아동서를 펴냈다. 도둑 도로봉의 활약을 판타지와 추리 기법으로 그려 낸 첫 장편 《도둑 도로봉》으로 시적인 문장으로 마음의 세계를 투명하게 그려 냈다는 평을 받으며 제48회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 제64회 소학관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다.
《마지막 유령》은 누군가의 기억으로 존재하는 ‘유령’을 통해 ‘잊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따뜻하게 그려 냈다.
니시무라 쓰지카 西村ツチカ
1984년에 태어나 2010년 단편 만화 《나카요시단의 모험》으로 데뷔하여 제15회 문화청미디어예술제 만화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가여운 마유미》 《치쿠마》 《북극 백화점의 콘세르주》 《안녕 여러분》 들이 있다.
옮긴이 고향옥
동덕여자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하고, 일본 나고야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공부했다. 지금은 한일 아동문학연구회에서 어린이문학을 공부하면서 좋은 일본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힘쓰고 있다.
▒차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해 질 녘의 버스
비행기가 있는 여름
8월 13일, 오봉 시작 첫째 날
오봉 항공의 비행기
흘러내리는 양말
1교시 ‘대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
2교시 ‘어떤 식으로 있는가’에 대해서
3교시 ‘유령이 생겨난 이야기’에 대해서
4교시 ‘유령 사회’에 대해서
5교시 ‘그리고 왜 멸망할 것 같은가’에 대해서
저녁 식사 시간에 나타난 호랑이
8월 14일, 둘째 날
신발 끈의 가르침
승합차와 사파리 공원
소동이 벌어진 동네
탁발승 겐조
반딧불이 다리에서
8월 15일, 사흘째
유령과 함께 점심 식사
슬픔의 빛깔
유괴당하는 거야?
통나무집의 결투
초인종도, 노크도 없이
이 다리를 건너자
겐조의 이야기
먀오 타의 이야기
공항에서 캠핑
8월 16일 나흘째, 오봉 마지막 날
다쓰미 하지메의 이야기
칸나 다리 위에서
여우 사내
동물 회의는 끝났다
‘숨결’을 모아!
유령 나라가 사라지다
마지막 저항
네무의 이야기
안녕, 유령
이야기를 마치고
(* 책 안에는 저작권사의 요청으로 차례를 넣지 않았습니다.)
▒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슬픔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이야기는 ‘슬픔’이 사라진 ‘대행복 시대’에서 시작한다. 하지메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다. 어렸을 때 돌아가신 엄마는 기억에도 없고 아빠와 단둘이 산다. 아빠도, 하지메도 그럭저럭 잘 지냈다. 여름방학 외할머니 집에 간 하지메가 어린 소녀 ‘네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네무’는 유령 나라에서 온 유령이라,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기억해 줄 때는 있지만, 잊히면 사라지니까.
그런데 세상에 슬픔이 사라지면서 유령 나라의 유령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누군가의 엄마였고, 친구였고, 아이였던 존재들이.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에서 우리는 늘 도망치거나 시간 속에 묻어 버리고 살아간다. 잊은 채, 아니 어쩌면 잊었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정말 잊을 수 있을까? 잊기만 한다면 행복할까? 그렇다면, 잊을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이야기는 유령 이야기이지만, 소중한 존재를 잃은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고 기억을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 안에 다른 사람을 살고 있게 하는 이야기다.
사이토 린은 시인이다. 죽음과 슬픔, 기억에 대한 깊은 통찰과 문장이 시 같다. 슬픔의 빛깔, 질감, 무게까지 마치 지금 어루만지고 있다고 느낄 만큼 생생하다. 비켜 간 슬픔이 있다면, 상실과 그리움으로 헛헛하다면 이 이야기를 만나 보시길, 어쩌면 각자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