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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 없는 의수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1955년에 태어난 그는 영등포공고를 졸업하고 명지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전기기사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1984년 10월 29일, 기계 점검 중 기계 고장으로 인해 22,900볼트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두 팔이 모두 타 들어가 12번의 절단 수술을 받은 끝에 두 팔 모두 팔꿈치 아래 부분까지 잘라내고 의수를 끼어 넣어야 했으며, 오른발가락 2개 역시 절단해야 했다.
요양과 재활을 하던 1988년 2월 1일, 작은 아들이 청소하는 엄마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며 그림 그려달라고 보챘다. 짜증이 난 아내가 "아빠한테 그려달라고 해!"라고 무심코 말하자, 아이는 아빠에게 가서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려본 적도 없고, 두 팔을 모두 잃은 자신에게 그려달라니 당황했지만, "아빠는 양손이 없어서 너에게 평생 그림 한 장 그려줄 수 없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한 번 그려보자."라고 마음 먹고, 아들 동화책에 나와 있는 새 그림을 보고 따라 그렸다.
이 그림을 본 아들은 물론 아내와 큰 딸까지 새와 똑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자, 그는 이때부터 화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여러 미술학원을 찾았지만 물감을 짤 손이없는 사람은 받아줄 수 없다는 대답으로 거절당하고 서예를 배우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다가 TV를 통해 구족화가의 모습을 보고 입이 아니라 의수로 그림을 그리기로 작정하고 1999년 누드 크로키 강의를 듣고 동양 서예에 서양의 크로키를 접목한 수묵그로키에 도전하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의수로 새로운 장르 수묵크로키를 개척했다. 그의 이름은 수묵화가로 유명한 석창우 화백이다.
그는 1998년 첫 번째 전시전을 연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개인전 45회(해외 전시회 12회), 그룹전 270여 회, 시연 200회(해외 45회) 등 수많은 전시 활동을 벌였다. 특히 스포츠를 소재로 한 서예 크로키를 많이 그렸다.
초기엔 정적이고 단순한 포즈만을 그렸으나,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미셸 콴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경기를 본 후 동적인 장면을 표현하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2002 월드컵을 기념하여 '축구'를 그리기도 했고,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 악셀 점프를 수묵크로키로 담은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2014년 소치 패럴림픽 동계 올림픽폐막식 퍼포먼스에서 장애인 올림팍 5개 종목을 서예 크로키로 그려내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에서도 수묵 크로키로 사람의 형상을 그린 뒤 '하나된 열정'이라고 한글로 적은 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 던져 보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신자인 그는 2015년 1월 31일 서예로 성경을 필사하기로 결심했다. 매일 4~5시간 두루마기 화선지에 한 자씩 집필하였는데,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오자가 나오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었고, 에너지 소모가 막대했다. 하지만 목표를 성취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여겼기에 계속 했다. 2021년 6년 7개월만에 성경을 필사하였다. + 안된다 할 수 없다는 말은 패배자의 변명일 뿐입니다. 믿음은 긍정의 에너지를 만드는 동력입니다. 할 수 없다가 할 수 있다로 바뀌는 것은 찰나이지만 그 결과는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 곧 창조적인 능력을 가지신 분이십니다. 그 하나님이 내 안에서 일하고 싶어하십니다. 나를 통해 새로운 창조를 시작하자고 하십니다. (문병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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