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곤두박질 ‘金징어’ 된 오징어… 동해 바다에 무슨 일이?
신자영 기자 조선일보
주원인 ‘수온’… 동해, 평균 상승분보다 1.82℃↑
산란하러 북쪽으로 간 오징어, 내려오지 않아
中 어선들은 北 수역서 새끼 오징어까지 남획
오징어 값 뛰자… 정부 비축량 풀며 가격 방어
▲ /아이클릭아트
값이 많이 오른 오징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에요. 국민 수산물인 오징어는 강원과 경북 동해가 주산지인데요. 동해안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오징어 가격이 급등했어요. 한국물가협회의 '11월 물가 동향'에 따르면 국내산 생물 오징어(大) 가격은 마리당 1만1950원으로 한 달 새 42.1%(8410원) 올랐어요.
오징어가 잡히지 않자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도 늘었고요. 정부는 12월 5일 오징어를 생산하는 어업인에게 경영안정자금으로 1인당 최대 3000만 원을 긴급 지원하고, 2024년 말까지 수산정책자금도 무이자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죠.
▲ /자료=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로 수온 상승, 오징어 주요 먹이도 사라져
오징어 어획량은 2023년 9월 평년 대비 절반 이상이 줄었어요. 2013년 15만4555t(톤)에 달했던 전국 어획량은 2016년 12만1691t, 2019년 5만1817t, 2022년 3만6549t까지 줄어든 상황인데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수온 상승이 있어요. 지난 50여 년간 우리나라 바다의 연평균 표면 수온 상승분은 1.36℃로, 세계 평균 상승분(0.52℃)보다 2.5배 높았어요.
오징어가 주로 잡히는 동해안은 평균 수온 상승분보다도 높은 1.82℃였고요.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자 산란을 위해 오징어들은 북쪽으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고 있어요.
또 수온 상승으로 오징어 먹이가 풍부한 한·난류가 만나는 지역이 북쪽으로 이동해 오징어들도 따라 올라갔고요. 그러다 보니 동해안에는 오징어 수가 더 줄어든 거죠.
중국 불법 어업 등 무분별한 남획으로 감소
중국은 2004년 북한과 동해 공동 어로 협약을 체결했어요. 중국 선단이 북한 수역에서도 어획을 할 수 있는 조업 권한이 생긴 거죠. 그 이후 중국 어선들은 북한 수역을 통해 오징어를 마구 잡아들이고 있는데요.
실제 북한 해역 일대에서 발견된 중국 어선은 2004년 144척 정도였지만, 2020년 2389척으로 16배 이상 늘었답니다. 여기에 중국 어선은 다 자라지 않은 새끼 오징어까지 잡아들이면서 이른바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답니다.
개체수 줄자 치어까지 잡아 악순환
현재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오징어는 상당량이 외국산이거나 냉동 또는 해동한 것이라고 해요. 오징어 값이 뛰자 정부도 비축 오징어를 예년보다 1500t 가까이 더 풀었어요. 하지만 수온 상승과 무분별한 남획으로 어획량 감소는 더 심해질 전망이죠. 여기에 현재 오징어 양식은 아직은 초기 단계라 오징어의 치어(稚魚·어린 물고기)마저 '총알 오징어'로 인기를 얻게 되면서 치어 수도 감소하는 추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