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주님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묵직한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이 스며들 이게 하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 깨어 있을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딩굴면, 안절부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詩人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릴케의 묘비 *
'장미 가시에 찔려 죽다니...'
릴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얼핏 듣기에 낭만적이다.
가문의 문장이 양각된 아래에 적혀 있는
그의 비문 또한 낭만적이다.
릴케는 죽기 1년 전인 1925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듯이
유언장을 작성한다. 다음은 그의 유언장에
자신의 묘비를 위해 직접 지어 놓은 비문이다.
Rose,
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 viel Lidem.
장미,
오, 순수한 모순, 그렇게
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잠도 되지 않는 기쁨
'인생은 멋진 것이다'
Das Leben ist eine Herrlicbkeit'
그가 마지막 병상에서 남긴 말이다.
릴케 명언 모음
* 경쟁심이나 허영심이 없이 다만 고요하고 조용한
감정의 교류만이 있는 대화는 가장 행복한 대화이다.
* 꿈을 지녀라. 그러면 어려운 현실을 이길 수 있다.
* 명성이란 결국 새로운 이름 주위에 모여든 오해의
총합에 불과한 것이다.
* 복종은 반항보다도 강하다. 복종은 덤벼드는
폭력을 부끄럽게 만든다.
* 사랑 받는 일은 불타오름에 지나지 않으나 사랑하는 것은
마르지 않는 기름에 의해 빛남을 말한다.
그러므로 사랑받는 것은 사라져 버리지만 사랑하는 것은
오랫동안 지속한다.
* 사랑을 받기만 하는 인간은 대개 시시한 방법으로
살아가며 또한 위험하기도 하다.
되도록이면 스스로를 극복하고 사랑하는
인간으로 되어야 한다.
* 사랑이란 두 개의 고독한 영혼이 서로 지키고 접촉하고
기쁨을 나누는 데 있다.
* 이 세상의 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예단(豫斷) 미리 판단함은 금물이다.
* 죽음이란 우리에게 등을 돌린 빛이 비치지 않는
생의 한 측면이다.
* 지금 이 순간에 그대의 행동을 다스려라.
순간의 일이 그대의 먼 장래를 결정한다.
오늘 즉시 한 가지 행동을 결정하라.
* 희망은 일상적인 시간이 영원과 속삭이는 대화이다.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곁에 있다.
나의 일상을 점검하자.
- 릴케 -
Ernesto Cortazar - Autumn 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