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이 더 아름답다
누군가로부터 예쁜 엽서 한 장을 선물 받았다.
엽서를 받아 보는 건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펜보다는 키보드에 익숙한 요즘 세상이니 말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만 흘러가는 스마트 한 세상이기에,
가끔은 느리게 흘러가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누군가의 편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삐삐 알림에 전화 부스로 뛰어가던,
폴더 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던 옛 시절이 말이다.
그땐 누군가와 빨리 연락이 닿기만을 기대하고 바랐는데,
막상 그런 빠른 시대가 찾아오니 오히려 느렸던 때가 그리운 건 무슨 심보일까,
아마도 이런 감정에는 주고받는 대화의 밀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글자와 음성이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요즘과 달리,
그 시절의 우린 서로가 나누는 한 글자, 잠깐의 음성이 모두 소중했으니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오늘의 불만조차 그리워지는 날이 올까?
혹시 모를 일이다. 우리는 매번 현재의 불만족 속에 살아가지 않던가.
그래서 과거는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불만과 결핍마저도 돌이켜보면 추억 속의 미소로 되살아나곤 하니까.
- 천성호 산문집 <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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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터밭에 나가서 황기와 참나물 모종을 옮겨심은 뒤에
선배 문우의 봄꽃맞이 번개팅 제의에 함께 했습니다
은퇴 후에 더 바쁜 삶을 선택한 친구의 怃松山莊에 4명의 문우가 초대를 받은 것이지요
인근의 소문난 닭갈빗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 친구내외의 20년 적공이 이룬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봄꽃들이 활짝 웃어주고,
크고 작은 너럭바위를 떠받든 가지런한 잔디밭도 푸르렀습니다
주인 내외는 이것 저것 정성을 쏟은 과정을 설명하셨고,
선배님은 부지런히 활짝 핀 꽃을 촬영해서 동영상을 제작하셨습니다
두 사람이 돌보는 산장과 텃밭 규모가 2,000평에 이를 정도였으니 그저 놀랄 정도였네요
머위잎이 넌출거리고, 그늘막 속에서 표고버섯이 알차게 돋앙있었네요
비닐하우스 안에는 상추며 실파 등 푸성귀들이 즐비하니 먹거리 창고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500m쯤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여동생 집에서 다과와 함께 귀한 차도 대접받았네요
소문난 정원을 가꾸고 있는 선배 문우와 주고받는 경험담에 귀를 기울이다가
문화원 뜨락에 세웠던 아동문학가 두 분의 시비 이전 현장을 둘러본 뒤에 돌아왔습니다
부지런하신 선배님은 제작된 동영상을 배달해주셔서 꽃잔치 분위기를 더 오래 즐겼습니다
어쩌면 소소한 일상일 수 있는 하루가 부지런 한 내외에 대한 존경심과
정원 가꾸기에 지극정성인 문우들의 취미생활에 경외심까지 지니게 되었습니다
주말 하룻길도 천천히 걸으며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