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 책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극과 극이다.
하나는 1921년에 발간된 일본인 杉慕南(삼모남)의 '장백산에서 본 조선 조선인'이다.
이 책은 시종일관 우리 조선과 조선인을 깎아 내리고 있다.
아무리 우리가 그들의 식민지라고 하지만 극악이다.
한마디로 조선은 '형편'없는 나라이고 조선인도 '형편'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망하지 않는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았을까?
1.繼兒根性-양아들 근성.
2.표면으로는 약자 편들고 강한자에게는 저항하는 성격.
3.陰險性(음험성)-. 겉보기와 달리 음흉하고 험악하다.
4.음모민족.
5.비방, 배척, 암살, 誅戮(주륙)-살인.
6.假藉(가자)-빌미를 삼기를.
7.惡政(악정.)
8.독립자존의 기풍 결여.
9.시기. 허영.忘恩-은혜를 모름.
10.弄策(농책)-농간
11.인륜도의 反
12.半熟-반 성숙.상반된 역사인.
13.여성적 타락민족.
14.안일이 배태하고.장학은 유해무익.
15.자포자기.
16.盲動- 아무 분별 없이 망령되이 행동함
17.외교적 수완 결여.
18.老婆的 自慢-노인의 자만.
19.유아적 권리 주장.미개인.
20.생명, 재산 약탈.
21.사대주의.면종복배 (面從腹背)-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배반함.
22. 단군도 부정.
23. 임나부는 당연하고.
......................................
이런 조선을 한일합방으로 자기네들이 구해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딱 하나.
유독 이 책 61p '辰의 六寸'이란 글에서
"竹島로 불리는 일본의 漁獵地(어렵지)인 것을 원록 12년 조선의 屬島(속도)로 했다"고 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원록12년은 1699년이다.숙종 25년이다.
독도를 우리나라 소유로 인정했다는 얘기다.
무차별하게 가차없이 우리를 무시한 그들인 반면에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당시 우리나라는 다 기울어져 가는 나라로 일본의 식민지가 될 처지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함부로 책을 발간하지도 못했다.-발간된 것도 금서를 당했다.
이런 상황이니 노골적으로 일본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일본인이 지은 책과는 달리 1909년에 발간된 지석영선생의 '언문'은
보기에 그저 평범한 책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꿈은 '독립'이었다.
그 독립정신을 깨우쳐 줄 필요성이 절실했다.
그들에게 당할 수만은 없었다.
물론 내 놓고 독립운동을 한 분들도 많다.
그런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 되는 것은 우리나라 청소년과 무지한 국민들이었다.
그들을 깨우쳐 줄 필요가 절실했기에 만든 책이 바로 그 책이었다.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평범한 책이다.
일종의 한문 사전인데 사전형식으로 된 단어집 체재로 되어 있는
그러나 사전으로서의 체재는 미비하여, 한자의 독음(讀音)을 예시한
자음(字音) 색인의 구실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속엔 우리나라 지명도 있고 강, 산, 섬.이름....이 있다.
그러나 다 실은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큰 의미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책 안에서 일본에 대한 것은 딱 하나다.
'倭'이다.
倭國(왜국)- 일본을 낮추어 이르는 말.倭人(왜인)- 일본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倭器(왜기)- 일본 그릇을 낮잡아 이르던 말.倭館(왜관)- 조선 시대, 왜인과 통상하기 위하여
동래 등에 두었던 관사. 倭麵(왜면)- 밀가루나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 倭米(왜미)-일본에서 나는 쌀.
倭女(왜녀_-일본 여자.倭紗(왜사)- 일본 여름 옷감으로 많이 쓰이는, 발이 잘고 고운 사.
倭扇(왜선)-일본 부채.倭刀(왜도)-일본 칼.倭繒(왜증)-일본 댕기.倭飛陋(왜비루)-일본 비누.
倭紙(왜지)-일본 종이.倭玳瑁(왜대모)-일본 모자.倭靑(왜청)- 검은 빛깔을 띤 푸른빛.
倭躑躅(애척축)-일본 철쭉.倭漆(왜칠)-일본에서 나는 칠 倭骨(왜골)-일본 뼈.로 썼다.
이외에 그들의 예민하게 생각되는 것은 교묘하게 다른 말로 적어 놓아 놓았다.
겉으로 보기엔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말들을 늘어 놓고
그 속에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을 숨겨 놓았다.
바로 지석영선생의 놀라운 지혜가 아닌가?
물론 검열을 통과 시키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예를 들면
'동학'은 나오지만 '최제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당연히 동학을 가르칠 때에 최제우는 나오게 돼 있다.
만약 최제우를 실었다면 검열은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제주도나 울릉도는 나오지만 독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당연히 울릉도를 가르칠때에 독도 얘기는 반드시 나올 것을 예상한 것이다.
그런데 대마도는 나온다.
무슨 의미일까?
이미 일본에서 1869년국제공인지도에서 대마도는 조선영토로 인정했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몰래 숨겨 놓은 말은 '大統領'이란 말이다.
당시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들어 보지도 못한 생소한 말이다.
하긴 당시 조선말이니 누가 그 말을 들어 봤겠는가.
오로지 이씨만 왕이 되는 시대였으니.
그러나 그것이 선생님이 바라는 나라가 아니었을까?
국민이 뽑는 대통령.
아무 문제 없는 만주나 간도는 나온다.
그리고 '민영환'은 안 나오고 '민충정공'은 나온다.
그 분은 1905년에 자결했던 분이다.
반면 '민비'는 나오지 않고 '민씨'로만 나온다.
민비는 1895년에 일본인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런 민비를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씨'를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민비'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또 '철갑선'은 나오지만 '이순신'은 나오지 않는다.
이순신에 의해 치명적인 패배를 본 일본인들이다.
그런 이름을 쓸 수 있었을까?
그러나 철갑선을 가르치면서 이순신장군의 이름이 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학교는 오로지 '배재학당'만 나올까?
1885년 아펜젤러가 세운 최초의 사학이다.
'孔孟之道'가 나오고 단군이 나오고 김유신, 김부식이 나온다.
'천도교'는 나오지 않고 '人心即天心'이란 말이 나온다.
바로 '인내천'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은 '米國'이 아닌 '美國'으로 썼다.
바로 이런 점들이 지석영선생의 깊은 뜻이 아닐까?
최초의 종두법을 실시한 그 분은 다시 우리나라말로
조선을 살리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참으로 놀랍지 않는가?
한때 서양에서는 바이블코드'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성경에 예언을 숨겨 놓았다는 것이다.
지석영의 '언문'은 예언서가 아니다.
선생의 깊은 뜻은 우리 독립을 위한 깨우침이다.
별로 보잘 것 없이 보이는 이 책.
나는 이런 책을 보지 못했다.
앞으로 어떤 분이 책을 쓰면서
아무도 모르게 마치 바이블 코드 처럼 숨겨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참으로 위대한 분이 아닐 수 없다.
두 사나이가 감옥에서 창문을 바라 보았다.
한사람은 흙탕물을 다른 한사람은 별을 보았다.
우리는 지석영선생이 만든 '언문'을 통해서
별을 찾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