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 호소문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새벽마다 안양천으로 산책하러 나가는데 어느 한 곳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1살짜리 반려견을 잃어버렸는데 찾아주면 큰 사례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안양천 변 행사장에 말티즈 잡견을 데리고 왔다가 잃어버렸단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다는 내용을 A4 용지에 복사해 여기저기 붙이는 것은 여러 차례 보았어도, 그렇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거는 것은 처음 보았다.
오죽 속이 탔으면 그렇게까지 하나 싶어 부디 그 강아지가 되돌아오기를 빌었다. 오래전인 20대 시절 나도 케리라는 애완견을 잃어버리고 몇 날을 울먹였던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개장수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남의 개를 훔쳐 가던 시절이었다. 어찌 그런 해괴한 짓들이 성행했었는지.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개를 방안에서 기른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내가 중년일 때는 강아지를 키우며 그의 치료비로 적지 않은 돈을 쓰면서 남들이 알까 봐 쉬쉬하기도 했었다. 헐벗은 이웃에게는 인색하면서 짐승인 강아지에게 돈을 쓴다는 게 죄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개나 고양이가 우리와 형태가 다를 뿐이지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아프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으레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강아지를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다 보니 걱정도 그만큼 비례하는 게 사실이다. 얼마 전에 우리 강아지 용이에게 호르몬 계통의 쿠싱이라는 병이 나타났다고 하여 약 처방을 받았다. 10살 된 용이가 별다른 일이 없으면 몇 년 후에는 내 앞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게 뻔하다. 이렇게 용이와 이별할 것을 생각하면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용이를 쓰다듬으며 부디 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부처님은 우리에게 슬픔과 비탄, 고통과 근심, 절망은 사랑하는 것에서 생겨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사람을 포함한 어떤 대상에든 애착을 두지 말라고 하신다. 형성된 것은 무엇이든 사라지게 마련이므로 그냥 지긋이 응시하란다. 다시 말해, 6근(眼耳鼻舌身意)의 대상인 6경(色聲香味觸法)을 쫓다 보면 온갖 괴로움을 겪게 마련이라며 정신을 바짝 차려 희노애락에 빠지지 말리고 하신다.
하지만 ‘나’라고 하는 존재가 있는 한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 모든 감각기관은 좋은 것을 추구하고자 난리이기 때문에 여간 절제력을 갖추지 않으면 휘말리고 만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 강아지 주인도 주인을 잃은 생명체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그렇게 찾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잃어버린 강아지에게 애착하는 바람에 그렇게 절절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니라 사랑이지 싶다. 그게 뭐라고 그것에 걸려들기만 하면 그토록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지…. 그래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중적으로 되고 만다. 좋은 동시에 그 끝이 어떨지 두려워지는 것이다.
플래카드를 보고 다시금 온갖 상념에 사로 잡혀본다. 두렵다고 삭막하게 살 수도 없고, 마냥 사랑하는 기쁨에 넋을 잃었다가는 호되게 패대기 당할 것 같고. 그래서 오늘도 외줄 타는 심정으로 조심스럽다.
첫댓글 우리가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는 이유는 애완동물들은 말대꾸를 하고 대들고 불평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인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기 때문이며 기르기 싫어지면 갖다버리거나 팔아버리면 그만이거든요.
책임질 일이 적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행동에 "동물 사랑"이라는 가면을 씌워 "사랑소꿉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동물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사랑소꿉놀이를 하는 거라고 혹독하게 말씀하시는군요.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혹독하게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끝까지 책임지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될까요?
@장성숙 물론 그 반려견을 찾고자 하는 마음에서 플레이카트를 내 건 그 사람에 대해서는 저도 경의를 표합니다.
혹시나 그 강아지가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추운데서 혼자 떨며 헤매고 있다가 사나운 개나 들짐승들에게 해를 입었을까보아 걱정하는 그 마음은 열번이라도 이해합니다.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단지 지나치게 나가는 사람들이나 천사병을 앓고 있는 위선자들을 경계하고자 한말씀 드린 것 뿐입니다.
힛틀러는 개를 그토록 좋아했고 "동물의 권리"를 처음으로 법제화한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짓을 했던 인물인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저의 한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석호(Salzburg)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힛틀러가 개를 많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됩니다.
사실, 사람이 아닌 다른 것을 과도하게 좋아하는 자의 특징은 사람들과 어울리지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에 대해 지나치게 찬사를 던지는 것도 마냥 순수하게만 봐지지 않지요. 말이 통하는 사람을 가장 좋아하는 게 건강하다고 합니다.
사람은 자기 몸에 붙은 세가지 때문에 일을 저지른다고 합니다.
그 첫째는 혀(舌)입니다.
그 다음은 性器입니다.
세번째는 마음(心)입니다.
그래서 남의 집을 방문하거나 사람을 만나려 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위의 세가지를 미리 잘 진정시켜 놓아야 합니다.
이상은 불교에 나오는 격언입니다. 이 격언을 명심하면 괴로움이 덜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예, 저도 사람은 세 가지 끝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혀 끝, 손 끝... 그런데 이 선생님께서는 손끝이 아니고 마음이라고 하시는군요. 아무튼 명심하겠습니다.
@장성숙 아니, 명심 안하셔도 좋습니다. ㅎㅎㅎ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이게 지켜 지겠습니까? ㅎㅎㅎ 저도 한번도 제대로 지켜본 일 없읍니다. ㅎㅎㅎ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지…"^^^
맞는 말씀이네요.^^**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