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우럭
2022년 4월 10일(주일) 오후부터 양구 읍내 쪽에서 연기가 올라와서
산불임을 직감했습니다. 지난 2015년에 용하리에서 난 산불의 위력을 체감했기에
불안감은 있었지만 금새 진화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산 너머에서 올라오던 연기가 금새 산등성이로 오르기 시작한 이유는
강한 봄바람이 한 몫 했었습니다.
읍내 송청리 뒷산에서 시작된 그날의 산불은 국토정중앙면 야촌리 뒷산까지
장장 16키로의 산림을 태우고 진화가 되었습니다.
불의 고리를 연상할 정도로 바람을 타고 산줄기를 넘나 들던 산불은
온 산야를 녹일듯한 기세였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까맣게 타 버린 야산을 바라보아야 했던 군민들의 마음들도
한결같았을 것입니다. 시커멓게 된 산의 나무들과 잡초들을 지난해에
산림청 주관으로 정리하기 시작했기에 현장을 가 보는 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봄의 기운이 긴 겨울을 밀어내는 소식이 이곳 양구에도 드물지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타 지역에는 만발해져 있지만 양구에는 양지 바른 산야에서는
간혹 진달래 꽃이 몽우리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낮의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오르는 주중에 양구 산불이 발화되었던
뒷산을 찾았습니다.
관계자 분들의 수고로 제거된 나무들과 잔해들은 정리되어 있었고,
산불에 그을린 흔적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뜨거운 열기로 기식[氣息]하는 모든 것들의 근원이 사라졌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새싹들이 조금씩 솟아나오는 모습들은 생명의 힘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순 우리말 가운데 우럭우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기운이 점점 세차게 일어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을 뜻하는
우럭우럭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이유는, 산불로 모든 것이 소멸된 산야에
돋아나는 새싹과 초목을 보면서 쑥쑥 자라서 하루빨리 민둥산을
가리워 주었으면 싶기 때문입니다.
산불로 인하여 황폐해진 야산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장면은
이 땅의 농어촌 교회의 황무해져가는 현실입니다.
급속도로 고령화 되어져가는 농어촌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집사 정년을 재고하자는 교단들의 논의입니다.
60대가 청년 회장직을 맡을 정도로 젊은이들을 찾기 어려운 농어촌의 현실은
또 다른 의미의 민둥산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골짜기를 가득 메웠던 아주 마른 뼈에 여호와의 생기가 들어가자 극히 큰 군대가 되었던
에스겔 골짜기의 역사처럼, 이 땅의 농어촌 교회에 하나님의 말씀의 생기가
임하게 됨으로 소생하는 우럭우럭의 기운이 왕성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첫댓글 빨리 산하가 회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목사님..
산불로 황폐한 산에 새 싹이 움돋아나듯 생명은 끈기있게 살아납니다
소망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한국교회 특히 농어촌교회에도
하나님의 역사로 마른 뼈에 생기를 불어넣으시는 역사가 있기를 기도합니다