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방송 미사에 관한 지침
* 이 지침은 주교들과 일선 사목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제들, 전례의 텔레비전 방송을 담당하는 미디어 종사자들과 전례 담당자들이 방송 미사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신자들이 방송으로 하는 미사를 올바로 이해하여 교회 생활의 ‘정점이자 원천’인 공동체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한 자료이다.
I. 서론
미사 거행은 그리스도의 행위이며 교계 질서를 갖춘 하느님 백성의 행위로서, 보편 교회와 지역 교회는 물론 신자 개개인에게도 그리스도인 생활 전체의 중심이다. 실제로 미사에서,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 세상을 거룩하게 하시는 행위가 절정에 이르며, 사람들이 성자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아버지를 흠숭하고 그분께 바치는 예배가 절정에 이른다. 신자들이 전례 행위에 함께하고 또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그 거행이 지닌 교회적 본성이 더욱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모든 신자가 지역 공동체에서 거행하는 미사, 특히 주일 미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 거동이 불편하여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든 노약자들은 물리적으로 공동체와 함께하는 미사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공동체 미사 거행이 어렵다.
이처럼 공동체의 성찬례 거행에 물리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의 한 가지 방안으로 교구에서는 ‘방송 미사’를 제작하고 있다. 미사를 방송하는 것은 교회가 현대 기술을 이용하여, 물리적으로 지역 교회의 전례 생활에 참여할 수 없고, 본당과 통상적 형태의 기도와 예배에서 소외감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치유와 위로를 전달하는 사목 활동이다.
교회는 성찬례 거행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라디오, 텔레비전 등)를 통해 중계되는 것 자체에 대하여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통해 중계되는 성찬례 거행에 참여하는 일이 신자들의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교황청 경신성사부가 2020년에 발표한 교령들과 각국 주교회의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교회는 코로나19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신자들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전례 거행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는 하였지만, 늘 “녹화가 아닌 생방송”에 참여할 것을 강조하였고, 예외적인 상황이 종료되면 “주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미사 참례를 할 수 없는 신자들에게 방송 미사가 유익한 사목적 배려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미사를 방송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따를 것을 제안한다.
II. 지침
1. 교구장 주교의 책임
방송 미사가 제작되는 곳의 교구장 주교는, 전례, 특히 미사를 방송할 때에, 전례 축일들과 시기들, 사도좌의 추인을 받은 전례문과 성경 번역문의 사용, 적절한 전례복, 전례 봉사자들의 역할 등, 전례 규범을 충실히 준수하는지 살필 책임이 있다. 방송으로 하는 미사는 교구 경계를 넘는 경우가 자주 있으므로 관련된 주교들은 단체적 책임을 행사하여야 한다. 또한 교구장 주교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방송을 통한 미사 시청이 아니라 지역 교회 공동체의 성찬례 거행에 직접 참여하도록 신자들을 독려할 책임이 있다.
2. 사제의 책임
사제는 신자들에게 방송 미사의 성사적 한계와 효력에 관하여 명확히 안내하고, 올바른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할 책임이 있다. 사제는 신자들이 방송 미사의 목적을 올바로 인지하여, 방송 미사가 성사적으로 효력이 있다고 오해하거나 방송되는 미사를 단순히 방송 프로그램으로 여기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한 사제는 교구장이나 장상의 사전 승인과 지도 아래 미사를 방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방송 미사 제작을 위한 지침
방송 미사를 제작하는 방송사는 교구 기관으로 등록되어 해당 교구의 관리 감독을 받으며,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 따라 전례를 준비한다.
1) 생방송 미사와 녹화 미사
미사는 거행되는 시간에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요 대축일 미사와 성유 축성 미사 등은 생방송으로 중계하여야 한다. 생방송 미사가 불가능하다면 전례를 사전 녹화하여 방영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지역 공동체에서 거행하는 미사를 녹화할 경우에는 전례를 녹화한 당일 안에 방영하여야 한다.
미사를 사전 녹화할 때에는 방송일 기준이 아닌 실제 미사 집전일(녹화일) 기준으로 그날의 미사 전례문을 사용하는 것이 전례 규정이고 원칙이다. 또한 전례 거행의 본질을 보존하기 위하여 같은 그룹의 사람들이 같은 날 거행하는 한 번의 전례를 녹화하여야 한다.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녹화일의 전례문과 다른 전례문을 사용하여 미리 미사를 녹화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녹화 날짜는 실제 방송 날짜와 최대한 가까워야 하며, 녹화 미사 방송 송출 시 해당 미사의 녹화 날짜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전례적으로 다른 시기(예를 들어, 사순 시기에 부활 시기 미사를 녹화하는 경우)의 미사를 녹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미사 전례의 편집
미사를 사전 녹화할 경우, 전례 요소들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방송 미사의 기획과 제작을 맡은 사람들은 방송 시간이 제약된다는 이유로 미사의 부분들(예를 들어, 대영광송, 독서의 일부, 강론)을 편집하고 삭제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또한 미사의 특정 요소들을 잘라내거나 전례를 돋보이게 하고자 특수 효과를 인위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전례 편집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녹화 계획을 신중하게 세워 특정한 시간 안에서 전례가 온전히 거행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3) 집전자와 회중
방송 미사를 집전할 사제는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하고 합당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방송 미사를 녹화할 때에도 신자들이 참석하여 기도와 노래를 통하여 최대한 충실히 전례를 거행하여야 한다.
