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izetti / L'elisir d'amore(사랑의 묘약) 中 Una furtiva lagrima(남 몰래 흘리는 눈물)
- Michael Spyres.
신화와 문학작품에서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랑의 묘약’이지요. 켈트족의 신화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은
원래 이졸데의 어머니가 딸이 마크 왕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하려고 지은 것이었습니다.
아일랜드의 공주인 이졸데와 콘월의 왕인 마크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콘월로 가는 배 안에서 사랑의 묘약을 엉뚱하게도 이졸데와 마크의 사자(使者)로
아일랜드에 온 트리스탄이 마셔버렸고, 두 사람은 못 보면 죽을 것처럼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리지요.
위험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녀 블랑게네가 두 사람이 마신 빈 술잔을 보며 비명을 질렀던 것입니다.
“그대들 두 사람이 마신 것은 바로 죽음이에요!”
그리고 그 말은 예언이 됐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사랑의 묘약은 약이 아니라 ‘독’이었습니다.
그 독을 마신 덕에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환희를 누리지만, 함께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으로 가슴이 터져
나란히 죽음에 이릅니다.
1832년,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오페라 부파 〈사랑의 묘약〉이 밀라노에서 초연됩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절묘하게 패러디했는데, 문제의 ‘사랑의 묘약’을 가짜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농부 네모리노는 농장주의 딸 아디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약장수 둘카마라가 파는 사랑의 묘약 ‘이졸데’를 사서
단숨에 마셔버립니다. 그리고는 아디나를 찾아가 ‘내일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며 큰소리를 치지요.
그러나 아디나는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그를 보고 그저 불쾌할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사랑의 묘약 이졸데는 그저 술이었습니다.
술에서 깬 네모리노는 그날 저녁 아디나가 벨코레와 결혼한다는 말을 전해 듣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져 사랑의 묘약을 더 사마시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지요.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벨코레의 부대에 입대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받은 돈으로 사랑의 묘약을 삽니다.
이제야 사랑의 묘약이 약효를 발휘하는 걸까요. 마을 처녀들이 네모리노를 다정하게 대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사랑을 남들에게 빼앗긴 것 같아 남몰래 눈물을 흘리지요.
이 모습을 보고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가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입니다.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지만 초연 당시 관객의 반응은 ‘생뚱맞다’였다고 합니다.
오페라는 희극적인데 이 아리아는 난데없이 서글프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아하고 절절한 표현에 점차 많은 관객이 감동을 받았고
심지어 이 아리아를 듣기 위해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이 생겨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게 됐습니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가면, 아디나가 네모리노를 찾아가 제발 입대하지 말라고 하지요.
네모리노가 말합니다. 당신한테 사랑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군인이 돼서 목숨을 버리겠다고,
그러자 드디어 아디나가 그에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게 다 진짜 사랑의 묘약 덕분이었을까요?
믿은 사람은 순진한 네모리노뿐이었습니다. 그가 마신 사랑의 묘약의 실체는 싸구려 포도주에 불과했으니까요.
마을 처녀들이 잘해준 건 네모리노가 숙부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이었고,
아디나가 찾아온 것은 약장수 둘카마라를 통해 네모리노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랑을 이룬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을 더욱 믿게 되고, 덕분에 사기꾼 약장수 둘카마라는 환호를 받으며
마을을 떠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수요일
건강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