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 무심 발심 / 월호스님
부처님께 예배하는 것은 바로 공경심과 굴복심을 연습하는 것이다. 참된 성품을 공경하는 마음과 무명을 굴복시키는 마음을 연습하는 것이다. 무명 중에 가장 큰 무명이 바로 '고정된 실체로서의 내가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잘났다는 생각, 아상我相이다. 그런 아상을 굴복시키는 게 바로 예배의 진정한 의미이다. 쉽게 말해서 예배하고 절을 하는 것을 불가에서는 '하심공부下心工夫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마음을 낮추고 겸허해지는 것이다. 불교의 수행은 마음공부다. 마음 공부에 대해서 크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가 일심공부一心工夫, 둘째가 무심공부無心工夫, 셋째가 발심공부發心工夫다.
이렇게 일심, 무심, 발심의 본격적인 마음공부를 하기 전에 워밍업 과정에서 해야 할 마음공부가 바로 하심공부이다. 하심도 안 되는 사람이 일심, 무심, 발심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출가해도 처음 행자 생활 때 계속 절을 시킨다. 보통 아침에 500배, 저녁에 500배,하루에 최소 1000배씩 매일 절을 한다. 조석예불 끝나고, 무조건 500배씩 하는 것이다. 부처님한테 자꾸 절을 하는 것은 하심공부를 연습하는 것이다. 내가 마음을 낮추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 몸부터 낮추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하심이 되면 비로소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기본자질基本資質이 갖춰진다. 하심이 되어야 비로소 세간에 나타날 자격이 생긴다.
불가에서는 몸과 말과 뜻이 청정해지는 것을 진정한 출세하고 한다. 벼슬을 살고, 권세를 잡고, 재벌이 되는 것이 아니고, 진정한 출세는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이 청정淸淨해지는 것이다.
머리가 좋고 요령이 뛰어나야 출세하는 것이 아니다, 주리반특가 같이 머리도 안 좋고 근기가 열등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도 '수구섭의신막범守口攝意身莫犯하면 여시행자능득도如是行者能得道니라.' 이 말 한마디로 공부를 해 마쳤다. 입을 지키고, 뜻을 거두고, 몸으로 함부로 범하지 아니하면, 이와같이 행하는 자가 능히 도를 얻으리라. 도를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입을 잘 지켜야 된다. 내가 이것을 말을 해야 할 시기인가? 해야 할 장소인가? 해야 할 대상인가? 이걸 잘 가려서 하는 것이다.
둘째, 뜻을 거두어야 한다. 우리의 뜻은 대부분 밖으로 나가 있다. 돈이나 권력 따위에, 이것을 자기 마음 안으로 향해야 한다.
그 다음에 몸으로 함부로 살생 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 망어忘語, 이것을 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도를 얻어 출세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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