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는 이가 가장 존귀한 사람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임제 선사의 말에서 유래한다.
"일 없는 이가 귀한 사람이다. 오직 조작하지만 말라.
단지 평상(平常)일뿐이다."
'일 없다'는 보통 평온하다,
변함 없다,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가 없다, 건강하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선문에서의 '무사'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
무언가 찾으려는 마음을 쉬는 것' '
밖으로 찾는 마음이 없는 것'을 뜻한다.
'무사'는 고요함의 경지로서
본래의 자기로 돌아선 편안함을 말한다.
송대의 유학자 정명도가 말한
'맑고 투명하여 일이 없다'도 이같은 심경을 말한 것이다.
또 '귀한 사람'은 귀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귀한 사람,
즉 부처나 깨달은 사람을 가리킨다.
'밖으로 찾는 마음'을 없애는 것은
부처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불성을 갖고 있지만,
사람은 이 사실을 잊고
자기 밖에서 부처나 도를 구하려고 안달한다.
그래서 임제는 '오직 밖에서 구하지만 말라'
'오직 조작하지만 말라'고 가르친다.
선문의 조사뿐만 아니라 송명(宋明)시대의 유학자들도
밖으로 찾는 마음을 경계하고 있다.
<능엄경>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옛날 인도 실라성(室羅城)에 연야달다(演若達多)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신에게
치성을 드려 얻은 자식이라고 했는데,
그는 매일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얼굴이 비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허둥지둥하면서 자기 머리를 찾기 시작했다.
연야달다는 머리를 잃었네
머리를 제쳐놓고 머리를 찾는구나.
이 고사는 자기가 본래 갖고 있는 것을
밖에서 찾고 있음을 비유한 얘기다.
다시 <임제록>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대가 만약 생각생각마다 밖으로 찾는 마음을
쉴 수만 있다면
그 즉시 부처나 조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이 밖을 향해 찾는 마음이 없어진
안락한 '무사'의 경지가 그대로 부처이고 깨달은 자이다.
그래서 임제는
"부처와 조사는 일 없는 사람이다."라고 한 것이다.
이 '일 없는 사람이 존귀
한 사람'은 바로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참된 해탈인이다.
'진인(眞人)'은 무애자재한 경지를 얻은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무사'의 심경을 얻으면
실로 넉넉한 마음의 광활함을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이를 선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마음에 일이 없으면 상 하나(一床)도 넉넉하다."
모셔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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