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9일 목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라테라노 대성전은 로마에 있는 최초의 바실리카 양식의 대성당이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으뜸’으로 불리면서 현재의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거의 천 년 동안 역대 교황이 거주하던, 교회의 행정 중심지였다. 각 지역 교회가 로마의 모(母) 교회와 일치되어 있음을 드러내고자 라테라노 대성전의 봉헌 축일을 지낸다.
이 축일은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며, 12세기부터 11월 9일에 지내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로마에서만 지내다가,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이 기록한 대로 “사랑의 모든 공동체를 이끄는” 베드로 교좌에 대한 사랑과 일치의 표지로서 로마 예법의 모든 교회로 확대되었다.
<예수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22
13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14 그리고 성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과 환전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15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다.
16 비둘기를 파는 자들에게는,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17 그러자 제자들은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라고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생각났다.
18 그때에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무슨 표징을 보여 줄 수 있소?” 하고 말하였다.
19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20 유다인들이 말하였다. “이 성전을 마흔여섯 해나 걸려 지었는데, 당신이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는 말이오?”
21 그러나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22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그분께서 이르신 말씀을 믿게 되었다.
시골 공소
나는 지금도 초등학교 다닐 때 다니던 공소가 생각납니다. 동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공소예절을 하면서 누가 공과 책을 읽을 것인지 걱정하시던 노인들이 생각납니다. 아주 점잖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시골 훈장님처럼 교리서를 외우게 하시던 어른들이 많이 그립습니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 공소에서는 회의가 연신 열렸습니다. 산등성이에 공소를 짓는다는 것입니다. 흙벽돌로 공소를 지으려고 하는데 흙벽돌을 찍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소 신자들이 모였습니다. 매일 학교에 갔다가 오면 그리고 공소 예절이 있는 날이면 짚을 썰어서 좋은 황토 흙에 넣고 반죽해서 흙벽돌 틀에 넣고 발로 꼭꼭 다져서 약간 옆으로 기울인 다음에 흙벽돌을 뽑아내는 것입니다.
그냥 몇 사람이 모여서 시작한 일이지만 끝을 보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였습니다. 신자들이 많이 늘어나서 한 70명이 넘어서니 동네 사랑방으로는 해결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소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전부 모여서 흙벽돌을 찍어 냈습니다. 그리고 주일 오후에 젊은 장정들이 모두 소집되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약 4km 떨어진 곳에 벌목장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우리가 산 나무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지게를 지고 십리 길을 걸어가서 5m가 넘는 대들보 감을 다섯 개를 지고 와야 했습니다. 그날 내 지게 끈은 거의 끊어질 지경이 되었고, 무른 논길은 걸을 때마다 무너져 내렸습니다. 서까래와 문설주는 그래도 가벼웠습니다.
열 번도 더 쉬어서 겨우 도착했을 때 우리 모두는 완전히 초주검이 되었었습니다. 숨을 할딱거리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어머니들은 뜨거운 개장국을 끓여 주었습니다. 그날 나는 정말 내 생애에 최고의 짐을 지고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그 것이 공소의 대들보였다는 생각에는 언제나 긍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흙벽돌로 지은 공소는 몇 년 전까지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주일 미사를 참례할 때에는 부엌 문짝이 제대가 되지 않고 정말 버젓한 제대가 있었던 것이 가슴에 가득한 기쁨이었습니다. 바닥은 시멘트로 바르고 그 위에 멍석을 깔고 오래 앉아 있으면 정강이까지 멍석 자국이 남던 그 공소가 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의 고향이었고, 성전이었고, 기도의 요람이었습니다.
내가 정말 주님의 성전인지 생각해 볼 때가 많습니다. 주님은 당신을 성전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고, 내 안에도 주님께서 살아계시니 나를 성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의 성전인지 생각해보면 악취가 심하고, 더럽고, 추한 모습의 성전이라는 생각이 들어갑니다. 환전상도 있고, 소리 지르는 장사꾼도 있고, 비둘기 장사도 있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사람들이 악마굴이(개구리의 일종) 떼처럼 소리 지르며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거짓과 위선과 허식과 허례가 판치는 그런 성전이랍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오셔서 회초리를 들으시고, 좌판을 둘러엎으시며, 다시 정화를 해 주셔야 하는 성전답지 않은 성전이랍니다. 사치의 극성에 순수함을 잃어버린 추한 성전이 바로 나의 모습이고, 그 더러움을 주님께서는 손수 다시 닦아 주셔야 하는 성전이랍니다.
