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잡고 함께 가다(把手共行)
'손잡고 함께 가다"는 송나라 때
명승 무문혜개(無門慧開) 선사가 지은
<무문관> 제 1칙에 나오는 선구이다.
"공안(화두)을 투철히 이해한 사람은
몸소 조주 선사를 친견할 뿐만 아니라
역대 조사(祖師)와 함께 손을 맞잡고 간다.
눈썹을 서로 맺어 똑같은 눈으로 보고 똑같은 귀로 듣는다.
어찌 경쾌하지 않은가?"
'무(無)'자 공안을 통과한 선 수행자라면
조주 화상과 면전에서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함께
손잡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달마 대사나 육조 대사, 임제 선사 등
역대 조사들과도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불도(佛道)를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사와 똑같이 눈으로는 꽃이 보이고
귀로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선 수행자로서 이처럼 멋진 일이 있을까.
'손잡고 함께 가다'는
서로 마음을 터놓은 온화한 인간상을 나타낸 말이다.
이 말에서는 아무런 뒤얽힘 없이
마음과 마음이 합쳐진 따뜻함이 느껴진다.
서로간에 의기투합하면 이 같은 화목한 인간상이 나오게 마련이다.
사회를 조화롭게 하고 사람간의 융화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손을 서로 맞잡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뜻을 같이하여 함께 손잡고 가는 사람을 '동행(同行)'이라고 한다.
또 동행은 부처님을 참배하기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
마음을 같이하여 불도를 수행하는 사람 등을 가리킨다.
인간은 현실의 감성적인 자기와 현실 깊숙이 내재하는
본질적 자기가 동행하는 존재이다.
이 중에서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진실한
자기를 불성이라고 하고 영각성(靈覺性)이라고도 하는데,
이 또 하나의 자기를 자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선문에서 말하는 불도수행자로서
동행은 바로 달마, 육조, 임제 등과 함께
깨달음의 세계를 나눌 수 있는 경지이다.
그래서 무문 화상이 이를 '손잡고 함께 간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자기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속에 존재하는 본질적 자기(참나)를 가리킨다.
선 수행자라면 현실에서 동행하는 사람보다도
내재하는 동행의 자기에 전심전력 수행해서
무문 화상이 말하는
'손잡고 함께 가다'를 맛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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