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교원 행정업무 경감 "더하기 말고 빼기를"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에듀프레스] ‘하루에 수업 몇 시간만 하면 되잖아요.’, ‘코로나라 애들이 안나와서 한가하고 좋겠어요.’, ‘방학도 있고 얼마나 여유 있어요.’
교단에 서 있는 선생님들의 힘을 빼는 말들이다.
동시에 사회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시선이기도 하다. 정말 바쁘고 힘든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엄청난 감정 소모가 일어나는데… 이런 말들을 들으면 뭐라 말할 힘도 없어진다.
이렇게 쉽게 학교의 업무를 함부로 평가하고 폄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라는 공간을 누구나 경험했고, 여전히 교육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심코 말을 뱉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교사에 대한 대우가 좋은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지만, 다른 국가와 교육의 구조나 교원 양성 체제, 교직에 입직하는 질적 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무지하고 단편적인 평가이다.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과 함께 학교 현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정말 힘들어졌다.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병행은 물론 방역과 안전에 대한 책임까지 묻는 상황에서 업무의 강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상황이다.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노력과 아쉬움
그간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서 많은 노력이 있어왔다. 정부나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교원단체의 교섭에서도 업무경감은 핵심 의제로 강조되어 왔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 많은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제목에서처럼 많은 업무들이 더하기로 들어오면서 이러한 노력들이 무색해지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매년 업무경감을 위한 각종 정책들을 쏟아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업무경감 정책 때문에 또다른 업무만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업무에 대한 선생님들의 생각
한국교총은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설문을 통해 조사하였다. 지난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였고 2,899명이 참여하여 95%의 신뢰수준에서 신뢰도 ±1.82%의 결과가 나왔다. 각 설문 문항에 대한 주요 응답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행정업무의 양에 대한 생각
‘많다’의 응답이 90.7%로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행정업무의 양이 많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많다’고 응답한 인원이 51.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행정업무 과다가 광범위한 인식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년 이상~20년 미만의 교원들이 느끼는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응답되었다.
특히 학교 규모가 작을수록 부과되는 업무가 많아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학교 규모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부여되는 행정업무가 많기 때문에 소수의 교사가 여러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은 것이다.
업무의 성격에 따른 교차분석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 행정업무를 교원이 담당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인식
이 질문 항목에서는 실제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행정업무들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이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시설과 위생 등의 영역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아 교사에게 업무 담당 지정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 함께 주관식 문항으로 위의 문항에 질문한 내용 이외에 생각하고 있는 행정업무에 답변을 받았다.
구분을 짓기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실제로 많은 일들이 교사들에게 부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3) 교육활동 외 행정업무 처리 시 행정전담 인력과 의사소통
이 문항에 대해서는 보통이 33.5%, 부정 응답이 34.1%, 긍정 응답은 31.5%로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이는 학교에 따라, 인적 구성의 개인적 특징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행정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시스템에 의해 행정전담 인력의 일정 수준 이상의 업무 처리 능력이 확보되어 있는 상태에서 투입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4) 행정업무 과중의 원인
이러한 행정업무 과중의 원인에 대해서는 행정보조인력 및 행・재정 지원의 부족을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지원의 문제와 함께 복지, 방역 등의 업무가 학교의 영역으로 들어올 때 교사에게 업무가 배정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세 번째로 지적된 원인 역시 업무에 대한 구분이 모호한 데서 오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5) 업무 경감 방안
현장 교사들이 바라는 행정업무 경감 방안은 다음과 같이 응답되었다.
이밖에도 유의미한 답변을 지역별・학교급별・세대별로 추출할 수 있는 설문 조사였다. 행정업무의 과다가 단순한 인상이나 푸념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되는 문제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적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제언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업무 경감의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 짧게나마 소견을 밝혀보고자 한다.
1) 업무의 명확한 지침과 표준안이 마련되어야 함
대부분의 문제가 모호한 업무 구분에서 문제가 생긴다. 교육청의 부서 편재와 학교의 구성 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교육청에서 하달되는 공문은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일이 생긴다.
명확한 지침과 표준안이 마련되는 것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 반드시 학교 현장의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탁상에서 문서만으로 결정한 일들이 학교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2) 행정지원 인력의 확충과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 함양을 위한 노력
행정지원 인력이 학교 현장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과 함께 학교에서 목적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연수와 프로그램 제공 등을 통해 관리해주어야 한다. 업무적인 부분 외에도 교직원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한 부분의 내용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3) 행정업무의 시스템화와 교육청 차원에서의 업무 처리
국회나 시・도의회의 요구자료에 답을 하기 위해 학교의 많은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평소 이러한 내용을 자료집계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수집하고 교육청 차원에서 대응 처리하는 체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 ‘교육지원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지원 업무가 수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4) 불필요한 업무의 양산을 억제
추가로 새로운 일들이 생길 때 기존의 것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추가되면서 학교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행정업무가 양산되어 추가되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운영에 이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출처 : 에듀프레스(edupress)(http://www.edupres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