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29.. 덕수궁
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플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 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
햇빛이 세상 모든 꽃나무들에게
‘꽃 필 때야’ 말을 걸었는지
온 세상이 꽃으로 환합니다.
덕수궁에서 만난 꽃들을 열거하자면
앵두나무, 할미꽃, 미선나무 꽃,
배나무꽃, 개나리, 진달래, 벚꽃,
살구나무, 자두나무까지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게다가 마지막 주 수요일은
고궁이 무료입장이라서
궁안은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꽃반 사람 반입니다.
그런데 석어당의 살구나무 꽃이
한주가 지났으니 눈부시게 활짝 폈을 거라
예상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많이 피지 않았고
핀 꽃들도 시들시들 힘이 없어 보입니다.
‘어디 아픈가’ 하고 괜히 마음이 쓰입니다.
아무튼 예전 같으면
살구나무 아래에 사람이 가득했을 텐데
지금은 왕벚꽃나무와
자두나무 아래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이제 4월이 코앞입니다.
이제 봄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옆모습과 뒷모습을 볼 때라는 말이니
‘봄날은 간다’ 노랫가락이 절로
흘러나올 것 같습니다.
봄과 함께 하는 남은 시간들
후회 없이 마음껏 누리고 즐기세요.
참으로 조오홀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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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의 봄꽃 (2023.3.29)
신형섭
추천 1
조회 24
23.03.30 23:5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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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어제 오전 반포천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관람하고요
날마다 좋은 곳을 다닐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