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2일 재의 수요일
‘재의 수요일’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날이다. 교회가 이날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데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이 재의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음으로써,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 3,19 참조)는 가르침을 깨닫게 해 준다. 오늘 재의 수요일에는 단식과 금육을 함께 지킨다.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재의 예식 말씀을 묵상하며 주님께 간절히 청합시다. “저희가 모르고 죄를 지었을지라도 뉘우치며 살고자 하오니,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게 하시고, 회개할 시간을 주소서.”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절박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미사도 없고 재를 받을 수도 없는 재의 수요일이 되었었습니다. 오늘은 코로나도 우연만해져서 재를 받을 수 있는 재의 수요일이 되었습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매년 오늘이 되면 재를 머리에 받으며 결심하게 됩니다. 작심삼일이 될망정 사순절만큼은 새롭게 살겠다고 결심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나의 생활에 대해서 반성하고 참된 신앙인으로 살겠다고 약속을 드리기도 합니다. 신부님은 재를 머리에 바르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상기시켜 주십니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나와 같은 병들고 나이 든 사람에게는 ‘정신 바짝 차려라. 네가 주님의 은총으로 지금까지 살았지만 이제 주님께서 네 목숨을 거두어 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사순절을 또 맞이합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다시 맞이할지 모르는 사순절입니다.
사람에게는 절박감(切迫感)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거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처했을 때 사람은 절박감을 느끼고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파부침주(破釜沈舟)란 말이 있습니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진(秦)나라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항우(項羽)가 쥐루[鉅鹿]의 싸움에서, 출진(出陣)에 즈음하여 타고 온 배를 가라앉히고 사용하던 솥을 깨뜨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입니다.
진(秦)나라 말기 영웅들이 천하를 다툴 때의 이야기입니다. 급격히 추진된 진나라의 통일정책과 대국민 토목공사 등으로 백성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민심이 동요하기 시작하자, 진시황제 말년에 극단적인 탄압정책이 시작되었습니다. 진나라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시황제의 죽음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들고일어났습니다. 이에 진나라는 장군 장한(章邯)을 내세워 항량(項梁)을 정도(定陶)에서 대패시키고 그를 죽게 했습니다. 장한은 이 승세를 타고 조왕(趙王)을 크게 격파하고, 쥐루를 포위하였습니다. 그러자 이에 맞서 항량의 조카 항우는 영포(英布)를 보내 막게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다급해진 조왕의 대장 진여(陳餘)가 항우에게 구원병을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항우는 진나라를 치기 위해 직접 출병하기로 했습니다. 항우의 군대가 막 장하를 건넜을 때였습니다. 항우는 갑자기 타고 왔던 배를 부수어 침몰시키라고 명령을 내리고, 뒤이어 싣고 온 솥마저도 깨뜨려 버리고 주위의 집들도 모두 불태워버리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는 3일 분의 식량을 나누어 주도록 했습니다. 이제 돌아갈 배도 없고 밥을 지어 먹을 솥마저 없었으므로, 병사들은 결사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과연 병사들은 출진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적진을 향해 돌진하였습니다. 이렇게 아홉 번을 싸우는 동안 진나라의 주력부대는 궤멸되고, 이를 계기로 항우는 제장(諸將)의 맹주가 되었습니다. 이 고사에서 유래된 '파부침주'는 결사적인 항전태세를 갖추게 한다는 의미로 비유되어 사용됩니다. '파부침선(破釜沈船)', '기량침선(棄糧沈船)'과 같은 말입니다.
사람들은 절박감(切迫感)을 느끼고 죽으려고 덤벼드는 사람들처럼 싸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내가 암이란 중병에 걸렸을 때 하느님께 죽기 살기로 매달렸습니다. 그때의 기도는 진실했고, 간절했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매달렸기 때문입니다. 은총으로 살아난 것은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고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어여쁘게 보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병이 나으니까 그 절박감이 없어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안일해졌습니다. 죽기 살기로 덤벼들지 않습니다. 간절히 기도하지도 않습니다. 진심으로 죄를 통회하지도 않고, 진심으로 성심을 다하지도 않고, 하느님을 감동시키지도 않습니다. 그냥 매일을 무위도식(無爲徒食)하고 있습니다.
긴장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항상 조심하고 긴장하면서 사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자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짧고 단단하게 정말 tight하게 갖자는 것입니다. 느슨하게 또한 안일하게 살다가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죽음을 당하지 말고 항상 죽음을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정신 차려서 이 사순절을 지내야 하겠습니다. 사순절뿐만 아니라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 5,20─6,2
형제 여러분, 20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21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이 되게 하셨습니다.
6,1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2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축일2월 22일 성 아리스티온 (Aristion)
신분 : 예수의 제자, 순교자
활동 지역 : 살라미스(Salamis)
활동 연도 :+1세기
같은 이름 : 아리스띠온
성 아리스티온은 복음 선포를 위해 예수님에 의해 임명된 72명의 제자 중 한 명이다. 그의 복음 선포의 무대는 키프로스(Cyprus)의 살라미스였다. 일부 사람들은 그가 그곳에서 사망했다고 하고, 다른 이들은 그가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서 순교했다고 한다. 교회미술에서 성 아리스티온은 장작더미 위에서 불타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축일2월 22일 성 파피아스 (Papias)
신분 : 요한의 제자, 주교, 교부
활동 지역 : 히에라폴리스(Hierapolis)
활동 연도 :+2세기
같은 이름 : 빠삐아스, 파비아스
프리지아(Phrygia, 고대 소아시아 중서부 지역) 지방 히에라폴리스의 주교였던 성 파피아스에 대해 알려진 바는 아주 적다. 그가 기록한 몇몇 단편들과 리옹(Lyon)의 주교였던 성 이레네우스(Irenaeus, 6월 28일)의 기록 그리고 교회사가인 카이사레아(Caesarea)의 주교 에우세비우스(Eusebius)가 전하는 인용문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다. 성 이레네우스에 의하면 성 파피아스는 사도 성 요한(Joannes, 12월 27일)의 제자인 성 폴리카르푸스(Polycarpus, 2월 23일)의 친구로서 직접 사도 요한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에우세비우스는 성 파피아스가 사도들을 직접 보았거나 설교를 들은 것은 아니라고 증언하였다. 또한 그가 사도 요한의 제자가 아니라, 똑같은 이름을 지닌 '장로 요한'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였다. 이 부분은 아직도 논쟁 중에 있는데, "로마 순교록"에는 두 가지 주장이 다 기록되어 있다. 그는 사도 교부의 한 명이다.
오늘 축일을 맞은 아리스티온(Aristion)와 파피아스(Papias)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