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5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39-4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41 베드로가, “주님, 이 비유를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42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43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44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45 그러나 만일 그 종이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게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하인들과 하녀들을 때리고 또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46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불충실한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47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그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48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모르고서 매 맞을 짓을 한 종은 적게 맞을 것이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변장을 하신 예수님
서방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던 수도원이 점점 쇠락하기 시작하자 지원자들이 줄고, 몇 명 되지 않는 수사들이 수도원을 지키고 있을 때 사람들이 영적 목마름을 채우려고 더 이상 수도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때 수도원의 아빠스는 히말라야 동굴에서 묵상하고 있는 흰두교 스승인 구루를 찾아가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것이 수사들의 죄 때문인지를 물었습니다. 구루는 “그렇습니다. 당신들의 무지한 죄 때문입니다. 당신들 수사 중 한 분이 변장하신 ‘예수님’이십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그분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구루는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아빠스는 수도원으로 돌아오면서 수사님들을 한 분 한 분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든 분들이 장점도 있고, 결함도 많은 분들이었는데 원장 수사가 ‘메시아’일까? 그렇다면 제의 방 수사? 아님 문지기 수사 혹시 주방수사 그렇다면 누구일까? 생각하며 수도원에 돌아와서는 수사 모두에게 그 사실을 말했습니다. 그 때 수사들은 변장한 예수님을 의식하고 항상 모든 분들을 예수님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오실지 모르는 주님을 대하듯이 말입니다. “정말 모르지, 어쩌면 이 분이 정말 그 분이실지 몰라.” 그 후 수도원의 분위기는 기쁨에 넘치게 되었고, 많은 지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영적인 지도를 받으러 수도원 성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성당에도 변장을 하신 예수님께서 말썽꾸러기처럼, 아주 가난한 소경으로, 그리고 일주일 이상을 굶은 듯 굶주린 노인으로, 시끄럽게 떠들며 돌아다니는 꼬마로, 성가를 엉터리로 불러 분심을 돋게 하는 사람으로, 열심히 봉사하는 봉사자로, 회장님으로, 교리교사로 변장을 하시고 몰래 찾아오십니다. 매일 미사에 아무도 없는 성당에 혼자 의자에 감춰 계시기도 하고, 냉담한 신자와 함께 낚시를 가시면서 본당 신부님을 욕하는 사람으로 변장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그 분의 변장술은 어떤 마술사도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 분은 지금 당신의 식솔(食率)을 우리 모두에게 맡기셨습니다. 식솔이란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 모두를 말합니다. 하느님의 식솔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지요.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양식인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식솔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고에 간직하고 있는 양식을 제 때에 꺼내서 음식을 만들어서 제때에 식탁에 차려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사람도 굶거나 양이 부족해서 배고프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육체의 양식뿐만 아니라 영혼의 양식까지도 부족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항상 깨어 있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대학이라는 책에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단계를 거치면서 우리에게 성의(誠意)의 단계에 들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즉 세상 만물을 통해서 하느님의 계시를 깨닫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알았다면, 이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성의(誠意) 있게 모든 일을 신의성실(信義誠實)로 맡겨진 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성실하게 사는 것을 오늘 주님께서는 강조하시는 것이죠. ‘계집 때린 날 장모 온다.’라는 속담에서처럼 항상 잘 살다가 꼭 주님께서 우리를 불러 가시거나 우리에게 오시는 날 잘못하여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갈라져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지계(斷機之戒)란 말이 있는데 이는 공부를 하다가 중도에서 그만두고 돌아 온 자식에게 어머니가 짜던 베틀에서 가위로 씨줄과 날줄을 모두 끊어 버리면서 <중도에서 그만두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고사에서 온 말씀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살았어도 순간적으로 주님께서 찾아오셨을 때 중단하고 있거나, 한눈을 팔고 있거나, 다른 유혹에 빠져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는 아주 불쌍한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애써서 짜 놓은 모든 옷감이 쓸모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형국이 되는 것이죠.
이제 우리는 많이 살았습니다. 철이 들만큼도 살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만큼 살았습니다. 세상의 눈치도 잘 볼 수 있을 만큼 살았고, 주님의 말씀도 이해할 만큼 살았습니다. 이제는 눈치코치도 아주 높은 단에 올라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늘 주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직 저희의 탓입니다. 이제는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성의로써 세상을 살아야 할 때입니다.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난 사람으로서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6,12-18
형제 여러분, 12 죄가 여러분의 죽을 몸을 지배하여 여러분이 그 욕망에 순종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13 그리고 여러분의 지체를 불의의 도구로 죄에 넘기지 마십시오.
오히려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난 사람으로서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고,
자기 지체를 의로움의 도구로 하느님께 바치십시오.
14 죄가 여러분 위에 군림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율법 아래 있지 않고 은총 아래 있습니다.
15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이라고 말해야 합니까?
우리가 율법 아래 있지 않고 은총 아래 있으니 죄를 지어도 좋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16 여러분이 어떤 사람에게 자신을 종으로 넘겨 순종하면
여러분이 순종하는 그 사람의 종이라는 사실을 모릅니까?
여러분은 죽음으로 이끄는 죄의 종이 되거나 의로움으로 이끄는 순종의 종이 되거나 하는 것입니다.
17 그러나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여러분이 전에는 죄의 종이었지만,
이제는 여러분이 전해 받은 표준 가르침에 마음으로부터 순종하게 되었습니다.
18 여러분은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의 종이 되었습니다.
축일10월 25일 성녀 다리아 (Daria), 성 크리산토 (Chrysanthus)
신분 : 순교자
활동 연도 : +283년
성 크리산투스(Chrysanthus)와 성녀 다리아는 분명 초기 교회의 순교자임은 분명하나 그들의 생애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6/7세기의 전승에 따르면, 성 크리산투스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부유한 청년으로 로마에서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교에 입문했다. 그런데 그의 부친이 그를 그리스도인들과 떼어놓기 위해 미네르바(Minerva) 신전의 여사제인 성녀 다리아를 동원해 감언이설로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성 크리산투스가 성녀 다리아를 개종시킨 후 둘은 동정 결혼을 했다. 그들은 많은 외교인들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켰는데, 그중에는 군인들이 특히 많았다. 이때 개종했다가 순교한 군인 중에는 사령관이었던 호민관 성 클라우디우스(Claudius, 12월 3일)와 62명의 군인도 있었다.
성 크리산투스와 성녀 다리아는 그들의 눈부신 활동 때문에 체포되어 누메리아누스 황제의 명령으로 살라리아 가도(via Salaria)의 모래밭에 산 채로 묻혔다. 그들의 무덤에서 신자들이 모여 기도하자 황제는 그 입구를 봉쇄하여 그들에 대한 공경을 금지했다고 전해온다. 그들의 무덤은 고트족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539년에 복원되었고, 844년 그들의 유해가 프륌(Prum)으로 옮겨지고 다시 뮌스터라이펠(Munsterreifel)fh 이장되어 지금까지 공경을 받고 있다.
오늘 축일을 맞은 다리아 자매들과 크리산토 형제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