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 ‘비상상황에서는 유리창을 깨라’ “그의 마지막이자 가장 위대한 공직 행위는 다른 후보를 위해 물러나는 것” 김동현
27일(현지시간) 진행된 미국 대선 후보 토론회의 여파는 상당하다. 다수의 언론은 트럼프의 완승, 바이든의 완패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권위 있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사실상의 사설(社說) 형식으로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썼다. 이코노미스트는 28일, ‘조 바이든은 다른 후보에게 넘겨줘야 한다(Joe Biden should now give away to an alternative candidate)’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실린 이미지는 미국 국기가 그려진 유리창이 깨지는 모습이다. 이미지의 캡션은 ‘비상상황에서는 유리창을 깨라’이다. 이 기사의 도입부 두 문단은 압권이다. <2022년 11월 이코노미스트는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온 조 바이든이 대통령 재선에 나서면 안 된다고 썼다. 올해 1월 우리는 이런 우려를 잡지 표지 커버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조차 27일 도널드 트럼프와의 토론에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90분이 넘는 시간동안 바이든은 당황해했고 일관성이 없었으며, 솔직히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힘든 직업을 4년 더 감당하기에는 너무 쇠약해 보였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복수심에 찬 선동으로부터 평범한 미국인들을 돕고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다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토론 내내 얼굴을 찡그리고 (민감한 질문을) 회피하며, 진실을 부정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은 이 두 가지 목표의 시급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정말 이런 그의 사명을 달성하고 싶다면, 그의 마지막이자 가장 위대한 공직 행위는 다른 민주당 후보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돼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에 반대하는 여러 이유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것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대선 시기일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등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해 대선을 준비하기에는 촉박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어차피 이번 토론으로 인해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바이든이 언론 인터뷰 및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이유 등으로 그의 건강 문제설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측근들은 바이든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왔지만 이런 해명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또한 다음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려 이를 만회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트럼프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중연설 등은 가능하겠지만 전국민이 시청하는 대선 토론회를 통해 그의 이미지를 만회하기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기사를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27일 토론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획됐는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성공적이었다. 이 토론은 현재 미국인들이 원하지 않는 두 명의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미국과 전세계가 끔찍한 운명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들은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코노미스트가 말한 기회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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