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을 빛낸 국제 사진행사의 명암(1)
올해 한국사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9월과 10월에 각각 열린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과 대구사진비엔날레이다. 사진의 양적인 성장을 등에 업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진을 매개로 한 국제적인 수준의 대규모 행사가 개최된다는 점에서 이 두 행사는 사진계를 한껏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국내외 유명 사진가들의 전시와 사진 흐름이나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세미나, 기자재전을 비롯해 다양한 부대행사 등으로 구성된 이들 행사는 우리나라 사진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킴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사진을 친숙한 매체로 만들었다. 하지만 두 행사 모두 올해가 첫회인 등 경험부족과 열악한 사진 기반시설 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운영에서 서투른 점이 많이 노출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성과는 계승하고 문제점은 드러내 고치기 위해 2006년을 빛낸 두 사진행사의 명암을 짚어본다.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SIPF) 2006 기간 : 2006년 9월13일~9월26일(14일간) 장소 : 인사동 일대 토포하우스, 관훈갤러리, 인사아트센터 B1, 갤러리쌈지, 갤러리나우, 갤러리룩스, 김영섭사진화랑, 갤러리카페 브레송(충무로), 덕원갤러리 등 구성 : ‘울트라 센스’ 주제로 한 본전시 / ‘포토루덴스’, ‘영 포트폴리오’, ‘명예의 전당’, ‘하이브리디즘’, ‘포토인터페이스’전 등 특별전시 / 포토페어, 포트폴리오 리뷰 등 부대행사
2006 대구사진비엔날레 기간 : 2006년 10월19일~10월28일(10일간), 기자재전(10월22일까지) 장소 : 대구 EXCO, 대구문화예술회관, 시민회관 등 구성 : ‘다큐멘터리 사진 속의 아시아’ 주제로 스티브 맥커리의 특별 전시와 아시아 주제로 한 일반 전시로 나뉜 주제전 / ‘사진속의 미술&미술속의 사진’, ‘대구사진의 역사 산책, 1970~80년’ 등 특별전 / 사진영상기자재전 / 부대행사 / 대구지역 화랑의 기획전 등
기고 | 현장에서 본 서울페스티벌과 대구비엔날레
차린 음식은 많지만, 먹을 음식은?
글 김영태(현대사진포럼 대표, kyt6882@hanmail.net)
지난 9월13일, 1회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의 개막식이 열린 서울 인사동의 관훈갤러리 주변에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개막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초대받은 원로 사진가들에서부터 젊은 사진가들까지 사진계 인사와 그밖에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전시장 근처 골목 여기저기 모퉁이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한국사진이 국제적인 행사를 치룰 수 있을 만큼 역량이 커졌지만, 수도인 서울에 대규모 사진전을 개최할 만한 사진미술관이나 박물관이 하나 없어 생긴 촌극이다. 그 광경을 지켜본 필자는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기획에 충실한 실험적인 작품, 관람객 배려는 아쉬워 안타까운 감정을 누르고 전시장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은 본 전시 제목인 ‘울트라센스’와 특별전시 제목인 ‘포토루덴스’라는 단어의 느낌 그대로 참가 작가 대부분이 젊은 사진가들이었다. 그리고 실제 전시작품들도 감각적이고 매체실험적인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사진작품이라기보다는 탈장르적이고 미술과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대사진의 단면을 보여주는 등 전시 컨셉을 명료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새로운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영 포트폴리오’전도 전시 작품의 과반수 이상이 실험적인 작품들로 채워졌다. 아쉬운 점은 이번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이 대중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표방했음에도 사진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 않은 일반 관람객들에게 전시작품 및 작가 등을 설명해 작품의 이해를 돕도록 하는 도슨트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점이다. 전시된 작품들 상당수가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니라 난해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전시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는 더더욱 필요했었다.
