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ADDICT
배추를 보면
호소향
배추를 보면 어머니의
속 고쟁이가 생각난다.
나일론 속치마는 헛것이라며
노상 걸치고 아끼시던
넉넉하고 촌스런 어머니의
속곳들이 떠오른다.
거칠거칠 풍겨오는 어머니의
손 등 냄새처럼 배추잎마다
한잎 한잎 속속들이
고향 흙 냄새가 배어온다.
꼭 우리 어머니처럼
맵시라곤 전혀없이 불룩한
속 고쟁이를 속 곳 위 단속곳 밑에
겹겹이 걸쳐입은 통배추
그 넉넉한 속살 속엔 세상살이
슬픔이며 아픔이며 인고의 물기가
아리아리 배어서
오히려 입동의 아침이 싱싱하게 다가오는 것인가
속속들이 품안으로
노오란 고갱이를 자식처럼 아껴품고
이 추운 세상 견디기 위해
여러겹 다독여 입은
어머니의 속 고쟁이
담땀이 누빈 고쟁이
그 속에 단내음으로 숨겨있던
어머니의 속살 냄새
그것이 바로 배추냄새인지
어머니의 삶의 향기인지
나이 사십이 넘어 이제
겨우겨우 알 것만 같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 배추를 보면 " 이 계절의 마음을 나누는 따듯한 시/호소향
행복하세요
추천 1
조회 199
14.11.05 15:5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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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식처럼 공들여 배추 농사를 지으신 귀한 분들. 이 시를 나누고 싶네요
어머니의 마음이 농심이 아닌가 싶네요...어머니 같은 우리 배추에요
언제나 이 계절엔 어머니 생각과 배추만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