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
옛말에 " 시집 가는날 등창난다" 더니
벼르고 별러서 잡은 날이
하필이면 영하 10도가 넘는 매섭게 추운날이라.
하지만
이런 추위 따위에 손을 들 우리가 아니지.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외출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눈밭에 굴러도 끄떡 없을 옷들로 둥게둥게 껴입고
준비해 둔 선물도 챙기고
집 주인 줄 골금짠지도 집어넣고
신나게 집을 나섰다.
우리가 해마다 이맘 때 새해가 되면
친구들 함께 모여
윷놀이로 한해를 시작한지도 어언 50여년이 흘렀다.
그 옛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만난 초등 친구들이
처음엔 그냥 재미로
정초에 모였으니 윷놀이나 한판 하자 싶어 시작했던 놀이가
그 후 세월이 흐르며 연례행사가 되어
수십년을 이어왔으니
그야말로 역사와 전통과 끈기를 자랑하는 우리의 윷놀이가
우리들만의 신년 하례식이 된 셈이지.
코로나로 지난 두해 건너 뛰고는
단 한해도 거른적 없었던 신년 윷놀이인데
고추같이 맵고 추운날이면 어떠리?
모두들 당연한듯 날씨 따위엔 신경도 안쓰고 창동역으로 모였다.
할매들 춥긴 추웠던 모양이라
어지간이들 껴 입었어
마치 눈사람같은 모습들로
아이같은 환한 미소가 너무 이뻤고 아름답기 그지 없던구만 ㅋㅋ
"나이가 할매지, 우리 눈에는 아직도 청춘이어라 "
라고 말하면
젊은 애들이 노망끼 있다고 할란가?ㅎㅎㅎ
이제 늙어가며
열마 남지않은 친구들인데
이편 저편 가리지 말고 같이 놀자 하여
올해 처음으로 초대한 특별회원 세명을 포함
합이 아홉명이라.
어쩌다가 그만
상주초 일육회 윷놀이가 되어버린 듯한 분위기였지만도
유일한 상산빼이 명희는
한때 상주초 일육회 전학생을 자처하기도 했던
전적이 있었던지라
이런것쯤이야 문제될 것 전혀 없음이었으니
오랫만에 반갑게 만나서
이른 점심 사먹고 윷놀이 장소인 명희집으로 입성 ~~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먹은게 아니고
한 친구의 통 큰 기마이로 기분좋게 대접을 받은거지. 야~호~오~
그 어떤 음식보다 너무너무 맛이 있었다네.
윷판이 펼쳐지고
수십년 우리와 함께 늙어온 손 떼 묻어 반질 반질 달은
정필이네집 가보(?) 싸리나무윷을 던지며
윷놀이는 시작되었고 신명들이 났지를
꽃같은 새댁시절을 거쳐
항상 바쁘게 뛰며 내 일과 집안 일,그리고 육아로
정신없이 바쁘고 골몰했던 초,중년을 거쳐
애들 다 키워서 시집장가 보내고
어르신들 먼길 떠나 보내느라
숨 가쁘게 휘몰아치며 기뻤다 슬펐다 했던 중 후반 60대,
집안일 자식일 한시름 놓고
날아갈듯한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에
여행 다니며 놀기 바빴던 황혼의 초반기를 지나
어느새 칠십도 중반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이젠 한해가 다르게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몸 이곳 저곳에서 늙는 소리가 들려온다 .
요즘은 모든게 점점 사그라드는 느낌이라
" 아 ! 늙는다는게 이런거였구나 " 싶다.
