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둘기는 불편한 동반자가 되었나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김광섭 시, <성북동 비둘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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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비둘기는 통신 수단이기도 했고, 건물 처마에 보금자리를 꾸며 사람과 가깝게 지냈습니다
외국영화 『나홀로 집에』에 센트럴파크 비둘기 할머니는 주인공과 멋진 소통을 이루어냈습니다
옛날 성북동 하늘을 날으던 그 비둘기들이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광장이나 공원 마당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먹잇감을 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던져주는 먹이에 목숨을 맡겨버린 것이지요
개발로 보금자리를 잃었으니 생존경쟁의 원인 제공자들에게 연명을 구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흔하게 보였던 각종 조류가 아주 드물게 보입니다
처마 밑 제비가 드물어졌고, 농병아리 따오기 뜸부기 뻐꾸기도 영상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cctv에 나타난 참수리 한 마리 때문에 sns가 야단법석을 떨었지요
우리집에도 가끔 주목나무 가지 사이에 스며 열매를 쪼던 멧새가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보금자리 근처에 새로운 먹잇감이 풍족하기를 축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