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 밖 외출
신원경
침묵을 사이에 두고 영상이 흐릅니다
경상북도의 어느 가옥에서 온 가족이 휴일 아닌 날 모여 잠든 나의 인중에 손가락을 대어보고 있습니다 나는 곧 숨을 멈추고 더 이상 누군가의 누군가로서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어지고 내가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가족들은 모릅니다 오로지 스스로 만들어낸 슬픔에 집중하고 있을 뿐 물레 위에서 돌아가는 흙에 손을 대면 모양이 어그러지고 부서지는 것처럼 영혼이 떠난 나를 보며 각자의 미래를 상상합니다 저 늙어버린 얼굴이 내 얼굴과 꼭 닮아 있어 어쩌면 저것이 나의 진실한 몸일지라도 몰라 망상과 현실을 잠시 헷갈립니다 고모의 고모의 고모까지
혹은 아이의 아이의 아이까지 서로를 혼동하는 영혼이 깃든 몸 장의사가 천으로 내 얼굴을 감춰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때 다시 생성되는 나
면허 없이 차를 몰았던 한낮 네가 한번 운전해볼래? 제안과 함께 사라진 삼촌 그는 호수에 뛰어들어 죽은 사람이지만 영혼으로 가득한 이곳에서는 수영 선수로서 건강히 살아 있습니다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인공 호수와 한 마리의 개를 모두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유령들이 모인 곳 이별은 우리가 천국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이라던데* 조수석에는 엉뚱하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잠들어 있고 그 사람 어쩐지 눈을 뜨면 나를 몰라볼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듭니다 당신이 영원히 깨지 않게 조용히 몰아야겠습니다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가속페달과 눌러본 적 없는 경적이 달린 차를 운전해 원하는 곳으로 가세요 도로는 텅 비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나는 도로의 끝과 끝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뿐이고
이제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다시 침묵을 사이에 두고
*에밀리 디킨슨, 「내 삶은 폐쇄되기 전에 두 번 닫혔다」(신형철, 「인생의 역사」 2022, P.46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