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문화생활 선불카드 중고거래 앱에 판매글 잇따라 학생 정서지원 취지 무색 지적 도교육청 “불법행위 긴급 공문”
강원도 내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되는 ‘슬기로운 문화생활 선불카드'가 배부 직후부터 현금화를 위한 매매 시도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이 이번 사업에 대해 ‘학생 심리와 정서 지원을 위한 전국 최초 지급'을 수차례 강조한 것이 무색하게 지원 취지가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슬기로운 문화생활 카드 지급이 한창인 26일 스마트폰 중고거래 앱에는 선불카드를 판매하겠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판매자들은 10만원이 담긴 선불카드를 5만5,000~9만원에 팔겠다며 유명 스포츠 브랜드 용품점에서 쓸 수 있고 인터넷에 사용처 검색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나열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날 오전부터 확인된 글만 6개로 원주시와 동해시, 삼척시 등 판매 지역도 다양했다. 다만 일부 판매 글은 해당 앱의 재난지원금 거래신고 기능 때문인지 오후 들어 삭제됐다.
그러나 이미 선불카드 현금화 시도가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대들의 사용이 빈번한 SNS가 거래에 쓰이거나 교내, 학원 등에서의 오프라인 판매도 우려된다. 오는 29일까지 선불카드 배부가 마무리되면 현금화 시도 횟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도내 학생들의 선불카드 현금화 시도는 국민신문고를 통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현금화가 전자금융거래법상 불법 행위임을 학생들에게 알리도록 26일 일선 학교에 긴급 공문을 시행했다. 도교육청은 분실·재발급에 대비해 학생에게 지급된 선불카드의 일련 번호를 기록하고 있으나 실제 사용자까지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예방 교육이 최선의 조치인 상황이다.
이번 선불카드 지급을 위해 도교육청은 15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미 시·도교육청의 교육재난지원금을 놓고 선심성 지적이 따라붙는 상황에서 현금화 시도로 인해 자칫 사업의 실효성 논란까지 번질 수 있다. 지난해 도교육청이 학생들에게 지급한 지역상품권과 차별성도 흐려진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현금화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문제가 제기돼 철저한 교육을 당부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윤호·김도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