{옛날에 한 숲이 있었는데, 낮에는 새들이 노래하고 밤에는 벌레들이 울었다. 나무들이 무성하고 꽃들도 만발하고 온갖 생물들이 자유롭게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거기 들어서는 사람은 누구나 자연의 침묵과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사시는 하느님의 집인 저 고독에로 인도되었다. 그러다가 정신 나간 시대가 되자 사람들은 수십 미터 높이의 건물들을 짓는가 하면 한 달 만에 강과 숲과 산들을 망가뜨릴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숲의 나무와 숲 흙 밑에 파묻혀 있던 돌들로 예배의 집들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뾰족탑, 첨탑, 회교 사원의 첨탑이 하늘을 찔렀고, 대기는 종소리와 기도와 성가 그리고 훈계로 가득 찼다.
그리고 하느님은 갑자기 집 하나도 없게 되셨다.
하느님은 사물을 우리 눈앞에 갖다 놓으심으로써
그것들을 감추신다.
들어라, 새의 노래를
나무들 속에서 이는 바람 소리를
바다가 부르짖는 소리를
보아라, 마치 처음 보듯이
나무 하나를
떨어지는 잎 하나를
꽃 하나를
너는 문득 만날지도 모른다.
실재를
어린 시절에 떨어져 나와 우리네 지식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저 천국을
인도의 신비가 사라하의 말 : “지식의 부재라는 이 은총의 맛을 알아라.”}
(앤소니 드 멜로/분도출판사. 개구리의 기도 1)
<성전 오른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보았네. 그 물이 닿는 곳마다 모두 구원을 받았네(따름 노래 “성전 오른쪽에서”).>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47,1-2.8-9.12
그 무렵 천사가 1 나를 데리고 주님의 집 어귀로 돌아갔다. 이 주님의 집 정면은 동쪽으로 나 있었는데,
주님의 집 문지방 밑에서 물이 솟아 동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주님의 집 오른쪽 밑에서, 제단 남쪽으로 흘러내려 갔다.
2 그는 또 나를 데리고 북쪽 대문으로 나가서, 밖을 돌아 동쪽 대문 밖으로 데려갔다.
거기에서 보니 물이 오른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8 그가 나에게 말하였다. “이 물은 동쪽 지역으로 나가, 아라바로 내려가서 바다로 들어간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그 바닷물이 되살아난다.
9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12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축일11월 9일 성녀 엘리사벳(삼위일체의) (Elizabeth of the Trinity)
신분 : 수녀, 신비가
활동 연도 : 1880-1906년
같은 이름 : 엘라, 엘리자베스, 엘리자벳, 엘리제, 이사벨, 이사벨라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Elisabeth)은 1880년 7월 18일 프랑스의 부르주(Bourges) 근처에서 태어나 4세 때 육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여의었고,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Theresia ab Avila, 10월 15일)의 저서에 심취할 정도로 열심한 신자였던 어머니에게 충실한 신앙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14세 때 동정녀가 될 것을 서약한 그녀는, 1901년 8월 2일 디종(Dijon)의 카르멜 수도회에 입회하여 1903년 첫서원을 하였으며, 이듬해 11월에는 “삼위일체께 바치는 기도”라는 기도문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1905년 부활절을 앞두고 사도 바오로(Paulus) 안에서 삼위일체의 영광을 찬미하는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는 영적 체험을 한데 이어, 이듬해 주님 승천 대축일과 그 후 얼마 안 있어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영적인 은총을 체험하였다. 성녀 엘리사벳은 약 9개월 동안 병상에 누워 고통스러운 병고를 치르다가 1906년 11월 9일 디종 수녀원에서 선종했다. 1984년 11월 25일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Joannes Paulus II)에 의해 시복되었고, 2016년 10월 16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Franciscus) 교황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오늘 축일을 맞은 엘리사벳(삼위일체의) (Elizabeth of the Trinity)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