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문화
집 근처 대형마트에 갈 때면, 문득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실감하곤 합니다.
갈 때마다 더 다양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별도의 요리 없이도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몇 분 만에 든든한 한 끼를 챙겨 먹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갈수록 더 편리해졌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커피나 빙수와 같은 식품도 배달이 되지 않는 것이 없고,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없는 골목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그 속도에 발맞춰 함께 변화하지 못하면 어느새 뒤처지고 맙니다.
특히나 한국인은 속도에 민감합니다.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빨리빨리'는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한 한국말이 됐습니다.
이렇게 속도를 강조하며 살다 보니
인내하거나 참아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이 원하는 대로 즉시 풀리지 않으면 분노하고,
잠시 잠깐이라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거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에는
좀처럼 끈기를 갖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스무해쯤 전에 이탈리아 폼페이유적을 찾았을 때
거기 사람들이 우리 일행을 가리켜 '빨리빨리'라고 하며 웃었습니다
당시에도 한국인 관광객들은 '빨리빨리'를 소리높여 얘기한 듯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이 여유가 없는 사회를 걱정하지만
그것을 걱정하는 사람조차도 시간이 촉박한 일이 생기거나
꽉 막힌 도로에서 차량 운전을 할 때가 되면 본인도 모르게 '빨리빨리'를 외칩니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OECD 회원국으로, 경제대국 반열에 올랐지만
빈부격차와 상대적박탈감은 더 커져서 복지사회로 가는 길이 어둡습니다
살아보니, 서두른다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게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오늘은 '문화가 있는 날'이니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가지시고
하룻길 천천히 걸으며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
# 오늘의 명언
신중하게 천천히 하라.
빨리 뛰는 것이야말로 넘어지는 것이다.
– 셰익스피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