4) 말씀과 강론
하느님 말씀은 가능한 한 온전히 선포되어야 한다. 시간 관계상 『미사 독서』에 있는 짧은 양식의 독서를 사용할 수 있다. 방송으로 하는 미사에는 언제나 강론이 있어야 하고, 강론을 할 때는 모인 회중과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하여야 한다.
5) 전례 음악
전례 음악은 신자들이 전례 거행에서 의식적으로 능동적이며 완전한 참여를 통하여 각자의 전례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는 방송으로 하는 미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방송 미사, 특히 방송 주일 미사는 환호송들, 곧 ‘화답송’, ‘복음 환호송’, ‘대영광송’, ‘거룩하시도다’, ‘기념 환호’, ‘마침 영광송’(그리스도를 통하여 …… 아멘)을 노래로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가적으로 선택한 음악은 전례 안에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하고, 미사를 공연의 기회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사전 녹음된 음악을 회중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로 사용하는 것은 전례 성격에 맞지 않다.
6) 전례 환경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하여 하느님 백성은 원칙적으로 성당에 모인다. 그러나 성당이 없을 경우에는 전례 거행에 알맞은 곳에 모일 수 있다. 성당이나 경당이 아닌 다른 장소를 사용할 때에는 전례 거행에 적합하고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스튜디오와 같은 공간에서 미사를 녹화하는 것은 성찬례 거행을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분심을 들게 할 수 있고, 사제와 다른 봉사자들을 공적 예배로 이끄는 이들이 아니라 연극 배우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합당한 전례복, 적합한 제구, 품위 있는 전례 가구, 적절한 악기, 참석자들의 경건한 자세와 태도를 북돋우는 전례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7) 미사예물
방송 미사는 신자들에게 영적 유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미사예물 수령 시 신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방송 미사를 통해 받은 미사예물은 방송국을 운영하는 교구의 지침에 따라 사용한다.
8) 방송 미사에 대한 안내
녹화된 미사를 송출하는 방송국은, 방송 미사를 시청하는 것이 실제 미사 참례를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며, “매일 미사에 참석하고 싶어도 미사에 참석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영성적인 위안과 위로와 함께 묵상의 시간을 제공하는 전례 프로그램”임을 방송 미사 중에 공지하여야 한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신자들에게 본당 공동체 미사에 참석하도록 안내하여야 한다.
4. 방송 미사를 시청하는 신자들을 위한 지침
1) 방송 미사 시청의 성사적 효력
방송 미사를 시청하는 것은 영적 선익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직접 미사에 참례하여 영성체를 하는 것과 같은 성사적 효력은 없다. 방송 미사의 목적은 병자나 고령자 등 미사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영적 위로와 유익을 제공하는 것이며, 일반 신자들이 미사 참례를 대신할 목적으로 방송 미사를 시청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2) 방송 미사 시청과 주일과 의무 축일의 미사 참례 의무
미사나 공소 예식에도 참례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묵주기도 5단이나 주일 미사의 독서와 복음 봉독 혹은 희생과 봉사 활동과 같은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 다만, 위에 열거된 사항들을 할 수 없는 병자와 노약자의 경우, 또는 코로나19 팬데믹처럼 특수한 상황에 한시적으로 교황청의 권고가 있는 경우에 방송 미사 시청으로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방송 미사 시청으로 주일과 의무 축일의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수 없다.
3) 방송 미사를 시청하는 신자의 자세
방송 미사를 시청하는 신자는 되도록 조용한 장소와 분위기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방송 미사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방송 미사라 하더라도 집전되는 미사 자체는 거룩한 미사이므로, 그 신비에 참여하려는 신자는 마땅히 미사성제에 합당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III. 결론
이 지침은 주교들이 성당 전례의 거행과 그 중계 방송을 모두 관리 감독해야 하는 자신들의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고, 일선 사목 현장의 사제들은 신자들에게 방송 미사의 의미를 올바로 알리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방송 시간의 제한적 접근성, 시간과 인력의 제약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나은 사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교구의 전례 담당자들과 미디어 종사자들이 전례적으로 충실한 방송 미사를 제작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울러, 방송 미사는 공동체 미사에 참석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로 이해해야 하며, 방송 미사 시청으로 주일 미사 참례를 대체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 둔다.
이 지침은 방송 미사를 관리 감독하는 지역 주교들을 위한 기초 자료이며, 주교들은 이를 자신들의 재량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2025년 3월 25일
주교회의 2025년 춘계 정기총회 승인
*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미국 주교회의의 ‘전례의 텔레비전 방송에 관한 지침’(Guidelines for Televising the Liturgy), 필리핀 주교회의의 ‘생중계 전례에 관한 지침’(Guidelines for the Livestreamed Liturgy), 잉글랜드와 웨일스 주교회의의 ‘전례의 텔레비전 방송에 관한 지침’(Televising the Mass, Guidelines for Broadcast Worship), 그리고 방송 미사와 미사예물에 대한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와 교회법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하여 ‘방송 미사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