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옹의 自歎👵
세월은 왜 이렇게 빠른지, 어느새 머리 빠지고 백발 되더니 턱 밑엔 주름이요 코 밑엔 고양이수염에 몸 곳곳에는 검은 점이 마구 생긴다.
물 마시다 사레(물을 잘못 삼켜 갑자기 기침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 걸리고, 오징어 씹고 눈깔사탕 깨부수던 어금니는 임플란트로 모두 채웠네.
돋보기 안 쓰면 신문 글자들 어른어른 희미해 보이니 세상만사 보고도 못 본 척하며 살란 말인가. 아니면 세상이 시끄러우니 보고도 못 본 척 눈감으란 말인가.
나이 들면 철이 든다 하더니 보고 들은 게 많아서인지 잔소리만 늘어가니 여기저기서 구박도 늘어가네.
누우면 잠들던 젊은 날은 어디로 갔나? 이제는 긴긴밤 잠 못 이루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뒤척이며 자는 둥 마는 둥 개꿈만 꾸다가 일어나니 한낮에 애꿎은 하품만 나오네.
먹고 나면 식곤증으로 꾸벅꾸벅 졸다가 침까지 흘리니 누가 보았을까 깜짝 놀라 얼른 닦는다.
된장국에 보리밥도 꿀맛이더니 이제는 소고깃국에 흰쌀밥도 안 넘어가 끼적거리다가 누가 볼까 주변을 살피네.
고상하고 점잖은 체면은 어디로 갔는지, 뒤뚱거리며 걸어가다 뱃속이 불편하여 실례한 방귀소리에 누가 들었을까 뒤돌아보며 멋쩍네.
구두가 불편해서 운동화 신고 쿠션 따라 사뿐사뿐 걷다가 중심 잃고 기우뚱 넘어지니 꼴불견이로구나.
까만색 정장에 파란 넥타이가 잘 어울리더니 이제는 트렌드(패션 경향)가 아니라니 어색하기 짝이 없네. 차라리 등산복 캐주얼 차림이 편하고 낫겠구나.
탁상 장부에 이름과 전화번호 적어놓고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 하나씩 둘씩 사라져 가니 그 기록만 추억처럼 남아 있네. 무정한 세월, 무상한 인생, 누가 말릴 수 있으랴.
더 늦기 전에 남은 친구들 얼굴 떠올리며 이름 불러보며 월례 모임 날짜 꼬박꼬박 달력에 표시하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했던가? 늙어가든 익어가든 나이 드니 손발이 저리고 여기는 욱신욱신 저기는 쿡쿡, 점점 늘어나는 것은 기침소리뿐이로세. 서랍장에도 식탁 한쪽에도 온통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봉지다. 언제 어느 약을 먹어야 할지 먹는 내가 헷갈리누나.
외출하려면 느린 동작에 한바탕 소동이다. 신발 신고 현관을 나가려다 다시 돌아와서 안경 쓰고 지갑 챙겨 넣는다.
승강기 단추 눌러 올라타니 다른 승객 모두 마스크를 썼다. 나만 안 썼으니 죄인 같아 다시 들어와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 그래도 뭔가 허전해서 생각하니 휴대폰을 두고 나왔구나. 물건마다 일마다 이렇게 깜빡 또 깜빡이다.
혹여 치매 前 단계인가 하고 불안해하면서 모임에 나갔더니 너도 나도 모두가 똑같단다. “걱정 붙들어 매라” 하네. 그 책임은 나이가 질 것이라며···
이제 나이의 선두 그룹에 서서 지나간 날들을 뒤돌아보니 모두가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하네. 자고 나면 새 힘이 솟고 청춘이 꽃피던 아 花樣年華의 시절이여!
야속한 세월은 이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흘러가고, 노을 진 황혼은 짙어만 가네. 원컨대 황혼이여, 아름다울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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