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윤 대통령은 '보수'인가. 이재명 범죄 혐의에 혀를 차다가도 "김 여사는?"이란 반박을 당하면 궁색할 때가 많다
보수 지지자들로선 속된 말로 'X팔리는' 심정이 된 것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입력 2024.09.20. 23:58업데이트 2024.09.21. 10:32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지난 10일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함께 마포대교를 순찰하고 있다. 김 여사는 “미흡한 점이 많다””개선이 필요하다”는 등의 지시조(調) 발언으로 '국정 책임자 같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실
의료 선진국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아프지 마세요”란 인사가 유행했다는 것은 참담한 얘기다. 추석 연휴 중 구급차에 실려 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며, 조심하라는 말로 한가위 덕담을 대신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다행히 대란은 없었지만 결코 호들갑이 아니었다. 탈진한 의사들이 한계에 몰리고 ‘응급실 뺑뺑이’가 잇따르는 현실 앞에서 “아프지 말라”는 것은 그야말로 실존적인 불안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의료 개혁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실행 방식이 너무도 거칠고 과격하고 무모했다. ‘2000명씩 5년간 증원’이란 수치부터 비현실적이었다. 개혁을 한다면서 개혁 대상을 어떻게 설득할지 면밀한 실행 계획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고전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의 빈곤 탓이다. 이유야 어쨌든 국민으로 하여금 ‘아프면 어떡하나’를 걱정하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부가 아니다. 개혁은 꼬일 대로 꼬인 채 의사 집단만 반정부 투사로 내몰고 말았다.
의사뿐 아니다. 대통령의 격노로 시작됐다는 ‘채 상병 사건’으로 해병대 예비역들과 충돌했고, 연구·개발 예산 삭감 소동으로 과학기술인이 등을 돌리게 했다. 윤 정부가 전쟁을 벌인 의사·해병대·과학자들은 어느 직종보다 확고한 국가관과 공적 마인드를 보유한 집단이다.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보수 정권이 보수의 주력 직업군과 잇따라 충돌하며 내전(內戰)을 벌이고 있다. 우군을 적으로 돌린 셈이다.
보수는 현실주의자다. 실천 가능성을 따져가며 점진적·실용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보수의 문제 해결 방식이다. 윤 정부 국정은 보수의 스타일과 거리가 먼 경우가 잦다.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로, 혹은 느닷없는 격노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파열음을 내곤 했다. 의정 갈등은 출구 전략도 못 세운 채 파행을 치닫고, 해병대원 사건은 특검 공세를 자초했으며,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1년 만에 백기 투항하는 치욕을 맛봤다. 이것은 유능한 보수가 일하는 방식이 아니다.
윤석열식(式) 정치는 보수의 영토를 잘라내는 ‘뺄셈의 정치’에 가깝다. 청년 정치의 대표성을 지닌 이준석을 여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고, 여권내 일정 지분을 갖는 안철수·유승민 등과 절연했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보수 빅텐트’를 해체해 버린 것이다. 한동훈 대표와도 끊임없이 갈등 빚으며 적대적 관계를 형성했다. 정권의 존립 기반인 보수의 외연을 좁히고 스스로를 고립으로 몰았다.
윤 대통령은 보수 주류층까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이다. 공적 권한 없는 김 여사가 국정과 인사, 심지어 여당 공천과 당무(黨務)까지 관여한다는 의혹이 꼬리 물고 있다. 추석 전 현장 방문에서 김 여사가 제복 공무원들을 세워놓고 “미흡한 점이 많다””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시조(調) 발언을 쏟아낸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보수의 선공후사(先公後私) 철학이다. 김 여사의 월권을 수수방관 방치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보수층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
김 여사 이슈는 보수의 마지막 보루인 법치의 가치마저 흔들고 있다. 왜 대통령 부인은 명품백을 받아도 처벌받지 않는지, 주가조작 의혹으로 고발돼도 4년 넘게 수사가 뭉개지는지, 검찰에 소환돼도 경호처 부속 건물에서 특혜성 조사를 받는지, 설명이 궁색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보수층이 이재명의 온갖 범죄 혐의에 혀를 차다가도 “김 여사는?”이란 반박을 받으면 말문 막힐 때가 많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지지자들로선 속된 말로 ‘X팔리는’ 심정이 된 것이다.
