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의 일상
하루종일 집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는 은퇴자가 있습니다.
할 일이 없으니까, 나가도 만날 친구가 없으니까 같은 단순한 이유는 아닌 듯하다.
지금까지 몸에 배어온 가족관이 배경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가정과 가족을 소중히 여기십시오"라는 말을 흔히 한다.
내 집이야말로 돌아가서 편히 쉴 수 있는 곳이고, 힘들 때 의지가 되는 존재 역시 가족이다.
그 유대가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밖에 나가는 것은 외부에 마음을 여는 것이기도 하다.
설령 혼자 산책을 하더라도 그 곳에 외부 세계와의 접점이 있다.
외부 세계와 접점을 가지면 마음의 혈전이 녹는다.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나이를 먹으면 아내는 남편을 귀찮아한다.
자녀들도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밖으로 향하게 된다.
제2의 인생에는 가족보다 자신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는 편이 즐겁고 유쾌하게 살 수 있다.
물론 가정이나 가족을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은 그 나름대로 귀중하지만,
가족애와 인생의 기쁨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 도야마 시게히코 저, <자네 늙어봤나 나는 젊어봤네>
***************************************************************************************************************
평생을 출퇴근하며 청춘을 지낸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퇴직을 하고 난 뒤에 '백수가 과로사'한다면서 바쁘게 사는 이들이 있고
'삼식이 신세'라면서 소파에서 TV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여기저기 가입한 단체가 있다면 활동을 멈추지 않아도 되겠지만
평생을 직장과 가정만 바라보고 지낸 이들은 새로 단체활동을 하는 게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주위에 퇴직하면 부부가 국외여행이나 다니겠다고 공언하던 이들이 있었지요
처음 한두 해는 여기저기 쏘다니더니만 점점 출입이 뜸해지고 병원 드나드는 횟수만 늘었습니다
그래도 부부가 따로따로 일상을 누리며 확목하게 지내는 가정도 꽤 많습니다
은퇴자든 아니든 제2의 인생은 새로워야 합니다
외부세계와 새롭게 접점을 찾으면서 마음과 눈길을 밖으로 돌릴 때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늘그막일수록 가족보다 스스로의 기쁨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하룻길 천천히 걸으며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