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용 요셉 신부님
2024년 나해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요한 15,26─16,4ㄱ
내가 누구인가를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은 피밖에 없다
영화 ‘수상한 그녀’(2013)는 일찍 남편을 잃고 평생을 아들 하나 키우며 살아온 욕쟁이
오말순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오말순 할머니는 싸움닭입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인 오말순 할머니 때문에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집니다.
손자들은 엄마를 위해서라도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게 낫겠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오말순 할머니는 쓸모없어진 자신을 한탄하며 한 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습니다.
그런데 50년이 젊어진 것입니다. 처음엔 가족도 걱정이 되었지만, 이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가수의 꿈을 찾아 행복하게 살아보려 합니다. 점점 유명해지고 사랑도 싹틉니다.
그런데 자신이 속한 밴드에 자기 손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자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수술을 위해
긴급히 피가 필요합니다. 손자와 피가 맞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
그러나 피가 빠지면 다시 늙게 되는 것을 압니다.
젊어진 오말순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수혈하기로 합니다. 이때 그 젊은 여자가 자기 어머니인 것을 안
아들은 어머니에게 떠나라고 말합니다. 자기 아들은 자기가 알아서 살릴 테니까, 이젠 자신들 위해
희생하지 말고 당신 인생을 살아보라고 합니다. 붙들이라고 불리던 아들의 대사입니다.
“갓난쟁이를 남편도 없이 키우던 젊은 여자가 있었어요. 근데 그 갓난쟁이가 병이 났는데
도통 낫질 않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목숨줄을 놓으려고 했지요. 근데 그 갓난쟁이 엄마는
너무 가난해서 해줄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가슴으로 끌어안고 눈물로 말했어요.
‘붙들어라. 목숨처럼 붙들어라.’ 그냥 가세요. 그냥 가셔서 남이 버린 시래기도 주워 먹지 말고
그 비린내 나는 생선 장사도 하지 말고 자식 때문에 아귀처럼 살지 말고 명 짧은 남편도 얻지 말고
나처럼 못난 아이도 낳지 마세요. 그러니 제발 가세요. 엄마.”
그냥 가면 엄마가 아닐 것입니다. 엄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난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살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도 다름없이 똑같이 살란다.
그래야 내가 네 엄마고 네가 내 자식일 테니까.”
아들에게 어머니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피’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피가 성령이십니다. 성령께서 오시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스도를 알게 됩니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피는 곧 성령이다.”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의심될 때 어머니께서 흘리시는 피를 보았습니다.
단팥빵과 흰 우유, 그리고 삼겹살과 휘어진 발가락과 굳은살. 이것이 그분이 누구인지 증명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 주는 것은 어머니의 피입니다. 어머니의 피는 곧 아버지의 피이기도 합니다.
그 피를 통해 나는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자기 아버지를 전쟁 통에 잃은 딸에게 친척은 “아버지는 딸의 손을 절대
놓지 않아!”라고 말해줍니다. 이것이 진짜 아버지를 증명해 줍니다.
얼마 전에 “수술 4번 받고 교실 왔는데…‘눈물 버튼’ 눌러버린 선생님”이란 동영상이
많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아이는 휠체어를 타고 한 달 만에 반에 왔지만,
반 아이들이 신경을 써 주지 않습니다. 서러움에 울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를 놀래주기 위한 이벤트였습니다.
케이크도 준비되어 있었고 노래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엉엉 웁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준비한 그 노력이 성령님입니다. 그 성령님은 아이에게 이 아이들과 선생님이
진짜 자신의 친구들과 선생님임을 알게 했습니다. 이것이 진리의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고,
이 진리의 성령을 주는 방법은 곧 피 흘림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는 피를 흘려 죽으셨기 때문에 그분이 누구셨는지는
오직 성령으로만 알 수 있고 그리스도를 우리가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스도는 피를 흘려 죽으셨기 때문에 그분이 누구셨는지는
오직 성령으로만 알 수 있고 그리스도를 우리가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