윷놀이를 하는 친구들의 혈기도 옛날만 어림없어
윷가락 던지는 힘도. 지르는 고함 소리도'
빡빡 우기는 억지도 훨씬 줄었고
어째도 이겨야 겠다는 승부욕마저도 사그러진 윷판 이라
이젠 니편 내편도 헷갈려서
남의 윷말 들고 설치기 까지 하니,
" 우리가 언제 이래 됬나? "
한탄보다 박장대소 웃느라 정신없고
자기차례도 놓치고 놓친줄도 모르니
윷을 노는 시간보다 교통정리하는 시간이 훨씬 더 걸렸지만
그래도 그나마 근거없는 자부심은
친구들 면면을 보면
같은 또래들중
우리친구들이 훨씬 젊고 건강하며 곱게
잘~늙어가는거 같은 모습들에
여유와 평안함까지 느껴지니
정말 감사감사 할 대목이다.
앞으로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매년 정초에 모여 윷놀이를 할 수 있을까?
벌써 원년멤버 한 친구는 작년서 부터
소식도 모습도 끊은지 일년이 넘어 모두들 궁금 답답
안타까움속에 늘 소식오길 기다리고 있고
며칠전까지 같이 날 잡고 수다 떨었던 멀쩡하던 한 친구는
갑자기 허리병이 나서 못온다 하니
짝이 안맞아서 빈자리에 모자하나 대신 앉혀놓고
차례 될 때마다 친구 이름만 딧따 불러싸니
그 친구 집에 혼자 누워서도 귀가 무척 가려웠을 끼구만 ㅎㅎ
예상치못한 갑작스런 발병에
아파서 속이 상한거 보다
손꼽아 기다리던 윷놀이를 못가게 된게
훨씬 속이 더 상해 몸조리나 제대로 했을래나 몰러, ㅋ
그래도 이 친구는 날짜 가면 금방 볼 수 있지만
또 한 친구는
윷놀이 내내 친구의 윷놀이 하던 옛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켵에 체한듯 걸려
윷노는 동안 순간순간 떠오르는 그 친구 생각땜에
마음이 마냥 편치 만은 않았으니
함께 한 친구들도 내색들은 않했지만
모두의 마음들이 나와 같은 심정이었으리.
" 친구야! 우리 기다릴께
다 털고 일어나서 우리앞에 나타날 그날이
정말 멀지 않았으면 해. "
생각날 때마다 매순간 기도하며
그대의 쾌유를 빌거니까 힘을 내자 우리!
이렇게 또 우리의 한해가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이번 한해는
또 어떻게 펼쳐질지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예상컨데
여전히 남은 여정도 친구들과 함께
지금껏 그래왔듯 희노애락 함께 나누며
별 탈 없이 무사히 가게 되겠지,
하는 믿음이 더 크니
이 믿음 그대로 실현 될거라고 믿을래.
그러니 야들아 ! 아프지만 마!
건강만 하다면 남은 날 들동안도
이렇게 함께 어울려서 즐기며 살아갈 수있을테니까
올 한해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잘 지내고
내년 이맘땐
전원이 다 모여서 큰 윷판 한번 벌려보세나~~
오랫만에 실컷 웃은날 ^^
첫댓글 남생도들도 같이 끼어서 윷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20년도 안되었을 텐데 그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해서 기억조차 없네.
여생도 끼리라도, 그것도 9명씩이나 모인다니 반갑고 고맙네.
한동안 까페를 생각조차 못하고 장기결근을 했던 것이 어찌 민망하고 숨고싶지만,
그래도 아주 잊혀지는 것 보다는 낫겠지 하는 배짱으로 나왔으니
못본척들하고 슬쩍 넘어가들 주시구려
맞어 동철이 가게에서
한번 하고
동철이 떠나고 난뒤
강남 어느 식당방 빌려서 한번 했으니
총 두번 했었지
참 재밋었는데 ,,,
남자 들이 늙으면
마누라 눈치를 보는건지 아님
의욕이 없어지는건지 ,,,
아님 상주초남생도들만 그런건지 ?
그래도 여생도들끼리는
상주초가 제일 잘 모이여
정수 너 나오니 좋타
이제 결석하지마
아프지도 말고 ^^
기개가 옛날같지는 않았지만 수다에 먹거리에 옛추억에~~
즐거운 하루였어
ㅋㅋ 변하지 않는건
명희의 승부욕.
영애는. 확실히 줄었더구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