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와 마디 사이
그리움은
연필로 나무 한 그루 그리는 일이다
선 하나 그으면
앞서 그린 선이 지워진다
잎사귀 그리면 줄기가 지워지고
둥치 없어진 자리엔
흰 구름이 들어선다
무한정 그려도 제대로 그릴 수 없이
늘 한 군데가 모자란 짝짝이 눈이거나
콧구멍이 없는 기형의 얼굴,
못 갖춘 마디
마디와 마디 사이
- 김정숙의 시집 《구석을 보는 사람》 에 실린 시 〈마디〉 전문
*****************************************************************************************************
꽃을 떨궈야 열매가 달리고, 열매를 떨궈야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가 소멸되어야 다른 하나가 탄생한다는 깨우침입니다
선과 선, 마디와 마디 사이에 무궁한 그림이 펼쳐지고 자연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모든 것은 마디가 있고, 틈이 있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제 아내와 같이 한국매화화공원 매화 전시관에 들러 한참 매화향기에 취했습니다
주중임에도 꽤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거나 삼삼오오 분재 감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개막할 때보다 많은 꽃망울이 터져 있어서 보기에 좋았습니다
야외의 매실나무는 아직 겨울 나무 그대로였지만,
실내에서 매화꽃은 매실을 맺을런지 모른 채로 꽃을 마구 피운 것이지요
분재 매화는 모두가 기형의 모습으로 계절을 재촉할 뿐이어서 한편 아쉬웠지요
어쨌거나 매화공원 전체가 선비정신을 간직한 모습으로 남아주기를 기원했습니다
매난국죽의 상징물을 사계절 내내 감상할 수 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지 모르겠네요
이번 주말쯤이 아마도 절정에 이르지 않을까 합니다
하룻길 천천 히 걸으며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