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3萬里 友情, 한솔 분재원
봤다.
세 가지를 봤다.
눈으로 본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본 것이다.
곧 땀과 피와 눈물 그 세 가지였다.
딱 열흘 전인 지난 2020년 12월 17일 목요일 오전 11시쯤 해서, 경북 경주시 외곽의 한솔 분재원에서, 내 본 것이 그랬다.
당초부터 그 분재원을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당초에는 내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오랫동안 경주 그곳에 터 잡아 살고 있는 김종태 친구를 만나러 그 친구 사는 동네로 찾아들어갔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자기 사는 집으로 찾아오게 하지 않고, 따로 만날 장소를 정했는데, 그곳이 바로 한솔 분재원이었다.
들어서면서부터, 은근히 내 작은 기대가 있었다.
분재를 사겠다는 기대가 아니라, 잘 가꿔놓은 분재가 혹 있다면 그 분재를 실컷 구경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였다.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해서 신혼의 가정을 꾸리면서, 내 삶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싶을 때, 나도 잠시나마 분재에 취미를 붙인 적이 있었다.
숲에서나 볼 수 있는 큰 나무들을 작은 화분에 담아 작게 키워놓은 그 앙증맞은 분위기에 푹 빠져서 그랬다.
그래서 빨간 꽃을 피우는 영산홍 분재도 해봤고, 쪽쪽 곧게 뻗는 나무줄기의 너도밤나무 분재도 해봤다.
딱 한 해 그러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는 그 분재를 제대로 간수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한 해 버틴 끝에, 애석하게도 다 죽이고 말았다.
내 그런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그곳 한솔 분재원의 분위기는 과연 어떠할까 궁금했던 것이다.
놀라운 풍경이 그 분재원 안에 펼쳐져 있었다.
매실나무 분재도 있었고, 사과나무 분재도 있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 분재도 있었다.
한두 그루가 아니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재들이 선반 위에 오밀조밀 줄을 이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가지의 꺾임도 운치가 있었고, 피어난 이파리의 초록 빛깔도 싱싱했다.
그냥 둬서 도저히 그리 될 수 없는 풍경이었다.
화분에 물을 주고 거름도 주는 등으로 땀 흘리는 수고가 있어야 했을 것이고, 하나하나 가지를 철사로 묶어 틀을 잡아주다가 자칫 그 철사에 찔려 피 흘리는 아픔도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그 가꾼 분재들을 제대로 주인 찾아주지 못해서 눈물 흘리는 슬픔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세 가지의 흔적을 챙겨보고 있었다.
그 끝에 내 이렇게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넸다.
“이렇게 아름답고 품위 있게 키워내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겠어요.”
그러나 그곳에서 분재로 40년 세월을 보냈다는 그의 답은 너무나 소박했다.
이랬다.
“뭘요, 안 힘든 게 어디 있습디까, 다 그런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