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17. 5. 1 광주 제석산 이야기(2-1)
- 일 시 : 17. 5. 14. 일요일
- 장 소 : 광주 제석산(205m)
- 산행코스 : - 산행길: 집→ 문성고→구름다리→아리랑고개→ 구름다리→문성고→ 집
- 시 간 : 3시간 00분(16:00∼19:00), 꽃 채집
- 동반자 : 아내
나는 작고 아담한 제석산(205m) 아래에 살고 있다. 풍수지리에 의하면 마을이나 집은 배산임수(背山臨水) 하는 게 우리네 전통적인 정서이지만, 남향 집을 선호하는 이기심을 활용하는 주택시장(市場)의 힘에 따라 앞산(제석산)을 마주하고 있는 남향 공동주택, 문패도 없는 곳이 내 처소이다.
말하자면, 산수(자연)에 순응하기 보다는 사람의 뜻대로 집을 지은 상업주의,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어쨋건 나는 제석산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데, 최근에 샛길 건너 고층 공동주택이 들어서서 산을 바라보는 조망권은 사라져 버렸다.
내 취미는 원근의 여러 산을 탐방하는 것으로 앞 산 제석산은 언제든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제석산은 서쪽의 주월중학교에서 동쪽을 향해 말발굽 형태로 산줄기가 이어지며, 구름다리와 아리랑 고개를 지나 좁은 들녘을 건너면 흥천사, 절아래 약수터, 동구의 치마봉으로 이어지고, 숭신공고 옆을 지나 동아여중고로 내려서게 된다.
산 능선이 평평해 아이들이나 청춘 남녀, 노인들도 편하게 걸을 수 있고, 도심지에서도 그냥 나서서 산책할 수 있으니 많은 시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산에 사는 즐거움이랄까.
제석산 아래는 옛부터 서당골, 부처골, 샛골, 한대골, 방죽골, 불로동 마을이 있었고, 산에서 내려오는 시냇물이 조봉저수지와 유암저수지를 이루어 논농사를 짓던 곳이다. 불로동 마을 뒤편에는 절집 대각사가 있다. 절은 백제시대부터 있었다고 하는 데 약수를 뜨러 종종 다니던 곳이다.
나는 고등학교 2∼3학년 때 방림동 5번 버스 종점 부근에서 자취생활을 했었고, 당시 버스종점 뒤편은 모두 논밭이었다. 그 때는 혼자서 밥해 먹고 학교 다니는 게 귀찮아 부모님이 이 곳으로 이사와 농사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생각은 학생의 뇌리속에서만 존재했을 뿐. 오늘날 이 곳은 공동주택 숲으로 변해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할 테이지만, 600여 년 동안 터를 잡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 한실마을을 부모님은 저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곳은 1980년대 후반 방림동 지역을 ‘봉선택지지구 조성사업지구’로 지정, 사업을 추진해 지금은 공동주택이 밀집해 있다. 서울 잠실, 서초동, 대치동처럼 시멘트 건물이 숲을 이루는 곳.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다.
어쨋거나 주월중학교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오른 쪽에는 금당산이 자리하고 있고, 구름다리를 지나면 오른 쪽에 분적산이 있다. 분적산은 산길로 너릿재, 도곡 원화리, 남평방향으로 이어진다.
투병중인 아내가 병원에서 잠시 외출나와 집안 일을 처리한 후 운동요법으로 산책하러 나서길래 따라 나섰다. 몸이 아픈 것은 ‘생로병사’의 업보라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때가 되면 나을 것이라는 것도 알기에 걱정하지는 않는다.
산책은 문성고 뒤편 오솔길로 올라가는 데 숲속 나뭇가지에는 맑은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 건너편 무등산이 가까이 다가왔다.
풀과 나무들은 가식이나 가짜가 없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진솔한 모습! 풀과 나무, 꽃들, 온갖 새와 존재하는 생물들을 좋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