지지 기반이 무너지는 비상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은 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지난 총선 때, 참패 위기 앞에서도 김 여사를 감싸고 한동훈을 내치면서 선거를 엉망으로 망친 것을 보수층은 기억하고 있다. 하도 기가 막혀 윤 대통령이 보수를 망치려 작정한 ‘X맨’ 아니냐는 한탄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윤 대통령의 곤경은 야당과 협력을 안 한 탓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나 협치(協治)를 논하기 앞서 보수의 기본을 다지는 일부터 윤 대통령은 실패했다. 개혁의 이상만 앞세워 문제 해결을 도외시하고, 사(私)를 앞세워 법적 공정성을 흔들고, 내 편 삼아야 할 우군을 적으로 돌리는 자해 정치로 보수 진영의 마음을 잃었다. 그래 놓고 문재인 정권 인물을 총리로 영입한다, 비서실장에 기용한다 하며 엉뚱한 헛발질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는 수사하지 않고 봐준다는 지적도 받았다. 문제의 본질이 무언지 모르는 듯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는 사람 중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3%로, ‘지지한다’ 38%를 압도했다. 보수층조차 윤 정권의 실체에 실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보수의 정체성을 의심받을 때 어떤 비극적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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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기자 논설실장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시대정신을 글에 담아내려 애쓰고 있다. 경제부에서 취재 현장을 뛰면서 기자 수업을 받았다. 도쿄특파원과 경제부장·사회부장·사회정책부장·디지털뉴스본부장·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현재 논설실에서 사설과 기명칼럼을 쓰고 있다. 삼성언론상(2018년) 참언론인대상(2017년) 글로벌경영대상(2019년)을 수상했고, ‘약자들의 전쟁법’ ‘닛폰의 실패에서 배운다’ ‘미래혁명’(공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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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33465674
2024.09.21 00:07:59
윤대통령 부부 어록은 유명하죠 "우리남편은 문재인 충신이에요" "보수의 비위를 맞출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좌파다" "조국이 어떻게 보면 좀 불쌍한거지" "저희는. 진보의 오야붕.이었어요" "남편이 노무현 영화보고 혼자 2시간 동안 울었다. 우리 남편이 노무현을 좋아한다" "나랑 우리 아저씨는 되게 안희정 편이야" "민주당 갈 수 없어 부득이 국민의힘 선택" "DJ정신 배우면 나라가 제대로 걸 것" "문대통령에 대한 충심에 변화 없다" "민주당보다 국힘 싫어...개판치면 뽀개버릴 것" "총선때 몇석 잃어도 당의 요구에 떠밀리 듯 물러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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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97279134
2024.09.21 00:09:47
이미 많은 보수들은 윤정권을 사실상 문재인 시즌2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제야 이런 기사 쓰는건가요? 게다가 알고보니 윤석열 보다 김건희가 실세이고 국정을 좌지우지 한다는것도 공공연하게 알죠 그러니까 중앙 동아 등등도 김건희에게 읍소하는 사설을 쓰는거 아닌가요? 뭘 몰랐다는듯이 새삼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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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59283744
2024.09.21 00:13:07
군인, 이대남, RND 로 공과계열및 과학자들. 의료계 등등 보수의 지지기반을 타겟으로 정밀타격하는데 윤이 보수대통령은 아니죠 일단 정권을 절대 보수가 가져가지 않게 하려는 결의가 너무 뚜렷하잖아요? 그게 이제야 보였다면 무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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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돈까스
2024.09.21 00:08:29
윤석열은 보수 궤멸하러온 문재인의 충신이 맞다. 보수 진영만 공격하고, 박살 내고 있으니 앞날이 걱정이다. 마누라 치마폭에 싸여 눈 가리고 술만 퍼먹고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보수층에서도 그냥 탄핵시키는 게 낫겠다는 말이 나온도. 이러다가 또 끌려내려 올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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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進韓國
