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고제규 기자 글 옮김)
“(윤석열 당선자는) 차분하게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검증의 시간은 국회 청문회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라구요???
배현진 대변인이 40년 지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전한 윤석열 당선자의 뜻이란다.
다른 이는 저런 스탠스를 취해도 되지만, ‘공정과 상식’을 내건 윤석열 당선자만은 그래선 안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된 건 2000년이다. 김대중 정부 때다. 그 이후 보수와 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숱한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회의 시간’과 ‘언론의 시간’을 거치며 검증을 당했고 낙마했다.
2019년 8월27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대검반부패강력부장 등이 주축이 된 ‘윤석열 검찰’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 시간’과 ‘언론의 시간’을 짓밟고 강제수사(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여야가 인사청문회 날짜를 합의한 지 하루도 안 돼, 서초동에 있어야 할 검찰이 한강다리를 건너 여의도에 닿았다.
그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자 당선자가 이제 “검증의 시간은 국회 청문회”란다.
‘윤핵관’ 장제원 비서실장은 “조국 문제하고 이거(정호영)하고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를 해보라”며 "뭐가 같으냐”며 기자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단다.
그의 말대로 다른 거 맞다. 뭐가 다르냐면 사안을 지켜보는 검찰의 태도다. 두 가지만 지적하겠다.
2019년 윤석열 검찰은 조국 후보자와 그 딸 명의 ‘국민카드, 농협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한국씨티은행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을 영장을 받아 사용내역을 다 뒤졌다.
왜?
인턴 활동 기간에 다른 장소에 있었는지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서 10여년 전 카드 내역까지 들여다보았다.
먼지 털듯 탈탈 턴 것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조국 후보자의 딸이 오전 10시8분에 맥도날드 서울역점에서 식사를 하고, 10월15일 12시45분 부산 해운대 피부미용실을 이용하고, 10월21일 오후 2시10분에는 한국칼국수집에서 식사를 하고, 오후 2시38분에는 빵집에 들렀고, 2월4일 2시24분에는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은 걸 확인했다. 검찰이 고등학생 식사 메뉴까지 다 조사한 것이다.
또 하나 검찰은 조국 후보자의 딸이 실제 카이스트에서 인턴을 했는지 확인한다며 카이스트 전산실을 압수수색했다. 8년 전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임시 출입기록증을 특정했다. 통상 출입증으로 각 문 앞에 태그하며 출입한다. 검찰은 가령 7월12일 오전 10시20분, 10시46분15초, 10시46분18초, 10시46분26초, 10시46분35초 등 초 단위까지 딸의 이동 동선을 복원했다.
정호영 후보자와 그 자녀들에 대해서 검찰이 이 정도도 하지 않았으니 윤핵관의 말대로 조국과 다르긴 다르다.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다”며 2019년 8월27일 한강다리를 건넜던 검찰이, 2022년에는 왜 이렇게 조용한가? 다들 기소권 수사권 분리 법안 반대에만 열중하는가?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던 조국 수사 당시 대검반부패강력부장이 법무부 수장으로 왔는데, 검찰은 왜 손을 놓고 있는가?
척추질환으로 군 면제를 받은, 정 후보자의 아들이 실제 봉사활동을 했는지, 정 후보자와 아들의 전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4~5년 전 사용 내역을 전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봉사활동기간 동선을 복구해 똑같이 그 아들이 어디서 점심을 먹고, 어느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어느 술집에서 몇시에 술을 먹었는지 다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들이 19학점을 들으며 경북대 U-헬스케어 융합네트워크연구센터에서 '학생 연구원'으로 주 40시간 근무한 게 맞는지, 연구센터 출입증을 특정해 초 단위로 동선을 복원해야 하지 않을까?
정호영 후보자의 딸이 편입전 선수과목에 해당하는 계절학기 과목을 수강한 과정에서 아버지의 안내와 지시 등이 있었는지 메일을 5~6년치 다 뒤지고 털어야 하는 거 아닌가? 면접위원들에게 정 후보자의 청탁이 있었는지 면접 교수들과 정 후보자의 전체 메일을 다 털어야 하는거 아닌가?
적어도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의 잣대라면 말이다.
검찰 특수부의 ‘시나라오 수사’, ‘극장식 수사’ 병폐로 검찰 수사 단계가 언론에 실시간 보도되는 것과 달리 재판은 결과만 보도된다. 판결문 원문을 보면 검찰이 어떻게 수사했는지 자세히 나와있다. 정경심 교수 판결문을 보면서 나는 좀 소름이 돋았다. 유무죄를 따지는 게 아니다. 변론 하려는 게 아니다.
판결문을 보며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국가형벌권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느냐는 문제 말이다. 혐의를 확인한다며 한 사람을, 그 일가족을 이렇게 탈탈 털어도 되는가? 누가 나와 당신의 10년치 신용카드와 메일과 이동 기록을 확인한다면 우리는 무사할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이 들었다.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추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게 누구말이냐면,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사다. 늘 그렇듯 ‘윤체이탈’ 화법이었다.
윤석열 검찰은 2019년 조국 가족 수사에서 브레이크 없이 그 선을 과감하게 넘었다. 헌법정신이고 뭐고 오로지 기소하기 위해서 멈추지 않고 질주했다. 그런 윤석열 당선자가,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 시간’과 ‘언론의 시간’을 빼앗고, 과감하게 한강다리를 건너 여의도까지 직진했던 윤석열 당선자가, 이제 선을 지키자고 한다. 40년 지기 의혹 앞에서 ’국회의 시간’을 지켜보자고 한다.
이게 내로남불이 아니면 뭔가.
이것이 바로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의 실체가 아니면 뭔가.
첫댓글 굥!이 윤!이라는 걸 알고 손뼉을 쳤답니다. 내로남불 시작 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