서울페스티벌에서 돋보인 중국작가와 비교된 우리작가 본 전시에 전시된 작품들 중에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중국, 대만 등 외국작가들의 작품이 많았고, 주로 인사아트센터 지하 1층에서 전시되었다. 그중 중국작가들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은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품의 내용과 표현양식이 서로 잘 조화를 이루었고, 프린트 퀄리티도 뛰어났다. 그들의 표현양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명료하며 독특하고 개성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정서와 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일부 국내작가들의 작품은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도 명료하지 못하고 최종 프린트의 퀄리티도 떨어져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국내작가들도 좀더 깊이 있는 이론 공부와 철저한 실기교육을 바탕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야겠다는 점과 그럴 때에만 해외 사진계로의 진출도 모색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전으로 개최된 ‘영 포트폴리오’전의 전시작품들 중에는 전시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진부한 표현양식과 내용으로 제작된 작품들도 전시돼 관람객들을 의아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김영섭사진화랑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전에 전시된 원로사진가 김한용선생의 전시작품은 디지털로 프린트해 톤이 전체적으로 일관되지 못하는 등 전시작품의 품격을 떨어뜨렸다. 원로사진가에 대한 세밀한 배려가 아쉽게 느껴지는 전시회였다.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디스플레이, 프린트에서 기본 못 지킨 대구행사 대구에서 10월29일까지 개최된 1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주제전으로 ‘다큐멘터리 사진 속의 아시아’를, 특별전은 ‘사진 속의 미술, 미술 속의 사진’을 각각 주제로 개최되었다. 대구 EXCO 3층 전시장에서 개최된 주제전은 전시작품들 대부분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혹은 포토저널리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일부 작품은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순수사진에 가까워 다큐멘터리 사진의 경계를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정해 작품과 작가를 선정하였는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관람객들의 동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시장에 작품이 걸려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없었다. 작가간의 구분도 쉽지 않았다. 작가마다 작품 내용이 비슷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부 국내작가들을 제외한 외국작가들의 작품은 인화된 작품을 반입하지 않고 디지털 데이터를 받아 국내에서 일괄적으로 엡슨 프린트용지에 디지털 프린트해 프린트 톤이 비슷한 등 작가마다 고유의 작품분위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분산 개최로 불편함 커, 사진미술관 절실히 요구돼 사진영상기자재전은 주제전이 열린 대구 EXCO 1층에서 열려, 마치 기자재전이 부대행사가 아닌 사진비엔날레의 본 행사처럼 느껴졌다. 지난해 기자재전 위주로 열린 대구이미징아시아와 이번 비엔날레 사이에 차별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자재전이 다른 공간이나 또는 주제전이 열린 3층과 장소를 바꿔 전시됐더라면 행사의 취지와 훨씬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 특히 기자재전은 일반 관람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행사로, 비엔날레 행사기간 중에 미리 끝나 아쉬워하는 관람객이 많았다. 그리고 행사장에서 상품을 바로 구입하는 것도 불가능해 더더욱 아쉬웠다. 특별전은 주제전이 열린 대구 EXCO와 대중교통으로 1시간여 걸리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전시작품의 완성도와는 관계없이 디스플레이가 감상하기에 편했고 세련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이미 오래전에 여러번 발표된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진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작품들 상당수가 일반 관람객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작품들이 많아 작품설명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서울사진페스티벌과 마찬가지로 도슨트가 없어 일부 관람객들에게서는 관람료가 아깝다는 푸념이 들리기도 했다. 특히 주제전이 열리는 전시장과 거리가 멀어 지리를 잘 모르는 외지에서 온 관람객들은 많은 불편함을 겪었다. 그외에 다른 전시장과도 서로 너무 떨어져 있어 관람객들이 하루 만에 모든 전시를 관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아쉬운 마음으로 관람 일정을 중단하고 돌아가는 관람객도 상당수 볼 수 있었다.
이번 두 행사를 지켜보면서 필자가 특히 안타까웠던 것은 사진미술관 하나 없어 행사를 한 장소에서 모두 진행할 수 없었다는 점과 이로 인한 불편함이 너무 컸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시회만 있었지 국내 젊은 사진가들을 외국으로 진출시킬 수 있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행사가 없었다는 점도 아쉽게 느껴졌다. 국제적인 사진행사를 짜임새 있게 개최하기 위해서는 사진미술관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관람객들을 세밀하게 배려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과 2008년에 다시 열릴 두 행사가 좀더 성숙된 모습으로 기획돼 한국 사진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기를 기대한다.
대구사진비엔날레
행사 후기 | 서울페스티벌 김남진, 대구비엔날레 박주석, 대구시
신작 전시와 판매장으로 계속 업그레드
김남진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사무총장
기획자와 행사 전반을 책임진 입장에서 첫해 행사의 평가 사실 우리나라 작가층은 너무 얇다. 층을 넓히려면 창작을 이끌어내야 한다. 지원을 통해 새로운 작업을 만들게 하고, 전시 뿐 아니라 판매로까지 연결되도록 젊은 작가의 신작 위주로 전시했다. 지금까지 많이 보여져온 사진보다는 유망한 젊은 작가의 가능성을 확인한 점이 1회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의 가장 큰 수확이다. 해외작가 중에는 특히 중국작가의 작품이 가장 두드러졌고 충격을 주었다. 우리 작가에게 타산지석으로 경각심을 높인 점 또한 의도하지 않은 성과 중 하나다. 사진 판매의 가능성도 어느정도 확인됐다. 반면 민간 주도로 공적자금의 지원 없이 행사가 치러지다보니 국제사진행사에 어울리지 않게 규모가 작았고, 2주라는 짧은 전시기간, 작품설명을 돕는 도슨트의 부재 등이 안타까운 점으로 남는다. 내년 2007년 행사 계획 모든 점에서 업그레드 된다. 변함없이 신작 위주로 가되 중견작가까지 참가시켜 전시작품을 늘리고, 10명이던 해외작가도 국내작가와 같은 규모로 늘리겠다. 옥션과 연계해 사진판매를 시스템화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작가 보다는 해외 유명 출판사와 컬렉터의 초청을 더 많이 유도해 국제행사에 맞게 주목을 이끌어내겠다. 기간도 3주 정도로 늘리고, 인사동 일대에 흩어졌던 전시장도 주제전은 규모가 큰 갤러리에서 여는 등 재고대상이다. 서울국제사진비엔날레의 정체성 사진 위상이 높아졌다지만 양적인 팽창에 그칠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작품이 안 만들어지고 시장이 없는 등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사진을 펼쳐 보여주는 장과 거래되는 시장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겠다.