2024.09.21 00:45:51
박정훈 논설실장, 거 '보수'라는 말부터 '우파'라고 하세요. 우파가 '보수'면 좌파가 '진보'란 말이오? 박정훈 실장, 민주당과 진보요? 조선일보 논설실장이 '우파, 좌파 용어 하나도 제대로 못 쓰고 보수, 진보 따위 잘못된 용어를 쓰고 있다. 참 한심하다. 물론 박정훈 실장이 하는 말은 맞다. 그러나 이런 거 모르는 우파 국민이 있나? 조선일보 댓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써오던 내용이다. 이제야 노선일보 논설실장이 뭐 새로운 내용인 것처럼 쓰고 있다. 진짜 우리 우파 국민도 미치고 환장하겠다. 솔직히 말해서 지난 대선 때도 윤석열이 좋아서 찍었나? 국힘에 대선 후보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윤석열을 데리고 와서, 우파가 이기기 위해 그냥 표 몰아준 거다. 그런 다음에는 윤석열이 함량 미달에 대통령감이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어떡하겠는가? 우파 정권 지켜야 하므로 그냥 지지할 뿐이다. 탄핵시킬 순 없지 않는가? 탄핵되면 다시 좌파가 정권 잡는데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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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14541020
2024.09.21 00:10:40
총선때부터 지금까지 온갖 악재를 몰고 다니는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국힘이 지금 손절하지 않으면 이 부부는 차기대선까지 똥을 뿌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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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09.21 03:09:20
잘난 것 없는 빈 깡통인 김여사는 나대지 말고 자중하라. 하산 후에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권불십년, 아니 오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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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락
2024.09.21 01:21:53
검사시절 공무원신분으로 박근혜탄핵 촛불시위에 나가 사진찍는 대범함 좌파의 오야붕을 그때 알았다면 저런 인간 찍었을까.그땐 찢재명만 아니면 된다가 뭉가O2를 찍은 게 속은거라면 속은거다. 지지율 신경 안쓴다가 결국 보수 죽이기로 작정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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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33465674
2024.09.21 00:18:13
그런사람또없습니다 부르면서 우는 노사모이자 김건희여사 피셜 진보의 오야붕, 문재인 최고 충신이면도 815경축사부터 입틀막에 온갖 자리에 앉히는 인사들은 극우 일색임.. 일부러 보수 이미지 망치려고 그러는거 같기도? 그리고 시스템 망치는건 좌파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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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제이이
2024.09.21 00:31:31
이미 대선경선때부터 무능하고 트로이목마티를 팍팍냈음에도 모지리당원들은 조국수사에만 꽂혀서 결국은 트로이목마를 대권후보까지 올려놔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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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수건달
2024.09.21 00:15:07
윤석열은 어쩔 수 없이 대안이 없으니 찍은거지, 노빠. 문재인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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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다미
2024.09.21 06:12:14
보수는 윤통에게 당했다. 이재명만 아니라면 좋다는 생각으로 윤통을 찍은 유권자가 많다. 지금대로라면 앞날이 뻔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진리를 알게 했다. 안타깝지만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본다. 빌드업을 제대로 못하면 정권재창출 꿈도 꾸지 말라. 국민밉상으로 찍힌 김건희는 제발 나대지 말고 그냥 찌그러져 있어라. 그게 조금이나마 윤통을 도와 주는거다. 요즘 나라꼬라지를 보면 혈압만 오르고 잠이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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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봉
2024.09.21 02:27:10
무얼 새삼스럽게 묻고 있나?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보수는 아니란 걸 알면서 직접 말하기는 불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