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을 자축하며~ ^^
카톡 카톡!!!
새벽같이 카톡이 울린다.
이 새벽에 누가?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 열어보니
"선생님 !!!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곧 찾아뵐께요 "
봄볕아래 찍은 중후한 남성의 멋진 사진과 함께 날아 온
제자의 축하문자!
" 기특도 하여라 "
내 생일날 첫 새벽에 보내온 제자의 축하 메세지다.
그것도 쎈스있는 선물과 함께^^
몇 십년전
중학교 2학년 때
동생을 따라와서 나와 첫 인연이 시작된 이후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림을 배워서
연년생 남매가 함께 대학을 들어갔고
그 후 미술학원을 제 집처럼 들락이며
학원생들에게 오만간섭 다 하던
오지랖 넓고 정이 유난히 많았던 학생!
군대를 갔을때도 휴가만 나오면
자기집 보다 미술학원에 기거를 하다싶이
그림과 나를 동시에 좋아했던 제자였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간 이후,
한동안 소식이 끊어 졌다가 10년도 훨씬 전 어느날,
그때도 새벽바람에 연락이 왔었다. 미국이라고 ....
그날 이후 지금껏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일년에 몇차례씩 소식을 전하더니
6~7년 전에 귀국해서
홍대 미대교수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 본인의 성공 깊숙한 곳엔 항상 선생님이 있었다고 " ... 해서
늙어가는 나에게 기쁨과 보람을 안겨 주었는데
몇년째 내 생일을 아들보다 더 잘 챙겨주는 아주 기특한 제자다.
수많은 제자중 아직도 나를 찾아주는
유난히 살갑고 정 많은 제자들이 몇몇이 있다
근데, 그들이 모두 다 남자들이라는게 공교롭다.
몇십년이 지나
이젠 다 그들도 중년이 훌쩍 넘어
중후함이 풍기는 나이인데도
내 앞에선 다 그때 그시절
엉뚱하고 장난기 많은 청소년 들이라.
그래도 이젠 자기 분야에서
내노라 이름 알리며 한가닥 하는
아주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눈도 마음도 즐겁고 뿌듯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 의리는 남자여 ㅎㅎㅎ
옛날 어른들이 예순을 지나면
생일때는 국도 미역국은 끓이지 않는법이라고 들었는데
난, 귀찮아서 몇년째 생일 미역국은 끓이지 않는다.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잡채 조차도 만들지 않고
그냥 국도 없이 맨밥만 먹었다. ㅠㅠ
지난 주말 미리 당겨서 아들 며늘 얼굴보여주며
실질적인 축하는 이미 받았고
오늘은
남이 해주는 밥을
분위기 좋은곳에서 편안하게 먹게 해주겠다고
섭외에 나선 영감 덕분에 입보다 몸이 편안 했었으니
그래도 혼자가 아닌 둘이라는게 이럴땐 얼마나 다행인지.. ㅋㅋ
앞으로 몇년이나 더 생일을 둘이 함께 지낼수 있을까?
문득 스쳐가는 생각에
잠깐 느껴진 허무함이 마음 한켠 허전함을 불러왔지만
그래도 아직은 둘이 함께 이렇게 건재하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 그랴.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사는날까지
몸도 정신도
지금 이대로만 살아갔으면 ,,,,
하지만 지금보다 조금씩 조금씩 몸과 마음이 삭아지더라도
앞으로 내게 주어지는 하루하루의 일상들을
느리게 라도 내 머리로 내 맘으로 그리고 내 손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즐기면서
순조롭게 활동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축복받은 노년의 삶이이라 생각하고
매일 감사하며 살아야 겠지
우리 친구들 모두다
그렇게 살아가기를 소원하노니
건강 잘 지키고 정신 꼭 붙잡고
좋은생각만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입시다.
생일날 저녁에
첫댓글 요새 컴을 잘 안켜는데
운이 얼마나 좋은지 컴을 켜면 몇번에 한번꼴로 향수기 새로운 글이 올라있네.
옛날에 우리 엄마가 "너는 대학졸업하거던 상주고등학교 영어선생하면 좋겠다. 결혼은 국민학교 선생하고 하고."
지금 생각하니 그 옛날 우리엄마가 참 선견지명이 있었다 생각이 드네.
누가 알아? 향수기 처럼 생일 챙겨주는 제자라도 있을지
부러워서 하는 객적은 소리니까 개념치 말게나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기특한 제자들 덕분에 행복한 생일을 보냈구나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도 기적같은 감사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