기록성 근거한 기획의도와 70~80% 일치된 행사
박주석 대구사진비엔날레 2006 수석 큐레이터
대구사진비엔날레의 기획자로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분야는 아시아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이 무엇인가와 그 시선을 담아내는 표현의 방법이었다. 특별히 주제전인 ‘Imaging Asia in Documents’에는 미술 시장을 겨냥하는 현역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행보와 비전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물론 어느 정도 대중성을 노린 특별 초대작가인 스티브 멕커리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진의 기록성에 근거하면서도 새로운 표현 양식을 선보이는 현역 작가들을 초대한 것이다. 다만 일정 부분 정보의 오류와 물리적 한계로 인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전통적 스타일을 고수하는 작가들이 포함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70~80% 정도는 기획의도와 일치했다고 자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구성과 동선 처리 그리고 부대 행사의 완결성에는 어떤 이유에서건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또 특별전의 경우 참여한 작가들이 한국사진의 현 상황을 두개의 단위로 구분지어 보여주고자 했던 기획의 의도를 잘 따라주었으나, 2~3명의 작가들이 최근작이 아닌 과거의 작품을 출품한 것이 옥에 티로 남을 것 같다. 여기에 더해 이번 비엔날레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결국 공간의 문제였다는 것을 짚고 싶다. 주제전이 열렸던 엑스코(EXCO)라는 공간은 산업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공간이고, 비엔날레는 예술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런 차이가 많은 어려움을 겪게 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발전하기 위해 극복해야할 근본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를 통해 국내작가들과 외국작가들 사이에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자신들의 작업과 직접 비교해 작가 자신 더 나아가 한국사진의 정체성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2회 비엔날레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다만 2008년 행사에 대해 대구시와 조직위원회로부터 자문이 온다면 이번 비엔날레가 설정한 기록성에 기반을 둔 사진의 새로운 형식이라는 가치를 지속 발전시키고, 주제는 문화인류사적 흐름을 잘 파악하고 반영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홍보와 예산부족, 아쉬움 남겨
폭넓은 의견수렴 통해 2회 행사 준비
이동진 대구시청 문화예술과 대구사진비엔날레 담당
대구는 전통적인 사진의 도시로, 지난 10여년간 지역 학계, 사진계 등에서 사진비엔날레 개최에 대한 여망이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다. 2005년 대구 EXCO가 기자재전 중심의 ‘대구이미징 아시아’를 개최하면서 국제사진전 개최에 대한 여론형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며, 이를 계기로 시작된 2006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짧은 준비기간과 국제비엔날레라는 성격에는 적은 예산으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사진이라는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개최한다는 과제와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10개국 35명의 외국작가와 21명의 국내작가가 참가한 주제전, 사진 1,100여점이 전시된 특별전 그리고 사진관련 메이저 기자재업체의 참여한 기자재전과 지역 8개 전시장 및 화랑들이 참여한 초대전 등에 전국에서 6만여명의 관람객들이 찾아 성황을 이루었고, 이번 비엔날레가 사진예술과 관련 산업이 결합된 대구의 새로운 문화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주제선정 및 운영조직 등에 대한 여론수렴이 부족했고, 가장 아쉬운 점은 홍보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홍보가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점은 2회 행사준비에 반영될 계획이다. 지방재정상 첫 국제행사에 시비와 국비 각각 2억원씩 모두 4억원의 예산은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니다. 그러나 준비하는 과정에 예상치 못한 부분에 예산이 들어가 홍보와 조직운영에서 예산 부족을 겪었다. 2008년도 예산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또 준비기간의 짧아 조직위원회 및 큐레이터 3명 등 최소한의 규모로 운영조직이 구성돼 업무가 과중됐던 올해 행사와 달리 2회는 좀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 12월경에 비엔날레의 최종보고회가 열려 행사의 장단점과 보완점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2007년 상반기 중에 각종 여론수렴과 간담회 등 국제심포지움을 통해 2008년 비엔날레의 주제 및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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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출처: 월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