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영안(靈眼)
자유는 나 같은 시각장애인들이 특히 갈망하는 꿈일 것이다.
예를 들어, 나 혼자 훌쩍 어디를 가 본 기억이 없다.
어렸을 때는 엄마의 팔을 잡고 다녔고,
집을 떠난 뒤부터는 친구들이나 동료들의 팔을 잡고 다녔다.
결혼 뒤에는 아내의 팔을 잡고 다니고,
아이들의 키가 나와 비슷해진 요즘은
가끔 아이들의 팔을 잡고 다니기도 한다.
내가 혼자 다니는 것은 주중에 매일 하는 출퇴근길뿐이다.
- 신순규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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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부터 전국장애인연합의 이동수단 제공을 위한 시위가 이어집니다
얼마전에는 지하철에서 시내버스로 시위 장소를 옮겨
대표가 현장에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성숙한 사회는 약자를 중심으로 배려합니다
비데에 새긴 점자, 신호등의 버튼 장치, 지하철 바닥의 요철 표시,
계단 옆 경사진 통로 같은 이런 섬세한 배려들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듭니다
한편으로 시작장애인은 '제3의 눈'이라고 볼 수 있는 하얀지팡이를 사용하여 이동합니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봅니다
육안보다는 심안이, 심안보다는 영안이 더 밝기 때문에
어쩌면 세상의 이치를 더 잘 꿰뚫어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통의 사람은 오감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비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모자라는 오감 대신에 영감을 더 필요로 하겠지요
오늘은 중복입니다
최고의 복달임은 쉼일 것이니 하룻길 걸을 때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시고
오감 보다도 영감을 발휘하셔서 자주 웃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